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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Kim Nov 05. 2019

제발 돌아와 줘, 내게

이커머스 재방문율의 모든 것

 제목만 들어도 또 슬퍼지는구나.


 이커머스에서 재방문율이란 그렇게 볼 때마다 슬퍼지는 아린 가슴을 품고 관리해야만 하는 지표다. 물론, 회사가 한창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 낸 서비스가 고객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음을 몸소 체험하고 있을 때는 사정이 좀 다르긴 하다.


 사랑하는 연인과 막 시작한 연애만큼 풋풋하고 설레는 게 또 있을까. 고객과의 만남도 비슷하다. 처음부터 불꽃이 튀지 않는다면, 그런 연애는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아, 사람에 따라 연애 취향은 또 다를 수 있으니, 그건 좀 너무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구나! 아무튼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그렇게 뜨겁게 시작해야 한다. 처음부터 더 자주, 더 많이, 더 오래 보고 싶어 지는 관계를 만들어 시작해야 한다는 거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이 관계가 더 깊어지고 뜨거워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런데 참 그게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연애처럼 말이다. 첫인상 좋은데 만날 수록 별로인 친구, 첫인상은 별로인데 만날 수록 진국인 친구, 첫인상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별로 이거나 여전히 좋은 친구. 당연히 제일 좋은 건 첫인상도 그리고 만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친구일 거 아닌가. 이커머스 세상에서는 그런 베스트 케이스를 제외한 나머지의 경우는 없다고 봐도 된다. 첫인상이 아~주 아~주 중요하다. UX(User Experience), CX(Customer Experience) 이런 용어들 모두 그런 고객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UX가 거지발싸개 수준이면, 즉 첫인상이 별로이면 영영 이 연애 스토리는 시작될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연애 상대 고르기보다 훨씬 더 세상에 차고 넘치는 게 이커머스 사이트니 말이다. 이야기가 UX 문제로 다시 돌아가지 않게 이쯤에서 살짝 다시 본론으로. 


 첫인상 대충 괜찮았고, 첫 데이트 잘했다 치고, 그럼 다음 데이트는 어떻게 시작할까? 한 달에 나는 그녀를 몇 번을 더 만나,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내며, 얼마나 많은 맛있는 음식과 선물들을 사고 영화를 보거나 술을 마시며 보내야 할까? 혹은 그다음 단계.... 까지는 나가지 말자. 여하튼 이런 '그다음 데이트를 위한 노력' 이 바로 이커머스 재방문율에 대한 모든 것들이다.


재방문율, RR (Retention Rate, 리텐션 레이트)


 재방문율을 체크하는 주기는 RR30, RR60, RR90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짐작하겠지만 뒤에 숫자는 30일 내 재방문율, 60일 내 재방문율 등을 의미하는 시간에 대한 개념이다. RR30의 경우에는 오늘 방문한 사람이 오늘부터 30일 동안 얼마나 많은 방문을 하는가 하는 의미다. 더 정확히는 사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오늘이 2019년 10월 말이라 치자. 그러면 앵커 데이트를 10월 31일로 두고, 그로부터 30일 전 시점에서부터 첫 방문과 재방문을 계산해서 수치를 구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10월에 방문한 고객들은 얼마나 재방문을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 수치는 개개인의 방문 횟수의 누적을 따지기보다는 전반적인 사이트의 매력도를 측정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 달에 우리가 얼마나 좋은 상품을 좋은 방식으로 고객에게 선보였는가 하는 게 이 수치에 영향을 준다. 지난달에 상품도 좋고 프로모션도 좋아 방문자의 80%가 재방문을 했는데, 이번 달에는 40%에 그쳤다면, 반성하고 열심히 상품 기획하고 프로모션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RR로 수치를 관리할 때는 고객을 꾸준히 트래킹 해 나간다기보다는 특정 앵커 데이트를 시점으로 사이트의 매력도를 평가하기 때문에 뭔가 고객 관리라고 하기엔 허전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많이들 쓰는 다른 지표는 그 흔한 RFM 고객 세그멘테이션 관리 지표다. (영어가 많으니 뭔가 있어 보인다. 뭔가 똑똑해 보여) 


RFM Seg.(Recency Frequency Monetary Segmentation)


 이건 사실 조금 복잡해 보일 뿐이지, 그렇게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알고 보면 이해하기 쉽고, 고객을 구분해 들여다 보기도 편하니 한번 세팅해 두고 관리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Recency(최근성) 지표는 앞서 살펴본 RR 기준처럼 시기를 말한다. 최근 30일 내에 구매 기록이 있는 경우, 60일 내 구매 기록이 있는 경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Frequency는 빈도. 몇 번이나 방문 혹은 구매를 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조금 더 깊이 있는 구분을 위해서는 구매를 기준으로, 그렇지 않다면 방문을 기준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구매액 연관성을 보기 위해서는 보통 구매금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마지막으로 Monetary 구매액 기준은 얼마를 샀느냐 하는 점이다. 이렇게 세 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고객 등급을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달 내에 4번 이상 구매(주 1회 구매 이상) 하고, 총 $40불 이상 (한 번에 평균 10불 정도) 구매하는 사람을 우수고객으로 정의해 관리하겠다 하면, 그렇게 짜면 된다. 말로 하기 어려우니 이건 표를 간단히 참고해 보자.



