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음절, 2음절 단어를 써보세요. 나를 표현하는 단어로 잘 골라서.
1음절, 2음절 단어를 생각나는 대로 적고 나누라고 하셨다. 막상 한정된 시간 속에서 단어를 생각해내려니 계속 막힌다. 아니 내 입은 늙지도 않고 이렇게 맨날 나불나불 쉬지를 않는데 무슨 단어로 떠들었단 말인가, 그동안 그럼 계속 같은 단어로 돌려막기를 했던 것인가. 또 한 번 부족한 어휘력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남의 입응 통해 만나는, 내가 알고 있던, 나도 사실 좋아했던 반가운 단어들에 아마따! 내 사고가 확장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남편이랑 서로 고민이나 속마음을 공유할 겸 이 훈련을 종종 하고 싶은데 내 남편은 전혀 따라오지 않겠지. 아들이 크면 이 놀이를 자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런 거 너무 좋아해:)
밤. 잠. 쉼. 끝. 방. 꿈. 끈. 끼. 꾼. 꼴
밥. 돈. 힘. 일. 집. 차. 몸. 글. 술. 잔.
옆. 뒤. 앞. 입. 눈. 귀. 나. 너. 길. 춤.
빵. 탕. 국. 찜. 손. 발. 봄. 비. 별. 창.
앎. 넋. 한. 념. 화. 색. 락. 멸. 막. 장.
>> 밤, 잠, 쉼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고 느낀 게 정신없을 썼을 때, 쉼이 3번이나 나왔다
>> 눈, 귀, 입은 나와도 코를 전혀 생각 못했다는 것이 스스로 신기했다.
>> 다른 사람들의 1음절 단어를 듣는데, 꽃, 흙, 볼, 뺨, 문. 길, 새, 해 등등은 아니 왜 나는 생각 못했지. 싶었다. 단어 뜻도 뜻이지만 버벌(음성)적으로 예쁜 단어를 간직하고 있어야겠다.
불면. 육아. 아들. 피로. 재미. 궁금. 웃음. 사랑. 인내. 엄마.
파도. 사막. 고요. 바람. 고독. 결핍. 부족. 소중. 희생. 고통.
충만. 편안. 평소. 일상. 매일. 휴가. 제주. 독서. 여가. 소파.
숙면. 자주. 개운. 거의. 항상. 불안. 예민. 남편. 행복. 원죄.
애증. 불만. 동정. 한심. 이해. 공기. 우주. 바다. 하늘. 대지.
시인. 화가. 작가. 예술. 상상. 현실. 훈련. 천재. 노력. 평범.
식빵. 케잌. 초코. 홍차. 딸기. 요가. 운동. 정신. 체력. 기분
>> 내가 지금 육아로 인해서 피곤하다. 불면증도 있다. 나 힘들다를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게 다 보인다. (알겠어 알겠어. 알아줄게..)
>> 2음절 단어는 정말 많이 존재하는데 막상 써보려니 내 부족한 단어량을 알겠다.
>> 눈썹, 하늘, 연두, 초록, 가슴, 마음 등 다른 사람들의 2음절 단어를 듣는데 내가 좀 건조하긴 건조한 것 같고, 마음속에 뭔가 결핍과 예민함의 이야깃거리가 많나 보다. 저렇게 예쁜 단어는 전혀 떠오르지 않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