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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Apr 25. 2024

우리 어디서 만날래요?

우리의 소개팅 장소는 찜질방이었다.

나와 그는 소개팅을 통해 만났다.


회사에 그리 친하지 않았던 직장 동료가 있었는데,

애인이 없는 나를 위해 꼭 소개팅을 해주고 싶다며 소개팅을 주선했다.

당시 그녀가 만나고 있던 썸남의 회사 직원이 나의 x이다.

문제는 그녀도 그녀의 썸남을 잘 몰랐고, 그 남성도 자기가 주선해 준 남성과 그리 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관심 있는 여성의 부탁에 주변을 둘러보다 얻어걸린 것이 나의 x였다.


나의 x는 참 멀쩡하고 건전해 보인다.

‘보인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실상은 달랐다.

이에 대한 설명은 차차 하겠다.


그와의 첫 연락부터 참 요상했다.

그는 회식 중에 번호를 받았다며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는 양해와 함께 나에게 첫 연락을 해왔다.

정말로 연락이 잘 안 됐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알맹이 없는 질문과 대화를 이어나갔고 자신의 파티에 와서 캐주얼한 만남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이때 싸함을 느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다만, 외간 남자의 집은 쫌…이라는 생각에 계속 거절을 했을 뿐.

그는 그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제대로 된 약속을 잡지 않고 내 연락을 뭉개버렸고, 나는 그 시그널을 이해하지 못하고 먼저 연락을 했더랬다.


당시의 나는 꽤 당돌했던 걸까?

회식 후 퇴근하던 어느 날 밤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 만날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마 나의 이러 행동이 신기했던 것 같다.

나를 재밌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그날 밤 약 한 시간 동안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남자와 통화를 했다.


어색한 통성명부터 서로가 어떤 상황인지 등등을 시시콜콜 얘기했는데, 이상하게 나도 참 재미있었다.

얘기가 잘 통했던 것 같다.

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빨리 만나고 싶어 졌다고 얘기했고, 특별하게 만나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남의 장소를 고민하다 찜질방에서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

사실 24살이던 나는, 24살이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이상하단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의 얘기를 주변에 전하니, 그런 첫 만남이 어딨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꽤 마이웨이 기질이 강했던 나는, 주변의 반응과 상관없이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기대에 부풀었던 것 같다.


그렇게 며칠 후 우리는 강남의 한 찜질방에서 만났다. 시작부터 잘못됐단 걸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하지만 후회는 없다. 반복하지 않으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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