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라면 학습 리추얼을 만들자

리추얼의 힘과 직장인의 공부

by 임희걸

우리 팀만의 의례를 만든 팀장


B 팀장의 팀은 매일 아침 스터디 미팅을 했다. 팀원이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10분간 PT를 하는 방식이었다. 한 팀원은 주식 투자 방법에 대해 발표했고, 다른 팀원은 플라워 데코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팀의 창의성 수준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스터디 미팅은 몇 년간 진행되었고 팀원의 만족도가 높았다.


W 팀장은 출근한 순간부터 9시까지 북-타임을 운영했다. 출근하는 사람은 작게 속삭이듯 인사를 하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책 읽는 동료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마음이었다. W 팀장의 팀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아침을 맞았다. 아침마다 상사의 개인사나 동료의 집안 사정을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좋아하는 팀원이 많았다. 온라인 외국어 회화 수업을 듣는 직원도 생겼다.


회사에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강연을 개최했다. 워낙 재미있게 강의하는 분이어서 1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 유독 내 귀체 꽂힌 메시지가 있었다. 훌륭한 조직에는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리추얼>이 있다는 말이었다. 리추얼이란 구성원의 화합을 위해 정기적으로 행하는 의례를 말한다.


아마존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면 언론에 어떻게 소개될지 가상의 헤드라인을 만든다. 신제품의 얼마나 주목받을지를 미리 상상해보며 구성원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팀은 갖가지 리추얼을 가지고 있다. 뉴질랜드 국가대표 럭비 팀은 경기전 각자의 사물함을 깨끗이 정리하는 리추얼을 운영한다. 미국 해병대에서는 매일 아침 침대를 깔끔히 정리하는 리추얼을 강조한다. 중요한 시합이나 전투를 앞두고 마음가짐을 가다듬는 행동이다. 최근 개인이나 조직의 리추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리추얼은 구성원에게 조직의 신념이 자연스럽게 배어들게 만든다. 잔소리나 강요에 비해 훨씬 효과가 좋으면서 거부감이 적다.



리추얼은 조직의 좋은 습관이다


정기적 의식은 조직이 함께 만드는 좋은 습관이다. 생각이 행동을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먼저 행동하면 생각이 바뀐다. 기분이 좋을 만한 상황이 아니어도 일부러 웃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는 원리다. 좋아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좋아지는 것이다.


리추얼을 반복하면 의례에 담겨있는 사상이 구성원에게 어느새 조금씩 젖어 들어간다. 선배님 한 분은 어머니의 권유에 못 이겨 주말마다 사찰에 가서 백팔 배를 했다. 백팔 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정화되고 시름을 잊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은 어머니와 같은 불교 신자가 되었다.


월요일 아침 우연히 한 증권사 VIP 센터에 들른 적이 있다. 강남에서 잘 나가는 웰스 매니저들이 모여있는 점포였다. 투영한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한 주간의 금융 시장 동향에 대해 학습하고 있었다. 증권사 지점, 보험사 지점, 외제 차 딜러 등 고소득을 올리는 전문 세일즈맨들을 학습하는 리추얼을 철저히 실행한다. 꾸준한 학습을 통해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을 배운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과 제도의 흐름을 공부한다. 공부를 통해 실력을 늘리면 성과가 따라온다.


처음에는 정기적으로 공부하자는 리더에 말에 반발하는 세일즈맨들이 많다. 나중에는 이들이 학습 모임을 주도한다. 많이 공부할수록 높은 성과를 올린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팀은 공부하는 리추얼을 가지고 있다.


다른 리추얼에 비해 학습은 팀원들이 쉽게 받아들인다.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티-타임이나 간식 시간을 선호하는 리더도 있다. 요즘은 다이어트를 하는 직원이 많아 모두가 모여 간식이나 아침 먹는 시간에 부담을 느낀다.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지 않거나, 특정 브랜드의 커피를 선호하는 직원이 있다. 바야흐로 취향의 시대다. 먹는 것, 마시는 것 모두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 먹고 마시는 모임은 신중하게 취향을 배려해야 한다. 게다가 귀찮은 의식 절차 없이 업무에 집중하고 정시에 퇴근하길 원하는 팀원도 있다. 팀원의 다양성 앞에서 모임이 좌초되는 때도 많다


반면에 학습, 성장을 위한 리추얼은 보다 쉽게 받아들여진다. 일하는 이라면 누구나 벽에 부딪힐 때가 있다. 실력을 늘려 더 높은 수준의 일에 도전하거나 커리어를 개발하고 싶은 욕구도 크다.


학습의 리추얼은 일 자체와 연결되기 때문에 일터에서 받아들이기에 부담이 적다. 우리 문화는 유독 ‘공부’라는 키워드를 좋아한다. 불확실한 환경과 점점 강해지는 실력주의 탓으로 직장인에게 공부는 점점 더 필수 요소가 되었다. 모두가 꼭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아직은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 바로 공부다. 그렇게 매일매일 미루다 몇 년이 훌쩍 흘러간다.



학습 리추얼을 만드는 방법


물론 정기적으로 함께 학습하는 습관은 꽤 어렵다. 함께 모여 공부를 하려면 콘텐츠가 필요하다. 다수의 팀장이나 지점장이 학습 미팅을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준비에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학습 콘텐츠를 준비하는 일은 꽤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팀원이 돌아가면서 콘텐츠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방법도 팀원이 서로 미루며 콘텐츠 준비를 게을리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는 마찬가지다. 자기 차례가 되었는데 성실하게 콘텐츠를 준비하지 않으면 형식적인 모임이 되기도 한다.


팀장은 스터디 미팅의 주제와 운영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우선은 우리 팀의 업무 특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기획, 디자인, 상품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면 형식이나 주제를 자유롭게 운영하는 편이 좋다. 재무, 자산운용, 경영전략 등 분석과 논리적 추론이 필요한 업무라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주제를 제안하면 좋다. 인사, 마케팅, 영업지원이라면 사례를 중심으로 학습하면 재미와 전문성을 동시에 쫓을 수 있다. <동아 비즈니스 리뷰>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사례를 통해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방법도 좋다.


이때 반드시 팀장 개인의 학습 방법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도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명사들의 금언을 굉장히 좋아하는 팀장이 있었다. 매일 아침 명언 집을 팀원이 돌아가면서 읽게 했다. 젊은 팀원들은 이 행사를 매우 싫어했다. 인생의 단맛 쓴맛을 맛본 시니어 팀장은 명언의 단어 하나하나가 깊은 풍미를 느낀다. 하지만 쿨함을 추구하는 주니어 팀원은 이것을 고리타분한 잔소리처럼 느꼈다. 성인의 학습은 유아나 청소년의 학습과는 달리 학습자의 욕구를 철저하게 반영해 주어야 한다. 성인은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학습하기를 원한다. 이게 성인교육의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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