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우원 씨의 폭로부터 시작해서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까지 일련의 행보를 보았는데 꼭 이런 질문을 하는 기자분들이 있었다.
"왜 폭로를 결심하게 되었나요?"
바로 이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전우원 씨의 답변은 이랬다.
"아버지가 하나님을 믿고 진정한 회개를 하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답변을 듣고 나는 그가 아버지의 '이중성'에 대해 배신감을 크게 느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반성하고 변할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는데 그게 깨진 것이다.
전에 잠시 언급했지만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녀를 모두 똑같이 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녀를 편애한다. 특히 희생양 역할을 맡은 아이는 부모의 가스라이팅 때문에 처음에는 자신이 부족하고 잘못해서 부모가 자신을 그렇게 대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서 뒤늦게라도 부모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크다. 늦게 깨달을수록 자녀는 부모의 이중성에 더욱더 분노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부모가 신앙생활을 하면 더더욱 우리 부모님이 신앙을 가지면서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전우원 씨가 아마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르시시스트의 신앙생활은 그것조차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메이킹 수단이거나 혹은 신앙생활을 통해 본인이 얻거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믿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믿음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니라서 매우 주관적이고 진짜로 믿는지 가짜로 믿는지, 믿음이 진실한지 아닌지는 본인과 신밖에 모르는(혹은 본인조차도 모르고 신만 알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판단하기가 정말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단체 내에서도 어떤 신도가 나르시시스트인지 아닌지는 함부로 단정 짓기가 매우 어렵다. 부모가 자녀의 믿음을 알기 어렵고 자녀도 부모가 진정한 신앙을 갖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특히 자녀의 경우에는 부모가 신앙생활을 할 때 일말의 희망을 갖게 된다.
나도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 부모님도 교회에 다니고 계시지만 부모님이 참으로 회개하셨는지, 거듭나셨는지는 모른다. 엄마는 나의 믿음과 신앙생활을 끊임없이 의심하셨고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셔서 훈계하셨는데 (특히 잠언 말씀을 인용해서) 나 또한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부모님이 정말 주님 안에서 참회를 하셨는지, 거듭나셨는지는 모르겠다.
정말 안 믿는 분이면 오히려 이런 기초적인 질문을 할 수 있겠는데 몇십 년 교회를 다니신 분들께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도 생뚱맞고, 대부분의 나르시시스트 부모님들이 그렇듯 속 깊은 대화는 회피하려고 하시고 그런 이야기가 나올 기미라도 보이면 오히려 분위기가 매우 냉랭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속 깊은 대화를 회피하고 싶어 하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대화가 잘 통할 분위기도 아니어서 서서히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나르시시스트'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는 일말의 희망과 기대도 모두 버렸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자녀들은 속고 또 속는다. 속은 것을 알아도 또다시 혼자 기대하고 또 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