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다이어리 2, 세 번째 이야기: 결국 당신의 선택이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저는 뭐 해야 하죠?
2018년, 나는 그때 블로그 코칭 비슷무리한 것을 했었다. 그때가 아마 내 블로거 역사상 명예적으로는 최전성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큐라는 공간에서 만난 이들은 나에게, 어떻게 하면 그런 블로그를 만들 수 있냐고 물어봤다.
블로그 주제를 뭐로 해야 해요? 나는 아무리 봐도 좋아하는 걸 찾기 힘들어요.
2018년 말, 나는 우주인이라는 살롱토크 창업을 열던 중 블로그 강의를 했다. 그때는 내 블로거 역사상 암흑기였지만, 지금 두 번째 블로그가 개설 1년도 안 되어 유료광고를 집행할 정도로 파워가 셌었다. 사람들은 내 미니 강연에 와서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음. 그렇다. 1년간 같은 질문을 받았던 걸 떠올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블로그나 유튜브, 인스타를 하고 싶어하지만 시작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크리에이터 다이어리 2 세 번째 이야기는 내가 블로그를 키웠던 두 방법을 공유하며, 자기만의 채널을 운영 시작하는 노하우를 알려주려고 한다.
01.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해도 괜찮다.
블로그나 유튜브를 함에 있어서,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걸 주제로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나를 포함하여,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지 아는 교육을 받아본 일이 없다. 그리고 의무교육 후에는 생존만 신경써야 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거나 모르며 살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그 교육을 통해서 얻은 것이 아예 없을까? 아니다. 생존을 위한 저마다의 노하우를 배웠다. 혹은 살면서 다양한 아이템들을 만나 체험하고 경험한다. 이것들은 쓸모 없는 것일까. 꼭 좋아하는 것으로만 자신의 채널을 채워야 할까. 내 경험으로 알려주는 답은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됩니다"이다.
나는 2012년 말,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누구보다도 절박했다. 나아지지 않는 학교, 학과 통폐합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 등 복합적인 사연으로 아싸가 되어 있었기에 그곳을 탈출하여, 내 신분을 상승시키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때, 대기업 8대 스펙 중 하나가 대외활동이었다. 대외활동 조건은 블로그 운영이었다.
근데 편모가정에 반지하에 살고 있었던 대학생이 한다면 뭘 하겠는가. 그때 잘 나가던 IT 블로거나 게임블로거처럼 고액의 아이템들을 살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 선택은,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지만 가장 손쉽게 시작할 수 있었던 책 리뷰였다. 나는 후천적인 공부를 통해, 책 읽는 것이 내가 가족들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길임을 알고 있었다. 내 틀을 깨는 길에 가족들이 나를 또다시 헛짓거리 한다고 저지할까 봐 책으로 주제를 잡아가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초기 1~3년까지는 내 안의 공포와 맞서 싸워야 했었다. 그 공포는 솔직한 감정을 글로 쓰기 어렵다는 거였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을 즐기고 내 솔직한 감정을 글로 쓸 때마다 어머니가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써라!"고 하셨다. 가장 부끄러웠던 기억은, 학생 시절에 절에 다녔을 때 여름이 싫다는 내용으로 시를 써서 낸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그걸 떼 와서 내 앞에 던지고는 "긍정적으로 써야지 이게 말이 되냐?"라고 질책하셨다. 남 보기 부끄럽다는 말을 남기시고 내 방을 나가셨었다. 그날 이후, 당연히 내 생각을 드러내는 게 부담스러웠고 솔직한 감정을 글로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졌었다. 혼나고 부정당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로그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에 고통스러워도 이 길을 가기로 했었다.
처음에는 집 안에 있는 책 100권을 읽고 사진 1장, 글 20줄로 옮겨 썼다. 그 후에는 사진 20장, 글 200줄 정도로 분량을 늘렸다. 운 좋게도, 당시 청년멘토로 활동하고 계셨던 두 분의 베스트셀러 작가 분이 내 블로그 리뷰를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공유해주셨다. 그 다음부터는 책리뷰 하면 내 블로그가 공식에 떴고, 이를 바탕으로 도전했던 대하드라마 리뷰를 통해 방송콘텐츠와 방송마케팅콘텐츠를 배우는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일을 하지 않지만, 마케터로서 첫 정규직도 누릴 수 있었다. 말년에는 교육광고로 직장인 급 수익을 벌었다.
그런데 공포와 맞서 싸웠던 기억 때문이었을까. 블로거 4~5년차에 심한 블로그 권태기를 앓았었다. 책리뷰도 간신히, 겨우 겨우 뼈를 깎아가며 썼을 정도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막심했었다. 그때, 내 삶의 전환점이 일어났다. 책리뷰로 직장인 급 수익을 창출할 정도로 블로그를 키웠으니, 이젠 내가 좋아하는 걸 주제로 두 번째 채널을 열고 싶다고.
