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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Oct 05. 2021

아싸의 영역에 인싸가 들어갔다.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보고 표절이라 불렀던 이유

* 스포일러 주의

오징어 게임이 막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을 때,  인터넷을 중심으로 표절이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표절과 신파에 지쳐서 자국 콘텐츠를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와 외국 콘텐츠에 대한 사대주의가 이들의 논리였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오징어 게임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 이런 표절 작품을 왜 보는데?

그런데 오징어 게임을 보면 생각나는 콘텐츠는 수도 없이 많다. 부자들의 유흥을 위해 빚쟁이들이 목숨을 걸고 데스 게임에 참가시킨 점에서는 '도박 묵시록 카이지'가, 어린 시절 하던 추억의 놀이가 게임의 주요 놀이라는 점에서는 '신이 말하는 대로'가 한미녀가 살아남는 방법을 보고 나서는 '배틀 로얄'이 생각난다. 그밖에도 라이어 게임, 무한도전, 배틀 그라운드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그런데 이들을 종합하면 대부분 일본 만화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배틀 로얄 장르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소설과 만화 '배틀 로얄'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장르 자체를 배틀 로얄이라 부르고 있으며 그로부터 파생된 다른 일본 만화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일본 문화에 대한 매니아적 요소가 초창기 반응에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


- 아싸와 인싸

 원래 코로나가 오기 전에도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아싸(Outsider)들은, 인싸(Insider)들이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놀 때 혼자 방 안에서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를 봤다. 지금은 전 세계가 시청하는 넷플릭스도 한 때는 마니아들만 이용하는 서비스였고 사람들은 넷플릭스의 경제적 효과에만 집중했지 콘텐츠에 집중하지는 않았다. 그런 아싸들에게 어필을 성공한 것이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다. 평범한 소년이었던 주인공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면서 능력자로 각성하고 다른 사람들을 구원하는 이야기가 혼자 놀던 전 세계의 아싸 들에게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특성 때문에, 일본의 콘텐츠는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그와 동시에 항상 비주류 문화에 머물러야 했다.


- 아싸의 영역

가장 먼저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들도 아싸들이다. 이미 너무 많은 콘텐츠를 소모해서 항상 새로운 콘텐츠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새로운 드라마가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시청한 것이다. 초창기 반응이 표절이라는 말로 도배된 것도 이들이 초기 시청자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들은 드라마에서 일본 만화에서 봤던 비슷한 요소를 쉽게 발견했고, 진절머리 나는 가족 신파극으로 점철된 한국 영화를 이미 많이 봤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에 박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의 유행으로 외출이 제한되어 모두가 넷플릭스를 보기 시작하고, 마침 시작된 한국 문화의 전 세계적 흥행과 맞물려 '오징어 게임'이 일부의 문화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던 것이라 생각한다. 코로나 덕분에 아싸의 영역에 인싸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 그래서 표절이냐?

일본에서 배틀 로얄 장르가 너무 활성화되어 있다 보니 일본 문화를 접하기 쉬운 한국에서 배틀로얄물을 만들려면 표절 시비부터 일어난다. 그 것을 뚫고 오징어 게임은 배틀 그라운드 이후 한국의 배틀로얄 장르 콘텐츠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감독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좀비 영화의 시초라고 해서 그 이후 나온 좀비 영화가 저 영화의 전부 표절이 아니듯, 이제는 배틀 로얄에 대한 장르적 유사성과 클리셰에 대한 기준을 팬들이 조금 허물어도 될 것이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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