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시간은 내게 행복이었다. 그때의 기분이 어떻든 글 쓰는 순간만큼은 오로지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 그랬을까. 긴 유럽 여행의 중반 혹은 주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며 느낀 흐뭇했던 순간 혹은 일상에서 특별했던 순간, 그렇게 나는 늘 감정과 기분을 적었다.
그중 브런치에 발행되는 글은 극히 일부였다. 복잡하고 힘든 감정의 글을 제외했던 이유는 혹시 누군가에게 이 슬픔이 전염될 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였다. 아닌 밤 중에 적은 솔직한 감정은 아침과 함께 부끄러움으로 찾아오기도 했으니, 솔직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게 서툴렀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다신 보지도 못하게 지우는 것들은 없었다. 그 때의 나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는 생각에 감정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을뿐더러 변태도 아닌데 시간이 지나 슬픔을 다시 읽는 내내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지우는 글’이 많아졌다. 너무 솔직한 표현에 다시 보기가 괴로웠고 문단의 맨 앞에 있던 커서가 어느덧 중간 즈음 있을 때면 마음이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해져 버린 탓도 있었다. 간직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라는 것이 내게는 꽤나 생소해서, 낯설고 어려운 밤을 보내기도 했다. 끝까지 완성된 글마저 지워버려 그때 나의 감정이 정확하게 어땠을 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