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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이도의 일을 통한 팀원 성장

도전적인 과제를 부여하는 요령

by 임희걸

'조금 더 어려운 일을 맡겨서 팀원을 키워 봐야겠다!'


팀장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기대했던 것만큼 쉽지가 않다. 팀원은 이런 제안을 부담스러워한다. 내 경험으로는 대놓고 못 하겠다고 말하는 팀원도 있었다. 어차피 시도만 해 보는 것이니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도 잘 받아들이질 않았다.


늘 비슷한 수준의 일만 해서는 성장이 되질 않는다. 경험이 풍부한 팀장은 누구보다 이 점을 잘 안다. 팀원의 성장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큰 팀장일수록 도전적인 업무를 주고 싶어 한다. 그런 진심을 모르고 팀원이 거절하면 꽤나 섭섭한 마음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편안한 현재, 즉 컴포트 존(Comport Zone)에 머물고 싶어 한다. 컴포트 존은 자신이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심리적 상태나 행동의 범위를 말한다. 이 영역 안에서는 스트레스나 불안은 적지만, 동시에 큰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다. 많은 팀원은 컴포트 존에 머물고자 한다. 어렵고 새로운 일이라면 두렵다는 생각부터 한다. 이런 두려움을 깨 주고 도전하게 만드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다.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된다. 팀원을 성장시키기 위해 고난도의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무턱대고 어려운 일을 떠넘기는 것'과 다르다. 잘못하면 팀원은 성장을 핑계로 자기 능력을 시험하는 게 아닐까 오해한다. 팀장이 일로 괴롭히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팀장이 팀원을 도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지만, 그 방법이 서투를 때 이런 오해가 생긴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단계적인 접근법 없이 무작정 어려운 일을 해보라고 한다. 이걸 당하는 팀원 입장에서는 나를 위한 과제라고만 느끼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은 어려운 일을 나에게 던지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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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팀원의 성장 욕구를 파악하고 단계적으로 난이도를 높이는 접근 방법을 사용하도록 한다. 커리어 면담을 통해 팀원의 욕구와 열정을 파악하고 고난도 업무 부여 전략에 반영하면 좋다. 팀장은 체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계획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올해는 현재 업무에서 근접한 영역으로 업무 범위를 확장하고, 실력이 향상되면 내년에는 선임 팀원의 업무 중 일부를 맡도록 하는 식이다.


단순히 어려운 업무를 던져 놓고 방치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중간 점검과 점검 결과에 따라 적절한 피드백이 있어야 팀원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개인의 성장 단계, 업무 특성, 지원 방법을 고려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셈이다.


나는 매년 연초에 원온원을 할 때, 그해에 새롭게 도전할 업무를 반기별로 하나씩 정하도록 한다. 고난도 업무는 실패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팀원 스스로 도전하겠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일단 의무적으로 도전 과제를 제출하도록 하고 피드백한다. 너무 수준이 낮은 과제는 수정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어려워 보이는 과제는 잘게 쪼개 단계적으로 해 보도록 조언한다. 무엇보다도 실패해도 괜찮다는 점을 팀원이 느낄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시도해 볼 용기를 얻는다. 1년에 한두 가지 정도라면 팀원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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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도전적 과제를 부여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어떤 방법이 우리 팀, 해당 팀원에게 맞는지 고민해 보고 하나씩 시도해 보면 좋다. 역할 전환이나 책임이 큰 업무를 부여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리더 역할을 맡기거나 답 없는 과제를 주는 방법은 팀원의 부담이 큰 방법이다. 부담이 크겠지만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1) 단계적 난이도 상승 과제 제시

이 방법은 작은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높이고 다음 단계로 도전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현재 역량 수준에서 살짝 난이도가 높은 업무를 맡겨야 하기 때문에 현 수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처음에는 새로운 업무에 대한 단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보고서 작성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작은 규모의 기획안을 써 보게 한다. 소규모 기획이 익숙해진 후에는 하나의 프로젝트 전체를 아우르는 기획에 도전하도록 독려한다.


2) 역할 전환 과제 운영

평소 업무 영역에서 벗어난 역할이나 더 어려운 선배의 역할을 맡겨 보는 방법이다. 업무 역할을 바꾸면 보다 다면적인 사고를 해볼 수 있게 된다. 기존에 상품 개발만 담당했던 팀원에게 고객에게 직접 우리 상품에 대한 인터뷰를 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상품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 고객 니즈 읽기의 어려움, 상품 개발자로서의 자부심 등 다양한 측면을 느끼고 깨달을 기회가 된다.


3) 책임감이 큰 과제 부여

중요한 외부 커뮤니케이션이나 보고 등 책임감이 높은 업무를 부여하면 해당 업무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수행하거나, 고위 임원에게 업무 보고를 하도록 한다. 업무 스트레스가 커지지만, 이러한 책임감과 긴장감이 성장을 촉진하는 자극이 된다. 일단 성공하면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4) 프로젝트 리더십 역할 부여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프로젝트 리더 역할을 맡게 되면 업무 조율과 의사 결정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나는 3년 차 때 팀의 다양한 업무 매뉴얼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의 리더를 경험했다. 처음으로 작은 규모의 리더 역할을 맡아 주도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체험할 기회를 얻었다. 프로젝트 리더십 역할은 업무 능력과 리더십 양쪽을 모두 개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5) 답이 없는 과제에 도전하게 만들기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기획하도록 기회를 부여한다. 이렇게 정해진 답이나 사례가 없는 과제는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정보를 탐색하는 스킬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 다양한 시도와 실패 경험으로 복합적인 역량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매우 어려운 과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팀원이 좌절하고 포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팀장이 지원, 코칭 능력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팀원의 성장은 팀장의 팀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갈수록 팀원들은 성장의 가치를 높게 본다. 내가 이 자리에게 계속 성장할 수 있느냐로 이 팀과 회사에 남아 헌신할지를 결정한다.


실무형 팀장에게 팀원 성장은 매우 어려운 임무에 해당한다. 팀이 일하는 체계를 만들고 실무를 해결해 나가면서도 시간을 쪼개고 노력을 쏟아 팀원을 성장시켜야 한다. 마이크로 프로젝트를 챙기고 고난도 과제를 부여하고 적절히 피드백, 코칭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팀원을 성장시키는 방법에 한 번 노하우가 생기면 그때부터는 팀원 성장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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