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인가, 팀원인가?

실무형 팀장이 대세가 된 이유

by 임희걸

오랜만에 외국계 은행의 재무팀장인 선배를 만났다. 한참을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각자 업무의 애로사항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선배는 특히 엑셀 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익숙해졌다 싶으면 엑셀 버전이 올라가면서 기능이 늘어나니까, 그걸 다 배우기 힘들어. 게다가 데이터 양이 점점 더 많아져서 회계 마감 때 필요한 데이터가 많아지니 분석하기도 훨씬 어려워졌어. 결국 팀원 때보다 팀장 때 더 야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아니, 선배님은 팀장이라면서요? 그렇게 엑셀 작업을 많이 해요?”


“요즘 팀장 달았다고 실무를 손에서 놓는 사람이 어딨어? 말이 팀장이지 실무와 팀 관리를 모두 해야 하는 해.”


선배를 말을 듣고 우리 회사의 조직도를 펼쳐놓고 팀장을 분류해 보았다. 크게 실무형 팀장과 관리형 팀장 두 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우리 회사 팀장 중 절반 정도는 실무형 팀장으로 채워져 있었다. 앞으로 어떤 회사, 어떤 팀이든 팀장은 실무를 겸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미 스타트업의 팀장은 대다수가 실무형 팀장이다. 왜 이렇게 실무형 팀장이 늘어나는 것일까?



실무형 팀장이 시대의 흐름이다


도쿄대 종합교육연구센터의 나카하라 준 교수는 리더십 교육 전문가다. 나카하라 교수는 플레잉 매니저(Playing Manager)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플레잉 매니저라는 단어의 본래 뜻은 ‘선수를 겸한 감독’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관리자 대부분이 플레잉 매니저다.


나카하라 교수는 플레잉 매니저가 늘어나는 이유를 기업의 대량 인원 감축에서 찾는다. 기업들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량은 유지하면서 인력을 줄여버렸다는 것이다. 적은 인력으로 같은 양의 일을 감당하려다 보니 직원들의 업무 부하가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팀장이 오로지 관리만 할 수는 없었다.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새 팀원이 오기를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보니, 팀장 자신이 직접 일을 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나카하라 교수의 분석 외에도 실무형 팀장이 다수를 차지하는 이유는 많다. 실무형 팀장의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는 비즈니스 현장에 전문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기술과 지식이 쏟아지는 시대다. 아무리 팀장이라 하더라도 실무 전문성이 없으면 이러한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자신의 고유 업무를 가지고 있으면 계속해서 전문성을 키울 기회가 늘어난다.


게다가 팀원들은 실력이 있는 리더를 더 신뢰한다. 리더십을 연구한 결과, 리더의 인성만큼이나 실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직원들은 리더가 성품이 뛰어나도 실력이 없다면 신뢰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리더가 실력이 부족하면 구성원에게 휘둘리는 상황도 생긴다.


요즘 팀원들은 단순히 경험을 강조하는 상사를 싫어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자신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는 팀장은 신뢰하지 않는다. 팀장은 팀원의 요구를 만족하기 위해서 기존의 경험에 새로운 지식을 덧입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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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요리를 못하면 주방장에게 휘둘린다


대학생 때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했다. 가게에서 제일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방장이었다. 별로 실력이 대단한 것 같지 않은데도, 자신이 호텔 주방장 출신이라며 으스대기 일쑤였다.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을 마치 하인 다루듯 했다. 모두가 주방장을 싫어했다.


그런데 가게 사장님도 주방장을 강자헤 제지하지 못했다. 주방장이 유일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 아프면 하루 쉬면 그만이었지만 주방장이 아프면 가게 문을 열 수 없었다. 주방장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더 자기 마음대로 행동했다.


결국 사장은 직접 요리 학원에 다니면서 요리를 배웠다. 몇 달 뒤 사장이 일부 메뉴를 담당하자, 주방장은 더는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었다. TV의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대다수의 식당은 사장이나 그 배우자가 주방장을 겸한다. 식당의 존폐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 직무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관리만 하는 팀장은 종종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일수록 더 그렇다. 핵심 인재가 빠져나가면 성과 창출에 큰 타격을 입는다. 이럴 때 팀장에게 전문성이 부족하면 핵심 인재에게 휘둘리기 쉽다.



솔선수범의 리더십


리더십의 정수는 뭐니 뭐니 해도 솔선수범이라고 생각한다. 팀장이 가장 어려운 일, 가장 까다로운 일, 직원들이 가장 꺼리는 일을 직접 할 때 솔선수범이라 할 수 있다. 삼국지의 맹장 조조는 조직의 정점에 있는 대장군이지만, 병사들의 상처가 썩은 고름을 짜내는 일까지 직접 했다고 한다.


실무형 팀장의 고유 업무는 무엇일까? 대부분은 팀에서 가장 고난도의 일을 담당한다. 실무형 팀장은 직전까지 팀의 에이스였다. 가장 일 잘하는 직원으로 고난도의 일을 담당하며 평판을 쌓아 팀장 자리를 제안받는다. 팀장이 되고 나서도 마지막 고유 업무를 유지하게 된다. 그렇게 고난도의 일은 실무형 팀장의 몫이 된다.


영업팀이라면 팀장이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다. 팀 전체의 실적의 60~70%를 팀장이 담당하고, 팀원이 나머지 실적을 채우는 팀도 있다. 우리 회사에서는 전략 수립이나 기획 업무를 팀장이 담당한다. 오랜 시간의 자료 조사, 글쓰기의 고민이 필요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고난도의 일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실무형 팀장의 리더십이 살아난다. 자기는 전혀 실무를 하지 않으면서 일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만 하는 팀장의 말에 권위가 실릴 리 없다. 직접 일하는 모습의 본을 보여주면 팀원은 자연스럽게 배우고 실천한다. 직접 보여주는 행위는 일터에서 일을 잘하게 만드는 최고의 학습법이다.


최근 조직은 사내 코치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무형 팀장은 사내 코치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리더로서, 또 실무자로서 팀원들을 코칭하고 육성해야 한다. 조직을 관리하고 팀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업무를 담당한다. 거기에 팀원을 키우는 역할까지가 팀장의 몫이다.


실무형 팀장이 늘어나는 현상은 조직에도 팀원에게도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팀장 개인에게는 최악의 상황임이 틀림없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책임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무형 팀장은 두 가지 역할로 인한 시간 부족에 시달린다.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개인으로서는 얻는 것에 비해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는 것이 실무형 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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