02. 좋아하는 것을 해도 괜찮다.
2017년 12월, 나는 인큐에서 디자인프로젝트라는 나만의 SNS 채널 만들기 수업을 들으며 1달간 두 번째 블로그를 기획했었다. 첫 번째 블로그는 내가 지금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했으니, 두 번째 블로그는 게임기로 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내 취미를 주제로 하기로 했다. 꼭 해보고 싶었다.
나는 2018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게임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공략과 내가 좋아하는 콘솔게임 위주로, 9개월을 게임 관련 콘텐츠로 가득 채워 운영했었다. 운 좋게도, 내가 썼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공략 콘텐츠는 게임 웹진에 공동 연재되었다. 그리고 게임 콘텐츠가 쌓여서 누적 방문자 25만 명을 기록했을 무렵, 사상 최초로 게임광고를 유료로 받았다. 그 후에는 MSI로부터 게이밍 PC를 협찬받는 성과를 올렸다. 중간에 타의에 의해 6개월 공백이 생기긴 했지만, 그 공백은 작년 대기업 광고 수주와 함께, 지난 1월 각종 광고를 수주하고 1개월에 50만 원의 수익을 내며 100만 블로거로 멋지게 채울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했을 때, 내 기분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내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지난 블로그 때보다 더 일찍 만났으며, 내 콘텐츠로 다양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는 기쁨이 가득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눠줘도 괜찮겠다는 확신 또한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과거보다 블로그를 하는 재미가 더 늘어났고, 새로 키우는 채널도 애정을 더 듬뿍 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지금 블로그는 구독자 1600명대를 돌파하고 1700명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나도 예전보다 글 쓰는 스트레스가 덜하니, 다양한 글을 쓰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단, 좋아하는 것을 해도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기 게임은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서 2%만 차지하는 소수 시장이다. 대중들은 모바일게임, PC게임을 더 많이 한다. 그래서 블로그를 더 키우려면 내가 좋아하는 게임일지라도, 관심 없었던 모바일과 PC 게임도 해 보고 리뷰해야 했었다. 그중에서 광고를 위해 [왕이 되는 자]나 허접한 중국 모바일게임 스타일을 따라 한 게임들도 했어야 했다.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이러려고, 이딴 폐급 게임들이나 하려고 게임 블로그를 열었던가... 그래도 이 과정을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하더라도 대중들이 관심사에 조금씩 맞춰 가는 게 중요함을 배웠다. 이것들이 모여,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유료 게임 광고를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두 번째 스트레스 요인은 좋아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으로 내 채널을 먼저 열었기 때문에 책 리뷰 블로거 시절 기존 구독자와 가족들의 반발까지 온 몸으로 감수해야 했었다. 게임 블로그를 접고 다시 책 리뷰 쓰라는 이야기를 1년 가까이 들었었다. 기존 구독자들에게 서운함을 온 몸으로 느꼈던 시간이었다. 그때, 좋아하는 걸 하려는 게 내 운명과 맞지 않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었다. 다행히도 이 이야기는, 내가 삼성 새 핸드폰 출시 광고와 리니지 2M 관련 유료광고를 집행하고 현재 블로그에 책 리뷰를 다시 쓰면서 잠잠해졌다.
End. 결국, 당신의 선택이다
나는 지난 7년간, 내가 지금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주제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했었다. 둘 다 나에게 좋은 기회를 안겨다 줬고, 과분하게도 인플루언서의 길을 누릴 수 있게 해 줬다.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 책을 주제로 590만 방문자와 1만 구독자를 모은 것, 내 취미로 시작하여 관심사를 넓히며 100만 방문자와 1600여 명의 구독자를 모은 것은 내 인생에서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좋아하는 것으로 글을 솔직히 써서 부업으로서의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주제로 운영하다 보면 언젠가 지친다. 내 열정을 억지로 쓰다가 정신마저 고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한다면, 대중들과 내가 좋아하는 접점을 찾아야 더 클 수 있다. 내 것만 고집하다가는 고립될 수 있다. 성장이 늦춰질 수 있다. 나의 경우처럼 중간에 노선을 바꾸면, 엄청난 반발을 겪을 수 있다.
이렇듯 어떤 주제로 블로그나 채널을 운영해도 빛과 그림자는 다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생각은 'SNS 채널 운영에 있어서 완벽한 정답은 없다'에 가깝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도 괜찮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 지 알고 그것에 집중해도 괜찮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당신이 편안하다면 그 뿐이고, 꾸준히만 하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장이 SNS 시장(유튜브, 블로그, 브런치, 틱톡, 트위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이 글을 읽을 당신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쪽으로 선택하기를 바란다. 어떤 일이던 간에, 스트레스란 놈은 그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데 방해를 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그리고 당신을 갉아먹는 존재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