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피지기 Dec 25. 2022

일등병은 중독이다.

끝나지 않는 중독

알코올 중독증이라는 말을 흔히 들어봤을 것이다. 중독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심지어 일중독이라는 말 워커홀릭이라는 말은 정말 많이 쓰이면서 왜 자녀 성적(더 정확히 말하면 등수)에 중독된 사람을 일컫는 말은 없는지 모르겠다.

알코올 중독을 예로 들어보자. 알코올중독증인 사람은 늘 술이 고프다. 그래서 술을 갖다 주면 알코올중독자들이 만족할까? 당연히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더 많은 술을 원할 것이다.

도박중독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도박으로 아무리 많은 돈을 땄어도 그들은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도박을 멈추지 않는다.

내가 은 '일등병'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열 살 때 처음으로 반에서 1등을 해봤다. 그전까지는 1등은 못했고 만년 2등이었다.

2등을 할 때에는 1등을 하면 나는 공부와 엄마 잔소리에서 해방될 줄 알았다. 그러나 1등을 하고 나서 알았다. 그건 헬게이트 오픈이었다.

그전까지는 2등을 해도 그냥저냥 괜찮은 성적이었는데 이제는 1등이 2등이 되면 그건 죄를 짓는 일이었다. 1등을 하면 현상유지, 본전이었고 이제는 2등이 되면 죄인이 되는 거였다. 3등은 뭐 말할 가치도 없겠다.

그래서 1등을 하면 더 오를 곳은 없었지만 현상유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 컸다. 자칫 잘못하면 떨어질 일만 남은 것이다.


일등병은 1등을 하면 더 심하게 오는 병이었다. 

최소 현상유지는 해야겠고 아니면 더 큰 것을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면 해본 적은 없지만 전교에서 1등을 한다든지 올백을 맞는다든지.. 그래야만 엄마가 한동안은 잠잠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 뒤에는 더 큰 대가가 따를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등병'도 중독증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부모가 걸리면 절대 안 되는 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