 제일 왼쪽에 Recency에 따라 R1에서 R5로 나눠 둔 후, 그다음 Frequency 기준을 두고 가로축에 금액대별로 구분해 둔 것을 볼 수 있다. 이 중에 R1 항에 포함되는 노란색으로 음영된 셀에 해당하는 고객이 최우수 고객, 그다음 짙은 네이비 셀에 포함되는 고객이 우수고객, 옅은 네이비는 잠재 우수 고객, 하늘색 고객은 최초 방문 고객 등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다. 회색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색 구분만 보면, 이 표에서는 주로 고객 등급을 8개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0일간 최우수 고객이었는데, R2 기준으로 넘어가 있는 고객군의 경우엔 우수고객을 놓치게 되는 케이스 이므로 반드시 다시 잡아야 하는 고객 등으로 구분해 관리할 수 있다.


 고객 구분하는 것은 이쯤 해 두고, 그럼 어떻게 고객을 다시 잡을 수 있을까?


CRM 기본 툴에 대한 이야기

 CRM (Customer Relation Management)에 대한 이야기는 할 말이 참 많은 분야다. 공부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은 게 사실인데, 사실 생각해 보면 참 단순한 얘기긴 하다. 첫 데이트 상대에게 다음 데이트에 다시 초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데이트를 마친 후에도 집에는 잘 들어갔는지, 내일은 뭐 하는지, 오늘은 뭘 먹었고 누구랑 보냈는지 관심을 가져 주고, 그때 함께 본 영화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 다음에 볼 영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서로의 관심사를 교환하고... 하는 연애의 기본 같은 것들이 CRM 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니까 당연할 법도 하다. 연애든 뭐든 '밀당' 이 필수고, 너무 지나친 관심은 상대를 멀어지게 하며, 너무 무관심은 상대를 말 그대로 '안물 안궁'의 상태로 몰아넣는다. 그러니까 CRM 담당자는 본인이 매력적이고 사람 관리 잘하는 사람을 채용해 될 필요가 있다.(너무 급격한 결론이군) 연애 잘하는 사람이 마케팅도 잘하게 마련이다.(라는 비논리적이지만 왠지 그럴 거 같은 성급한 결론을 내려 본다) 

 

 이커머스가 고객에게 이런 관심을 표현하는 수단에는 App과 같은 플랫폼 자체를 활용한 방법이 있고, SNS 채널을 활용한 1:1 feed, e-mail을 활용한 방법 등이 있다. 이 중 단연 사용을 많이 하는 것은 역시 App 플랫폼을 활용한 메시지 푸시다. 소위 Push Notification이라고 하는 건데, 뜬금없이 진동을 울려 사용자를 귀찮게 한다는 인상을 가진 바로 그 푸시 메시지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시피, 결국 이건 수단일 뿐이고 그 효과를 좌우하는 것은 메시지의 내용이다. 연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수십 명 단체 채팅창에 공지하듯 보낸다면, 좋아할 상대가 누가 있겠는가. CRM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와 나의 1:1 만남과 같은 친밀도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개인화 Personalization'이라는 것. 비록 한 번 본 영화일지라도 처음 보는 영화처럼 재밌어하며 오직 당신만을 위한 데이트를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성공적인 CRM을 구축할 수 있다. (이쯤에서는 더 깊이 연애랑 연과 짓지는 않겠다)


 기술이 발전하고, AI 니 머신러닝 이미 하는 것들이 실무적인 영역에 까지 손길을 미치며부터, 이런 개인화 마케팅의 영역이 보다 본격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전체 사이트의 요소요소에 트래킹 툴들을 심어 두고, 각각의 고객 아이디 값에 그 트래킹 값들의 결과를 매칭 시키는 데이터 수집이 시작이다. 쉽게 얘기해, '에밀리'라는 고객이 우리 사이트에 들어와서 무얼 보다가 어느 상품을 샀는지 하는 정보들을 기록해 두는 거다. 그리고는 이에 걸맞은 메시지를 보낸다. '에밀리! 어제 산 꼼 데 가르숑 카디건에 잘 어울리는 날씨예요. 오늘 입어보세요!' 마치 누가 나한테 말을 거는 줄 착각하겠지만, 메시지는 이미 세팅되어 있는 기준에 맞춰 발송된다. 


