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바라보는 역사
전두환의 제5 공화국 때 일어난 갖가지 사건을 두 인물에 맞추어 새로이 버려내었다. 박정희 암살 사태부터 시작해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그리고 장영자 사기 사건, 이웅평 귀순 사건, 그리고 아웅산 묘소 테러까지 70~80년대 역사의 급변 기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더욱 피부 와닿는 영화였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봐왔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은 뜨거운 영화들이었다. 대사로 역사를 설명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손쉽게 전달했다. 그로 인해 역사의 한 부분을 데려와 우리의 가슴을 울렸고, 눈물짓게 만들었지만, 너무 신파적이고 감정적이라 감성의 폭포에 휘몰아치기 쉬운 영화들이었다.
- 차가운 영화
하지만 <헌트>는 1987, 남산의 부장들, 남한산성 같은 차가운 역사 영화에 가깝다. 인물의 대사로 설명하기보다는 인물의 행동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연출을 통해 보여주며, 배경에 대한 진실된 묘사와 인물의 감정선을 통해 보여준 연기는 역사의 인물에 공감하게 하기보다는 역사의 사건에 공감하게 된다. 당시 해와 파트와 국내파트 안기부의 갈등은 실제 있었다고 하며 실제 일어난 사건들과 상당 부분 비슷하게 전개되어서 근현대사를 좀 아는 관객이라면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 브로맨스
투 톱 주연이라도 한쪽에 대해 분량이 치우치게 되거나 어느 한쪽에 애정이 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거의 50 대 50으로 자른 듯이 분량이 비슷해 보이고 두 인물 모두에게 시선이 간다. 한 쪽은 감독이며 제작자인고 사적인 친분도 있는 두 배우가 서로 맞대결하는 영화를 찍으며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두 배우의 우정이 돋보인다.
- 총소리
대게의 액션 영화는 액션 파트와 스토리 전개가 따로 분리되어 있어서 동떨어진 것을 말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액션과 스토리가 따로 떨어져 있지를 않는다. 잠깐이라도 지루할 틈이라도 있다 치면 영화의 총소리가 울리며 배경을 환기한다. 총소리가 상당히 사실적이었던 영화 <히트>와 비슷하게 배경에 따라 다르게 메아리치는 총소리가 들려온다. 군대에 가서 총을 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영화에서 들리는 총소리와 실제 총소리는 너무 다르다. 한국 영화에서 이런 총소리를 느껴본 적은 처음이다. 사실적인 배경만큼이나 사실적인 사운드가 이 영화를 지배한다.
이정재 감독의 첫 영화이니 만큼, 올해 여름 BIG 4 텐트폴 무비 중 가장 기대가 없는 영화였지만, 의외로 가장 재밌었고 성공한 영화가 되어갈 것 같다. 오징어 게임과 다른 작품으로 상당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텐데, 벌써부터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