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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Feb 19. 2022

신세계백화점 크리스마스 영상에 열광한 이유


지난 1월 21일까지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 바로 <매지컬 홀리데이> 미디어파사드 장식조명을 보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11월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서 준비한 신세계백화점의 조명 이벤트였다.


약 3분간의 영상과 야경을 보기 위해 엄청난 사람들이 모였고, 젊은이들의 데이트 필수장소가 되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의 핫플레이스가 되었고, 입소문이 퍼져나가 지방에서 이 영상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신세계백화점 앞에는 특별히 감상할 수 있는 장소가 별도 마련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소공로 사거리 인도에서 이 풍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신세계백화점 건너편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장소라 그곳엔 수많은 인파가 모여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서로 즐거워했다.


https://youtu.be/MDGxhJVY5HE



사실 영상이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애니메이션 기반 영상이었다. 서커스에 관객이 방문하는 시점에서 시작하여 백화점의 문을 열면 사회자가 서커스를 안내하는 오프닝을 시작으로 저글링과 원형의 크리스마스 리스를 선보이며, 원형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선보인다.


이후 별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코끼리와 원형의 크리스마스 풍경들을 끝으로 크리스마스가 펼쳐지는 백화점 건물 바깥으로 페이드아웃 되며 영상은 끝이 난다. (조회수 154만회 이상)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격자형 LED를 백화점 벽면에 부착하여 창문형 스크린을 만들고, 그 외부에는 일반 크리스마스 장식조명 전구를 달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격자형 LED가 촘촘한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몇 개는 LED가 고장이 나 있었다. (물론 전체적인 화면에서는 아주 작은 점이라 문제가 되진 않았다. 몇 개가 고장이 났다는 것을 인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고 좋아하는 것일까? 2020년 코엑스 SM타운(K-POP Square 전광판)의 전광판에 표출된 디스트릭트 회사의 4D 미디어 영상인 <웨이브(wave)>에 열광하던 양상과는 달랐다. 애나모픽 일루전 아트(Anamorphic Illusion Art) 기법을 통해 인지적 착각을 일으켜 원근법을 최대로 활용하여 입체 수조에서 실제 파도가 치는 스펙터클한 생생함을 전달하였다. 이 30초 영상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거리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2020 코엑스 SM타운 <웨이브> 영상


<웨이브>가 새로운 기술적 효과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면, 신세계백화점의 <매지컬 홀리데이>는 추억을 선사했다.


40대 이상의 세대에겐 서커스와 크리스마스 시즌 명동의 거리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거리 여기저기엔 캐럴 음악이 흘러나왔고, 손수레와 같은 노점상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팔았고, 알록달록 조명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했다. 지나간 젊음에 대한 추억이 맴돌았다.


50~60대 이상의 세대에겐 어린 시절 즐겼던 서커스의 추억과 정서가 환기되었다. 20~30대 MZ세대에겐 새로운 복고풍의 레트로와 뉴트로의 문화가 아날로그적인 조명과 영상이 신기하면서도 새로웠다.


이들은 더 즐겁고 강렬한 영상들을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세상에서 충분히 맛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추억을 함께 쌓아갈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서커스를 바라보고 표현하는 감성 또한 이미 다르다.


신세계백화점의 <매지컬 홀리데이> 미디어파사드 쇼는 각 세대의 경험을 충족시켰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정서와 경험을 만드는 것, 최첨단 기술의 발전은 혁신적인 기술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다시 인간을 향할 때, 그리고 감동과 추억, 경험을 선사할 때 그 의미가 더해진다.


우리는 기술을 발전시켜 세상을 연결하고,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들고, 로봇을 만들며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며 앞으로 더 나아가고 있다. 이 모든 중심엔 언제나 인간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엄청난 예술적 의미를 찾는 것보다, 그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고 아픔다운 풍경을 즐기기를 원하는 <매지컬 홀리데이>에 열광하는 이유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글 |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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