마음의 역학을 조심스레 이해해보기
"그(또는 그녀)에게 아직도 제가 정말 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재회 편지를 요청한 의뢰인에게 초고를 보여준 후에 종종 듣는 피드백 중 하나이다.
이별이라는 거대한 사건 앞에 차마 감당하기 힘든 상실감을 견뎌가며 마지막 동아줄을 붙잡는 심정으로 나에게 의뢰 메시지를 보낸 분들이다.
재회를 원하는 분들로부터 받는 의뢰의 내용은 대체로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다.
'어떻게든 상대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 잘못한 부분이 있어 사과와 함께 앞으로는 잘해주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내 마음을 가능한 한시라도 빨리, 최대한 절박하게 전하고 싶다’
이런 경우 나는 의뢰인들에게 먼저 위로의 말을 건넨다.
이별이 얼마나 아픈 일인지, 지금 심정이 어떠할지 차마 상상하기 어렵다는 말과 함께 꼭 마음을 전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리고 의뢰인에게 듣게 된 이별의 원인과 상황을 고려하여, 의뢰인을 통해 전달받은 상대방의 성향과 마음을 헤아려가며 '최선'에 가까운 편지를 적어 내린다.
하지만, 이는 종종 너무 '담백하다'는 이유로 의뢰인에게 반려당하고 만다.
사람은 참 이상하다.
'해라'라고 하면 하기가 싫어지고, '하지 마라'라고 하면 괜히 더 하고 싶다.
이별이라는 것은 대부분 양방의 감정의 균형이 무너져서 발생하는 일인데, 이럴 때 감정의 무게추가 기울어진 쪽에서 감정이 상대적으로 줄어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주며 식어버린 상대의 마음을 되찾으려는 것은 전략적으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가능한 최대한의 배려를 하면서 마지막 품위를 지키는 것이 한 번이라도 상대가 돌아볼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이다.
하지만 머리로는 다 알더라도 이별이라는 재난을 당한 우리들은 아는 대로 행동하기가 어렵다.
편지 작업을 마치고 나면 이따금 나중에라도 결과에 대해 연락을 주시는 경우가 있다. 재회 편지의 경우에도 두어 번 재회에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그리고 나 자신 역시 편지를 통해 재회에 성공해 본 경험이 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사례를 통해 보았을 때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인들의 간접적인 경험들을 생각해볼 때 '재회'를 요청하는 경우에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것보다는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다가가는 것이 더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감정으로 호소하여 돌이킬 수 있는 마음이었다면 이별 역시 감정적으로, 우발적으로 행해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오랜 고민과 생각 끝에 이별을 말한 거라면, '이별'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그 사람의 사고 과정에 무언가 '반전'을 주어야 한다.
시들고 지친 마음으로 편지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 편지에 이미 헤어진 연인과 한 번쯤은 다시 만나봐야 할 것 같은 합리적인 이유가 적혀 있다면? '정말 그런가?' 하는 물음이 스스로 떠오르는 순간 이별을 결심했던 마음이 흔들린다.
그렇기에 나는 의뢰인이 편지를 통해 상대방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클수록, 간절할수록 편지 내용을 작성함에 있어서 더욱 '절제'를 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당사자로서 가장 하기 힘든 것도 그러한 '절제' 즉 '마인드 컨트롤'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작용하는 감정적 에너지의 원리를 물리학의 법칙에 빗대어 설명하고 싶다.
부피를 응축시키면, 밀도가 높아지듯이 마음을 절제하여 정갈한 언어로 응축시키면, 그만큼 상대방 마음에 가 닿는 임팩트가 커진다.
그러니 정말로 간절한 마음일수록 길고 장황하게 표현하기보다 담백하고 간결하게 표현해보라.
이는 누군가에게 전하고픈 애타는 마음을 안고 종이 앞에 앉은 당신에게 알려주고픈 첫 번째 팁, 첫 번째 애티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