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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노 Mar 25. 2024

자르고 볶고 보글보글

드문드문 노랗고 하얀 풍경이 넘실거린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빚에 더 이상 늦잠은 무리인 것 같았다. 놀이터를 가득 메운 아이들의 웃음소리, 반바지를 입어도 춥지 않은 날씨에 봄이 왔음을 느낀다. 평소보다 더욱 많이 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좋아하는 노래들을 모은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고 그것이 끝날 때까지 생각 없이 달렸다. 좋은 날씨 덕에 들뜬 마음은 평소보다 좋은 페이스로 나타났다. 돌아와야 하는 건 생각하지도 않고 기분이 내키는 대로 10km를 달렸다. 역시 봄이란 건 좋은 계절이다.


집에 돌아와서 음식을 해 먹기로 마음먹고 각종 채소를 깍둑 자르며 재료를 준비했다. 익는 데 오래 걸리는 감자를 먼저 볶고 그다음에 넣은 양파가 캐러멜 색이 되어갈 때 호박마저 볶는다. 마지막으로 고기를 넣어 볶다가 물을 붓고 가장 좋아하는 카레의 고형분을 넣었다. 끈적하게 보글보글 끓는 카레의 불을 끄고 향을 음미했다. 갓 지은 밥에 카레를 듬뿍 얹고 요즘 한창 빠져 있는 연애 프로그램을 틀었다. 러닝과 카레,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 두 가지로 나의 봄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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