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키도키 Oct 15. 2023

집 찾아 떠도는 유학생활기- part1

Ep30

 어쩌다 보니 유학 시작한 뒤 일 년 안에 벌써 다섯 번 이사를 했다. 나에겐 집 운이 없는 것일까?? 지금 이사한 집도 문제가 있어 공부에 집중을 못한다.


집이 이렇게나 큰 영향을 주다니. 집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너무 큰 시련을 준다.


1. 기숙사


처음 헝가리에 왔을 땐 기숙사에 살았다. 물론 좋은 집을 내가 구했을 거 같지는 않지만 기숙사에서 은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기숙사는 1인실이 전혀 없고 무조건 2명이 사는 방이다. 매일 놀기 좋아하는 어린 외국인 사람과 같이 사는 건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기숙사 관리를 철저히 하고 기숙사에서 파티 같은 건 꿈도 꿀 수도 없다. 대부분 매너를 지키며 방 안에서는 최대한 조용히 지내는 것이 상식이다.


 아마 유럽 대학교 기숙사는 분위기가 비슷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 곳곳에서 오는 학생들, 또 의과 대학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아주 편하게, 자기 집보다 더욱 마음껏 사용한다.


 주말도 아닌데 파티를 해 대는 애들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들이 많았다. 내 방에 같이 살았던 애들은 방 안에서 전화통화를 크게 하고 다른 방에서 문을 열고 술 마시며 시끄럽게 떠들었다.


 2학기 시작한 뒤 옆 방 애들과 나의 생활패턴이 너무 달라 서로 언짢은 상태로 계속 지내게 되었다. 하루는 밤에 옆방 애들이 문을 열고 너무 큰 소리로 떠들며 술을 마셨다. (기숙사는 방음이 정말 안된다. ) 너무 화가 나서 문을 닫아달라고 했다. 잠자는 중 깨서 안 좋은 표정으로 말했으니 걔들도 기분이 좋지 않았겠지.


그 이후로 옆 방 룸메의 표정이 아주 안 좋아졌다. 나한테 방 문을 살짝 닫아라, 그 소리 때문에 아침에 깬다.라는 소리를 했다. 평소에 조용히 사는 사람이면 모를까 난 그 애들 웃음소리 때문에 밤에 깬 적이 너무 많은데

화가 부글부글 났다. 하필이면 4명이 사는 곳에 3명 같은 나라, 나 혼자 한국인이라 내 편은 없는 것 같았다.


 중요한 2학기를 이렇게 망칠 수는 없어 집을 알아봤다. 조금 먼 깨끗한 원룸을 잡으려다 놓쳤다. 여러 집을 방문했는데 딱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 학교 바로 앞에 있는 곳에 단기계약을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집주인과 디렉트 계약이라 다행히 2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단기 계약을 했다. 헝가리는 대부분 1년 계약이다.


2. 옥탑방


 이 집은 깨끗하지만 불법건축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좋은 옥탑방 느낌이랄까..? 2층인데 계단이 바깥에 있었다. 수도꼭지가 좀 이상했고 옷장은 문만 달아놓았다. 그래도 내가 첫 입주자라 깨끗해서 좋았다.


가장 큰 문제는 ‘개’였다. 나는 개를 무서워한다. 동물을 매우 무서워해서 애완동물들도 만지기 꺼려한다. 이 집은 대문이 하나고 그 안에 주택 3 건물이 있는 구조다. 그런데 하필이면 내 집이 가운데 집이었다.


앞문으로 올 때, 뒷문으로 올 때 개와 마주친 적이 많다. 작은 개 들이긴 했지만 묶여있지 않고 집주인들이 케어를 안 해서 너무 무서웠다. 몰티즈는 내가 궁지에 몰릴 때까지 짖으며 내 다리로 가까이 다가왔다.

 동물 애호 가면 모를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다. 개 주인들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 우리 개 안 물어요 ‘ 를 헝가리에서 경험하다니.


거기다 집에 개미가 너무 많이 나왔다. 바깥하고 집 문이 바로 연결되다 보니 개미가 그 사이로 들어오는 듯싶었다. 집 안에 그렇게 많은 개미를 처음 봤다.



3. 담배 디퓨져


 이 집은 내가 한국에서 구한 집이다. 집주인이 내가 나온 대학을 나온 헝가리인 의사이고 건물이 3년밖에 안된 새 건물이다.


많은 집을 가본 결과 새 건물인 집은 대부분 상태가 좋았다. 거기다 이 집은 인기가 많아 영상통화까지 해서 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내가 선발된 것이었다.


밤중에 헝가리에 도착하고 처음 이 집을 왔다. 겉 건물은 깨끗해서 들어가는 길은 괜찮았다. 집 문을 여는 순간 담배냄새가 훅 들어왔다. 이게 뭐지? 침실 문을 열었다. 욱.. 이건 일 년 동안 안 빨아도 나기 힘든 안 씻은 사람 냄새였다. 이 전에 살던 사람은 분명 남자였다. 구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긴 비행을 하고 와서 너무 피곤했는데 담배냄새나는 소파에서 잠이 잘 들지 않았다. 잠에 들어도 다시 일어나 졌고 담배냄새에 짜증이 나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어 다시 잤다. 몇 번이나 계속 깬 뒤 아침에 집 상태를 다시 보게 됐다.


 집주인이 분명 깨끗하다고 했는데 전혀 깨끗하지 않았다. 비바람 맞은 외벽이 더 깨끗할 정도였다. 벽 곳곳엔 얼룩이 있었고 테이블 커버마저 더러웠다. 식탁의자가 너무 더러워 앉고 싶지 않았다.


 요리할 선반은 한쪽이 부수어져 있었고 식기세척기 안에는 담배 필터가 들어있었다. 거기다가 화장실도 청소가 안 돼있었다.


알고 보니 이 집주인은 조금 먼 곳에 살고 있어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 사람을 만났을 때 모두 설명했다. 조목조목 따지는 걸 잘 못하는 나지만 화가 나서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변명을 하면서 담배 냄새를 없애는 스프레이랑 매트리스를 빨아온다고 했다. 토 나올 것 같은 매트리스 냄새는 사라졌지만 소파의 담배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더운 낮에는 더 심하게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집주인이 분명 페인트칠을 다시 해준다 했고, 청소를 다시 해준다고 했다. 말이 없어 내가 다시 하나하나 따졌다.


 모든 건 다 괜찮다고 한다. 내가 사는 건데 왜 자기 자신의 입장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이 새 건물을 이런 식으로 관리한 그전 세입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집주인은 내가 예민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미 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다 돌려줬으니 그게 최선이겠지.


 그전 세입자에게 담배를 안에서 폈냐고 물어봤는데 자긴 절대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당연한 것 아닌가? 어떤 사람이 이미 나간 마당에 미쳤다고 자기가 안에서 폈다고 인정하겠나..


아무튼 다행히 그 집 보증금은 거의 다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까지 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
























 




 









 

 

작가의 이전글 평범한 삶을 무시하니 생기는 일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