            '에밀리! 어제 산 꼼 데 가르숑 카디건에 잘 어울리는 날씨예요. 오늘 입어보세요!' 
             날씨 기준 트리거 + 고객 이름 + 구매 일시 +브랜드 + 상품 종류


 이틀 전에 캘빈클라인 청바지를 산 '제임스'는 같은 시간 이런 메시지를 받게 된다. '제임스! 엊그제 산 캘빈클라인 청바지에 잘 어울리는 날씨예요. 오늘 입어보세요!' 굉장히 개인화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단체에게 적용될 수 있는 푸시 메시지의 유형이다. 일종의 트리거 푸시(Trigger Push)로 특정 조건이 발생했을 때, 해당 메시지가 자동 발송된다. 단순히 '00 브랜드 00% 세일' 같은 촌스러운 푸시 메시지는 이제 좀 지양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또 똑같은 유형의 메시지를 매번 보내는 것과 같은 실수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푸시 설정을 위한 조건 값들도, 그 데이터 관리를 위한 기술도, 또 푸시로 연결될 페이지 개발을 위한 프로모션 설계도 모두가 정교하게 기획되어야 한다. 

 

 사실 마케팅이란 게 그렇다. 말 안 해도 빛이 날 만큼 멋지고 교양 있고, 성격 좋은 남자가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무언가를 할 필요가 있겠나. 내 생각에 기본적으로 마케팅은 자갈 모래사장에 널린 수많은 자갈 중에 어떤 자갈 하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다른 자갈과는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거짓말을 하거나 오버를 하라는 게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발견해 알린다는 거다.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멘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푸시가 있어야 고객이 끌려올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던져진 푸시를 클릭하면 어떤 걸 보여줘야 할까? 잘 만들어진 푸시 메시지라면 단순히 상품 페이지로 랜딩 시키기보다는 조금 더 가치 있는 정보를 전달해 주기 위한 노력할 것이다. 예를 들면 앞선 메시지에는 날씨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정보와 함께 인근 지역에 대한 맛집 혹은 나들이 장소에 대한 간단한 정보들을 제휴 콘텐츠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더불어 자연스럽게 이런 때 어울릴 법한 몇 가지 소품 혹은 상품들을 보여 줄 수도 있다. 더 나은 하루, 더 만족스러운 나들이를 위한 제안으로서 말이다. 상품을 사라고 푸시하는 게 아니라 뽐뿌를 넣어줄 수 있는 메시지여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그렇다. 이게 만들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뭐...


 아무튼 그런데, 기본적으로 이 정도 개인화된 푸시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그렇다'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세계의 마케팅 이야기가 아니고, 이 정도는 요즘 활동하는 온라인 마케팅 에이전시들은 거의 기본 스펙쯤으로 깔고 있는 내용이다. 다만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데이터 베이스에 대한 접근 권한을 공유해 활동을 정교하게 기획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한 전제다. 정보보호 이슈 이런 문제들은 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잘 준수해 두어야 하는 부분이고 말이다. 


 또 각 채널들이 가져다주는 고객과의 거리로 보았을 때, 이 각각의 요소들은 서로 다른 개인화 정도, 상품, CTA(Call To Action, 클릭이나 터치를 유발하기 위한 UI) 등을 담고 있어야 한다. 고객과의 거리는 푸시 - E-mail - SNS(일반채널) 순으로 멀어진다. 멀 수록 더 일반적인 공지를 할 수 있고, 가까울수록 메시지는 더욱 개인화되어야 한다. 가까울수록 상품은 더욱 적게 엄선해 노출시켜야 하고, 멀 수록 카테고리, 캠페인 수준의 상품 노출까지를 제안해 둘 수 있다. 반드시 그런 제한된 범위의 커뮤니케이션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콘텐츠를 기획할 때 이러한 비중을 염두에 둔 채 톤 앤 매너를 잡아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 회사는 데이터 베이스를 기반으로 상품 추천, 앱 푸시, 이메일 푸시 등을 하나의 에이전시 툴 안에서 통합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끔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각각의 에이전시들을 쓰는 것보다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는 전체 소통의 채널들이 일관성 있는 경험을 공유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새 CRM 은 고객의 발길을 잡는 방법이 아주 디테일하고 치밀해지고 있다. 그만큼 고객은 또 그 방식에 쉽게 익숙해지고 식상해하기도 한다. 푸시를 끄고, 쿠키를 차단하고, 이메일을 스팸으로 자동 분류시킨다. 내 사랑을 전할 길 없는 그대에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던지는 것처럼 슬픈 일도 또 없다. CRM 마케터는 이별을 안고 산다. 오늘도 그들은 '제발 내게 돌아와 줘'라는 슬픈 메시지를 아름답게 포장해 떠나간 연인에게 보낸다. 


내게 돌아와 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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