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노 Mar 14. 2024

smooth as suede

극히 평범한 특징을 가지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주인공 스즈메. 특별한 일상을 가진 친구를 부러워하며 본인의 존재감마저 탓하는 중 작은 전단지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스파이 모집’


전단지에 쓰여 있는 주소를 찾아간 후 주인공 스즈메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낡은 가정집에 사는 부부에게 “평범해서 스파이에 제격”이라는 합격 소식을 듣고 활동자금을 받는다. 주어진 임무라고는 남들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뿐 인데도, 비밀 활동을 한다는 사실 만으로 평범했던 일상을 다르게 느끼기 시작했다. 평소에 하던 일조차 모두 스파이의 직무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행동 하나하나를 더 신경 쓰고 의미 있게 느꼈던 덕분이다. 예를 들어 동네에서 진행되던 뽑기 대회에서 꽝이 나오자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며 행복을 느끼게 된 것.


국정원에서 스파이 활동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색출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턱 밑까지 추격이 계속되자 스즈메는 동네의 전기를 끊어버린다. 살면서 과감한 행동이라고는 파마를 해본 것이 전부였던 그녀는 어느덧 동네 전기를 끊을 정도로 과감하고 자신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평범한 일상이 그녀는 이제 두렵지 않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깨달은 덕분이랄까.


영화를 보고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새벽인 것처럼 날이 우중충했다. 웬일인 지 집에서는 잘 마시지도 않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내렸다. TV를 틀어 보지만 여느 때와 같이 볼 게 없다는 결론을 내고 백색소음으로 그것을 두었다. 반복된 굴레에서 행복 찾기, 늘 주문처럼 외우고 머릿속에서 되뇌어도 생활 속에서 느끼기는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어느덧 집 안을 가득 채운 커피 향을 맡고 소파에 앉아 시원한 커피를 한 입 하며 잠을 깨우는 순간, 행복은 과연 가까이에 있는 건 지 멀리 있는 건 지.  


작가의 이전글 COFFEE HANASAK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