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umsoo Kim May 26. 2022

두 가지 마음 덕분에

2022년, 13번의 네이버 메인 등록 원동력



2022년 5월 26일, 나는 정확히 올해만 총 13건의 도서 리뷰를 네이버 메인에 올렸다. 중복된 기록을 제거한 성적이다. 전년도 보다 올해 블로그 성적이 가장 좋다. 인플루언서 선정 이후 1년 6개월 만의 쾌거라 그런지 기쁘면서도, 무거운 책무를 동시에 느낀다.


그냥 책 리뷰어가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에서 공인을 받은 사람으로서... 내가 쓰는 글의 무게가 얼마나 큰 지 이제는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판사 청탁도 많아지게 되어, 과거처럼 날카롭고 뾰족하게, 장단점 모두를 말하기도 어려워졌다. 결국 광고와 나의 순수한 리뷰 사이, 그리고 이를 읽을 공중(미디어학에서 콘텐츠를 접하고 비판 및 비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과의 코드 조합도 생각해야 하고.


그래서 오늘의 쾌거는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했던 두 가지 마음을 잊지 말라는 신의 뜻으로 생각하려 한다. 그 마음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과연 도서 인플루언서로서 활약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 없었을 거다.




01.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




내 생각일 뿐이지만, 인플루언서들은 기본적으로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있기에, 나 자신이 오늘날 호사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가 어려워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힘들고 지칠 때 기회를 준다.


나는 도서 인플루언서 도전을 망설였었다. 전 정부 당시 심각했던 젠더 갈등, 정치 갈등에서 내 콘텐츠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협박성, 훈계성에 가까운 댓글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부담감이 큰 이 판을 다시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이 가득했고, 일부러 게임 블로그만 더 열심히 운영했었다. 게임은 적어도 저런 면에서 책보다는 자유로웠으니까.


하지만 거기서도 지쳤다. 나보다 더한 마니아 분들이 계셨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분들에게 있어 내 콘텐츠는 오염물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은 내 게임 콘텐츠에 관심이 없었다. 책 콘텐츠에 관심이 있었을 뿐. 그래서 허공에 대고 외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양 쪽 모두에게 지쳐 있다가, 겨울서점 선생님 콘텐츠 덕에 책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책이라면, 내가 신나게 떠들 수 있는 분야니까. 하지만 그때, 불곰 블로그는 저품질 2년 차였기 때문에, 하루 방문자가 고작 10명 대였다. 그런데 당시, 내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김진향 작가님께서 선뜻, 자신의 신작을 보내 주셨다.






싸인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저품질에 걸린 사람에게 왜 이리 잘해주시나 싶었지만, 그 마음에 감동했다. 아직 나라는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구나. 이런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리뷰는 진짜 칼을 갈고 썼다. 


마음이 드는 구절은 밑줄까지 그었다. 비록 그 당시, 그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날 느껴졌던 김진향 작가님의 진심 덕분일까. 나는 오기가 생겨서 1일 1 책 리뷰를 썼고 복귀 40일 만에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방치해 둔 블로그에서 떠나지 않은 이웃 1만 명도 다시 발견했고.


내가 이런 모습을 보였어도, 세 번 회사를 옮기면서 상사들의 가스 라이팅에 시달리면서 좌절했어도(현직 회사는 해당 없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계셨다니. 감동이었다. 그 마음을 느꼈기 때문에, 복귀 후 겪었던 슬럼프는 약 90일 만에 끝났다. 나에게 호의를 준 분들에게 책 리뷰로 보답하고자 했던 내 감정 덕분에. 노력해서 좋은 콘텐츠 만드는 데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없었다. 실.제.로.


그 마음이 지금도 남아 있었기에 2022년은, 상반기에만 13회 네이버 메인에 올랐던 것이 아닐까.





02. 후레자식이라는 주홍글씨를 덜어내고 싶었던 마음




대한민국에서 아버지가 없는 가정은, 주홍글씨 같다고 느껴진다. 내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으니까 그 모양 그 꼴이라는 냉소 어린 시선을 그대로 받으니까 말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딜 가나 저 말이 따라붙었으니까. 우리 집은 내가 1살 때 아버지가 사업 실패 후 야반도주를 하셨으니 말이지. 그리고 나를 다시 데려가서 1년 동안 어두웠던 방에 방치까지 시켰으니 말이다. 그 아비란 사람이.


다행이었던 건 엄마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에 위인전이 많았다는 거였다. 충무공 이순신, 대조영, 태조 왕건, 세종대왕, 광개토대왕, 황희 등 국내 위인과 모리타 아키오,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해외 기업인 책들이 많았다. 외할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았던 이문열 삼국지도 있었다. 나는 거기에 빠져 들었고, 아버지 빈자리쯤은 위인들로 채워버릴 수 있었다. 


그때 읽었던 위인전들이 원동력이 되었다. 그 덕에 사회 초년생 시절, "쟤는 후레자식이라 일 못해!"라는 폭언을 견뎌냈고, 그게 큰 인내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게 블로그 운영 경력 10년으로 연결되었고, 마침내 어렵다던 네이버 인플루언서 고시를 단번에 통과, 책 콘텐츠를 네이버 메인에 올린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그런 점에서 나에게 있어서는 아버지가 없다는 것은 그리 큰 타격은 아닌데, 사회는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았는지 모르겠다. 뭐, 그게 나에게는 원동력 of 원동력이 되었지만(하지만 두 차례의 심리치유 때 그게 꽤 큰 상처였다는 걸 발견했지만... 흠).






올해는 감사하고 과분하게도, 상반기에만 네이버 메인에 너무 많이 올랐다. 이미 작년도 상반기보다 더 좋은 블로그 성과를 낸 것은 감사한 일. 그리고 그것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실패해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는 그 따스한 마음과... 나 자신이 성장하려고 했던 동기... 두 개가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하반기가 더 기대된다. 나는 인플루언서로서 이 두 마음만 잘 갖고 가도, 더 좋은 나를 만들 수 있겠지. 이 마음으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롤 모델이 있다는 것(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