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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인 Nov 08. 2023

<비커밍>, 미셸 오바마

삶, 나를 찾아가는 여정.

순조로운 날에는 스스로가 대견했다. 내 삶은 멀리서, 그리고 실눈을 뜨고 볼 때만 균형 잡힌 듯했지만, 그래도 대충 균형 같은 게 존재하는 것만 해도 어딘가 싶었다.

미셸 오바마_<비커밍>_p279


 어린 시절, 우리 부모님은 이혼하셨다. 그때 내가 가장 먼저 들은 말은 남들의 시선이 있으니 행실을 똑바로 해야 한다고 말이었다. 내가 정체성이란 것을 처음으로 실감한 순간이었다. 남들이 그대로의 '나' 자신이 아니라 이혼 가정의 자녀로 여겨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후, 그 꼬리표는 나 자신을 따라다녔다. 나는 그들의 편견이 틀렸음을 보여주기 위해 몸부림쳤다. 다른 아이들과 대등함을, 아니 넘어설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사실 그것은 필요 없는 일이었음을 안다. 난 그들에게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야망이 있는 아이였지만, 정확히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는 몰랐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어른이 아이에게 물을 때, "크면 뭐가 되고 싶니?"만큼 쓸데없는 질문이 없는 것 같다. 이 질문은 성장을 유한한 과정으로 여긴다.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 무언가가 되면 그것으로 끝인 것처럼 여긴다.

미셸 오바마_<비커밍>_p9


 '나'는 어떤 사람인가?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편하게 사회적 기준에 기댄다. 우리는 사회가 편의를 위해 구분한 틀 안으로 스스로를 집어넣는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의 일부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존재 자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나'란 존재는 당신의 내면과 걸어온 여정에 있기 때문에 나만이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삶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책 '비커밍'은 미셸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때 느꼈던 불편함을 돌아보면, 그 순간 내 인생의 숙제를 직감했던 것 같다. 나는 앞으로 내 출신과 내가 바라는 미래를 내 정체성과 조화시켜 나가야 할 터였다. 하지만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미셸 오바마_<비커밍>_p67


 나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 단번에 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삶 전체에 걸쳐 계속해나가야 하는 일이며, 사회가 규정하는 '나'와도 균형을 맞춰야 하는 일이다. 사회 내에는 사람들을 구분하는 많은 선들이 있다. 그 선은 우리를 나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가치가 따른다. 편견, 고정관념이 뒤따르고, 특정 정체성이 개인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결국, 사람들을 구분 짓던 선이 개인에게 담장이 되어버린다. 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이 담장을 넘어서고 허물어야 함을 의미한다. 내 목소리를 지우고 위축시키려는 힘들과 싸워야만 한다.


 버락과 미셸은 모두 이런 싸움을 이겨낸 사람들이다. 버락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고 미셸은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가 되었다. 이들은 이를 행운이라 표현한다. 그리고 그 행운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한다. 이것이 이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점이다. 여태껏 개천에서 용이 되었던 사람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과 개천을 살기 좋게 만드는 일은 다르다. 그들은 개천을 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마땅히 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임기는 끝이 났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마땅히 와야 할 세상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나아간다.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당신에겐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다 있다. 무엇으로도 규정할 수 없지만 당신의 이야기 속엔 많은 것이 있다. 각자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서 우주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없다. 아니, 무한한 과정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회의 목소리와 싸워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연대가 필요하다. 서로를 믿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런 과정 전체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고귀하게 만든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충분하지 않아. 충분하지 않아. 이것은 내 출신에 대한 의심이었고, 그때까지 나 자신으로 여겼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이었다. 의심을 끝없이 분열하며 증식하는 암세표였다. 어떻게든 증식을 저지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미셸 오바마_<비커밍>_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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