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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피지기 Jul 22. 2023

별이 되신 젊은 선생님을 추모하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서툰 바이올린 솜씨로나마 애도의 마음을 표현해 본다.

교직에 있는 사람들은 이번 서이초 사건을 보면서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터질 게 터졌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던 일이다.


벌써 십 년 가까이 된 일이다.

개학이 다가올 무렵 내가 교내 방학 캠프 강사를 맡게 되어 방학이지만 출근을 했다.

그날따라 아침부터 비가 철철 내려서 밤처럼 어두웠고 1층에 딱 한 교실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잘 모르는 선생님이지만 반갑기도 하고 캠프 관련해서 뭔가 물어봐야 할 것이 있는데 혹시 알고 계실까 해서 거의 얼굴만 아는 분이지만 노크를 하고 그 교실에 들어갔다.

당시 나는 5학년 담임이었고 그분은 2학년 담임이었다. 선생님과는 처음 대화를 나눴는데 질문에 정말 친절하게 답해주셨고 온화한 표정으로 대해주셔서 날은 어두웠지만 마음은 따뜻해졌다.

그런데 이틀뒤쯤, 개학을 하루 앞둔 날에 그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나보다 두 살 어린,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선생님이셨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조문을 갔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뵌 모습은 도저히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환한 미소를 띠고 었는데.. 충격이었다. 그 선생님을 잘 알지 못하는 나도 충격인데 그분과 몇 년을 같이 근무하셨던 선생님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 선생님 옆에 큰 여행가방이 있었는데 그게 마지막으로 자기 물건을 정리하러 왔던 것이었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이번에 서이초 선생님 사건을 보면서 학교에서의 문제도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굉장히 일 열심히 하시고 학교 밖에서도 열심히 사시는 분이라고 들었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이 분은 자택에서 돌아가셨고 개학 전이었기 때문에 이 선생님의 죽음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2학년 학생들에게도 선생님 개인사정으로 2학기에 담임선생님이 교체됐다고 알려진 것 같다. 재학생이 천 명이 넘는 학교지만 아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이밖에도 나는 알려지지 않은 선생님 몇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사례를 간접적으로 알고 있다.

모두 자택에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개인사 처리되었고 순직 인정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은 쌓이고 쌓인 것들이 터져서 표면에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몇 명이 더 희생을 당해야 제도가 개선되고 인식이 바뀔까?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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