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성을 띤 보고서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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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업무를 할 때 스트레스가 커지는 이유는 일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서의 개요를 짜기 위해 며칠을 고민했는데, 마치 아무 일도 안 한 것처럼 일한 티가 나지 않는다. 잠시도 쉬지 않고 고민을 했는데도 주변 사람들이 노는 것으로 볼까 봐 신경이 쓰인다. 피터 드러커는 지식근로자에게는 ‘생각하는 것이 곧,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생각해도, 얼마만큼 일했는지는 자신 외에는 알 수 없다는 게 함정이다.
우리는 ‘보고’라는 형태로 일한 과정과 결과를 다시 엮어서 전달한다. 보고를 잘하면 생각하는 일을 잘한 것이고, 제대로 보고를 못 하면 일을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렇게 보고가 중요한데도 이를 등한시하거나 마지 못 해 하는 사람이 많다. 회사마다 보고서의 틀이 있게 마련이니 그 형식에 맞춰 최대한 빨리 보고를 끝내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적극적으로 쓴 보고서는 분명 다르다. 여러 사람에게 보고를 받는 리더는 보고서를 판별하는 눈이 생긴다. 진심을 담지 않은 보고서는 금방 드러난다. 보고서는 ‘감상문’이나 ‘수필’처럼 읽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글도 아닌데 어떻게 진심을 담을 수가 있을까.
보고서에서 진심이란 ‘적극성’을 말한다. 우선은 준비의 적극성이다. 준비를 잘한 보고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사전 조사부터가 철저하다. 보통은 보고서에 필요한 데이터를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조사한다. 그러는 편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에 적극적인 보고서는 폭넓게 조사하고 더 풍부한 데이터를 담는다. 조사 내용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각이 한발 더 나아간다. 근거 자료에 깊이가 있고 논의 주제도 다양하다.
다음으로는 생각의 적극성이 있다. 팀장이 보고를 원하는 것은 현재 상황을 명확히 판단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정보만을 나열하면 의사결정이 어렵다. 이럴 때 담당자의 통찰이 담긴 견해를 담아주면 결정이 쉬워진다.
팀장보다는 담당자가 더 많은 통찰을 가진 때가 많다. 팀장은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실무 이슈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 담당자는 주관적인 판단으로 객관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 약점이지만, 실무 감각은 리더보다 낫다. 따라서 팩트와 견해를 구분해서 담아주면 팀장이 양측을 모두를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실무자는 섣부르게 견해를 담았다가 책임질 일이 생길까 두렵다. 뚜렷한 견해를 담기 꺼리는 이유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견해를 담으려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고민의 깊이는 ‘문제를 얼마나 해결하고 싶은가’라는 열정과 관계가 있다. 열정이 있는 사람은 자기 일의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어 한다. 남들이 ‘이거 괜히 얘기했다가 나만 곤란해지는 거 아냐?’하고 불안해할 때도 자신의 주장을 담는다.
회사 일을 하면서 의욕을 잃는 것은 워낙 제약 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얼마 이하의 예산으로 마무리하라.’, ‘이번 기획은 3주 안으로 보고해야 한다.’, ‘지원 인력은 2명뿐이다.’ 넉넉한 비용과 시간을 지원해 주는 조직은 드물다. 매사에 이런 제약이 따르면 자원이 조금만 더 넉넉하다면 완벽하게 일할 수 있을 텐데 하고 아쉬워한다.
한편으론 제약사항이 담당자의 자율성을 꺾는 것 같아 불편하다. 팀장은 ‘네 생각대로 한번 해봐라’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예산, 인력과 같이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자꾸만 생각의 크기가 작아진다. 애써 만들어 놓은 기획이 실행할 때가 되면 뱀 꼬리만큼 작아지는 일이 흔하다.
제약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이다. 어느 회사도 한도 없이 예산을 지원하거나 무기한으로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참신한 발상으로 제약을 넘는 기획을 해내는 것이 기획자의 역량이다. 최근 업무에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도 탁월한 아이디어로 제약 조건을 극복하고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을 극복할 방법을 찾되, 주눅이 들어서는 곤란하다. 조건에 얽매이면 발상이 위축되기에 십상이다. 불우한 환경과 갖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굽히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마찬가지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보고서는 리더의 가슴을 설래게 한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인력이 보충된다면…’라며 <만약>을 외치는 보고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정된 지원만 있어도 이걸로 충분하다. 중요한 건 발상의 전환이다.’라고 말하는 보고서는 아무나 쓰지 못한다. 이 문제를 꼭 풀고 싶다고 간절히 고민한 사람만 쓸 수 있다.
누가 보기에도 뻔한 결론을 내리는 보고서가 있다. ‘현장 관리자의 역량 제고’, ‘신제품 판매 추진력 향상’과 같은 결론이 그렇다. 여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은 충분한 대안을 검토하지 않았다. 다양한 전문가, 현장의 의견을 듣고 폭넓은 대안을 검토하였다면 이런 어정쩡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다음 문제는 충분히 검토하고도 일부러 조그마한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괜히 일을 크게 벌였다 잘 안되면 책임지기 싫다.’, ‘내가 할지도 모르는데 일을 만들지 말자.’, ‘괜히 그럭저럭 돌아가는 현재의 체계를 바꾸지 말자.’ 하는 얄팍한 잔꾀를 쓴 것이다.
팀장은 보고 내용이 부족한 팀원은 답답하게 여기지만 미워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잔꾀를 쓰는 팀원의 속내가 보이면 못내 괘씸하다. 단순히 현재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팀원도 있다.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 정도로 자신의 역할을 축소하려고 애쓴다.
담당자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일 때 동료나 상사도 함께 대안을 논의하고 문제해결을 돕는 법이다. 담당자가 단순 메신저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 짓는다면 주변 사람들도 도우려 하지 않게 된다. 솔직하고 적극적인 보고는 누구나 쉽게 알아본다. 만일 보고 내용이나 형식이 조금 부족하다면 배우면서 나아지면 된다. 그러나 소극적인 사람은 변화시키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