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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06. 2020
반 고흐, 도난당하다
미술품 도난사건_연간 5조 원의 도난 시장
약 한 달 전, 코로나 19로 뒤숭숭하던 중에 놀랍고도 안타까운 사건을 들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주제로 Sharp spoon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보기: http://sharpspoon.kr/interview_detail?id=14
반 고흐, 도난당하다.
'불멸의 화가', '살아생전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불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도, 사랑받는 작가이다. 그런데 그의 작품들이 코로나 19를 틈타 때아닌 곤혹을 겪었다.
2020년 3월 30일 새벽 3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의 싱어라렌 미술관(Singer Laren Museum)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사라졌다. 싱어라렌 미술관은 코로나 19로 3월 12일부터 휴관 중이었으며, 도난당한 작품은 <봄 뉘넌의 목사관 정원(Parsonage Garden at Nuenen in Spring)>으로 밝혀졌다.
@vangoghmuseum.twit<봄 뉘넌의 녹사관 정원>은 1884년 5월에 반 고흐가 뉘넌에서 부모와 함께 살 당시에 목사관과 그 주변 정원을 유화로 그린 작품이다. 소장처는 그로닝거 박물관(Museum Groninger)으로, 싱어라렌 미술관에서 전시를 위해 대여했다. 작품 추정 가는 한화로 약 80억 원이다.
얀 루돌프 데 롬(Jan Rudolph de Lorm) 미술관장은 '이러한 시기에 절도가 일어났다는 것에 매우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3월 30일은 공교롭게도 반 고흐가 태어난 날인데,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Van Gogh Museum)에서도 그의 생일에 작품을 도난당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경찰은 성명서에서 범인이 유리문을 깨고 박물관에 침입했으며, 보안 경보음이 울렸지만 도착했을 때는 사라진 뒤였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범인을 추적하는 중이며, 아직 범인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안타깝게도 반 고흐의 작품 도난 사건은 그의 유명세 못지않게 종종 등장한다.
가깝게는 2002년 12월, 반 고흐 미술관에서도 그의 초기 작품 두 점이 도난당했다. 두 명의 도둑들은 박물관 지붕으로 침투해서 그림을 훔쳤으며, 경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이 훔쳐간 작품은 <슈케베닌겐 바다 전경 (Beach at Scheveningen in Stormy Weather)>과 <누에넨 개신교회를 떠나는 신도들 (Congregation Leaving the Reformed Church in Nuenen)>로 고흐의 초기 작품이다.
14년 후인 2016년,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의 마약 밀매 용의자의 농장에서 두 작품이 발견되었다. 진품일 경우 두 작품의 추정 가는 한화로 약 1,200억 원 이상이었다. 정밀 분석 결과, 농장에서 발견된 작품이 14년 전에 사라진 진품임이 확인되면서 또 한 번 이슈가 되었다.
@뉴욕타임즈 April 15, 1991, Section A, Page 1<누에넨 개신교회를 떠나는 신도>는 1991년에도 도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1991년 4월 14일 새벽 3시,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포함해서 약 20여 점의 작품이 도난당했다. 이는 네덜란드에 일어난 최대 미술품 도난사건으로 '해바라기' 등 고흐의 유명한 작품들도 포함되었다. 작품들은 다행히도 몇 시간 뒤 인근에서 발견되어서 가장 짧은 시간에 되찾았다. 범인은 해당 미술관의 경비업체 직원으로 밝혀졌으며, 일부는 훼손이 심한 상태였다. 이 사건은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각종 매체 1면에 다뤄지며 도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피카소가 모나리자를 훔쳐간 용의자였다?
고흐만큼이나 도난으로 안타까운 유명세를 치르는 작가가 또 있다. 생전에 도난 용의자 선상에 오르기도 했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이다.
