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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H Oct 16. 2023

집 운이 더럽게 없는 나 part2

Ep31-외국에서 집 찾기


동기중 한 명이 이번학기에 휴학을 하지만 너무 좋은 조건의 집이라 계약을 해놓고 간 빈 집이 있었다.


담배집 이후로 급하게 나가려고 친구에게 물어보자 그 친구도 좋아했다. 문제는 나의 거주증 연장이었다. 거주증을 연장하려면 내가 어딘가에 산다는 증명서가 필요했다. 나는 집 계약자가 아니라서 그 증서를 받기 어려웠다.


지금 거주증을 받지 않는다면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나는 시험기간에 문제가 심각해진다. 기말고사 시험 등록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집을 얼른 구해야 했다.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 아무것도 안 하다가 시험기간이 다가올 때 집을 알아보는 건 또 너무 힘든 일이다.


그러던 중 학교 앞 가까운 곳에 집이 새로 나왔는데 80년대에 지은 아파트지만 리모델링을 일 년 전에 해서 깨끗했다. 안타까운 것은 집 자체를 보러 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진으로만 봤을 땐 완벽했다.


집을 보러 간 날, 그럭저럭 괜찮았다. 소파에 더러운 얼룩이 있고 방충망이 다 뚫려 있는 것, 샤워기 수압이 좀 낮은 거 말고는 괜찮았다.


이 집은 연락이 수십 명이 왔다고 했는데 내가 가장 먼저 연락을 했었다. 계약을 하기로 했다.


그게 나의 비극의 시작이었다. 다음날 집에 집주인을 만나러 왔는데 우리 집 가까운 곳에 쾅쾅 소리가 들려서 보니 공사를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 집은 7층인데 6층에서 전체 집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집에 찾아가 언제까지 공사하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우리나라처럼 공사 시작한 뒤 매일 하는 게 아니라 며칠에 한 번씩 와서 하는 거라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 때문에 집 계약을 하기가 싫어졌다. 하지만 이미 사인을 했다. 한두 달도 아닌 몇 개월을 참아야 한다니. 그 중개업자가 말을 안 한 게 너무 열받았다.


더 화가 나는 것은 5시에 오라고 해놓고 나를 6시 반까지 기다리게 했다는 것이다. 내가 바로 밑에 층에 공사하는 거 알았냐고 묻자 오히려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 잘못이 아니다. 집주인 잘못도 아니다. 어디서나 공사를 할 수 있는 거다. 네가 나가고 싶으면 나가라. 30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보증금은 줄 수 없다. 보증금은 월세의 2배다.


원망스러웠지만 운이 더럽게 없는 나를 탓할 수밖에. 그때 기분이 굉장히 안 좋게 입주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좋은 위치에 깨끗한 집이라 마음을 다 잡았다. 이제 더 이상 집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에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공사는 문제가 아닐 정도로 큰 문제가 있었다. 하루에 수십 번씩 앰뷸런스가 울린다. 학교 뒤에 병원이 있다. 작게 들리는 건 당연히 상관없지만 우리 집은 앰뷸런스가 항상 지나가야 하는 길목과 너무 가깝다. 200-300미터 정도..?


 문제는 밤, 새벽에도 울릴 때가 있다. 오늘아침에도 앰뷸런스가 나의 잠을 깨웠다. 너무 시끄러워서 이어 플러그를 끼지만 소용이 없다.


 앰뷸런스 때문에 잠이 깰 때마다 정말 울고만 싶다. 나의 이사 전쟁은 언제 끝이날 수 있을까?..


한국도 집 구하는 건 정말 어렵지만 외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특히나 외국인으로 내가 약자의 입장에서 더 서럽기도 하다. 조용히 푹 잘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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