피카소는 20세기 미술의 거장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스페인 태생의 입체파 화가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게르니카>, <아비뇽의 처녀들>이 있으며 6.25 전쟁 당시에는 <한국에서의 학살>을 발표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작품성을 인정받은 유명 작가였는데, 이런 그의 또 다른 이슈는 모나리자를 훔쳐간 용의자 선상에 오른 것이다.
1911년 8월 21일, 루브르 박물관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사라졌다.
당시 모나리자의 인지도는 지금과는 달랐다. 전시는 다른 작품들의 사이에서 진행되었다. 모나리자의 도난으로 여러 용의자가 수사 선상에 올랐다. 거장 피카소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피카소가 이전에 게리 피에르에게 물건을 구입한 이력 때문이었다. 게리 피에르는 루브르에서 흉상을 훔쳐서 판매한 전력이 있던 사람이었기에, 피카소 역시 용의 선상을 피해 갈 수 없던 것이다. 수사 끝에 무혐의로 풀려났으나 모나리자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했다.
2년 뒤인 1913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모나리자를 매각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우피치 미술관의 빠른 신고로 범인이 잡혔는데, 범인은 이탈리아 출신의 빈센트 페루자라는 사람이었다. '이탈리아 사람이 그린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고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훔쳤다'라고 주장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인부였던 그는 창고에 숨어 있다가 훔친 것으로 드러났고, 약 2년간 자신의 방 침대 밑에 보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말이 알려지면서 모나리자를 훔친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아에서 영웅 대접을 받으며 비교적 짧은 6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모나리자는 루브르 박물관으로 돌아왔다. 모나리자 도난사건은 프랑스 국민들에게 깊게 각인되었고, 이 작품을 현재의 인지도로 올려놓았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가 철통 보안 속에서 전시되고 있는 이유이다. '프랑스가 망해도 절대 팔지 않을 작품',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를 보려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으로 가면 된다'라는 이야기처럼 현재에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피카소와 도난 작품의 연결고리는 모나리자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에 가깝다. 그는 살아생전 약 10만 여점의 판화, 3만 4000점의 삽화, 1만 3500여 점의 회화와 300점의 조각을 남겼다. 알려진 작품보다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많을 정도이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높은 그의 인기와 많은 작품의 수만큼 도난 작품 리스트에도 자주 언급된다.
1999년 프랑스 앙티브에서 피카소의 <여인의 흉상(Buste de Femme)>이 도난당했다. 이 작품은 1938년 그린 작품으로 피카소의 연인 중 한 명인 도라 마르(Dora Maar)의 모습이 담겨있다. 생전에 피카소가 직접 소장했었기 때문에 작품이 공개된 적이 없으며, 사후 사우디의 왕자가 한화로 약 52억 원에 구매했다. 이후 직접 작품을 소장하던 중에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에 요트를 정박했는데 감쪽같이 도난을 당했다. 당시 프랑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미해결 사건으로 종결되었는데, 20년 후인 2019년 암스테르담에서 한 사업가가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유통경로는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작품의 가격은 한화 약 325억 원으로 추정되었다.
뿐만 아니다. 2012년 10월 새벽, 네덜란드 쿤스트할 미물관에서 개관 20주년을 기념해서 트리톤 재단이 소장한 미술품 150여 점을 선보인 '아방가르드 전'을 열었다가 작품을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도난이 된 작품의 작가들로는 피카소와 마티스, 모네, 고갱이 있었으며 작품 수는 총 7점이었다. 피카소의 <광대의 머리>를 포함하여 작품의 가치는 총 약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 원)로 추정되었다. 이는 1991년 반 고흐 미술관의 도난사건 이후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최대 미술품 도난사건이었으며, 현재까지도 작품의 위치 및 용의자를 수사 중이다.
미술관 관장이 벌인 도난 자작극 사건일까?
여기, 황당한 도난 사건도 있다. 1997년 2월 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의 리치 오디 현대미술관에서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작품이 사라졌다. 클림트는 <키스(The kiss)>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화가로 관능적인 여성 이미지와 찬란한 금빛, 화려한 색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