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인사이트
대량 생산으로 찍어내는 공산품은 대체로 소비자의 평균치를 측정해 설계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포괄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특성에 맞춰 제품을 만드는 거다. 다수를 공략해야 효율과 이윤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사회적으로 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다양성을 포용하는 디자인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평균에서 벗어난 사람도 무리 없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말이다. 다만 왼손잡이용 가위처럼 배제되던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제품을 설계하라는 말과는 차이가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성과 여성,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서로 다른 언어 문화권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시설 혹은 서비스를 가리킨다.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 표현할 수 있는데, 간단한 개념과는 달리 사람마다 다른 특징을 다층적으로 살펴야 하므로 숙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미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부담되고, 그렇다고 소수자를 배려하는 제품을 출시하자니 말 그대로 ‘소수’라 돈이 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소수자 시장을 포용하는 일은 매우 열악한 시장을 개척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렇다고 외면하기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브랜드 이미지상 문제가 된다. 많은 기업이 시혜적인 차원, 즉 일회적 마케팅으로 소수자 시장에 접근하는 이유다.
여기 간단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이와 같은 문제에 접근한 사례가 있다.
이케아 제품은 저렴하고 개인화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특성 덕분에 인기가 많다. 어딜 가든 이케아 제품 하나 정도는 꼭 발견하기 마련이다. 인기 제품은 ‘국민 ○○’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런 ‘보편성’이 ‘다양성’을 포괄하는 건 아니다. 손잡이가 없는 옷장, 스위치 부분이 너무 작은 조명 등은 비장애인이 사용하기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애인에겐 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결정적 장벽이 되곤 한다.
이케아 이스라엘이 공개한 ThisAbles 컬렉션은 이런 고민에 영감을 제시한다. 총 13개의 3D 프린팅 소형 도구들로 이뤄져 있는데, 간단한 방식으로 기성 제품을 장애인 친화적인 제품으로 전환한다. 손잡이가 없는 가구에 손잡이를 단다거나, 높이가 너무 낮아서 앉았다 일어나기 힘든 소파의 다리를 늘릴 수도 있다. 기존의 작은 스위치도 거대한 스위치로 교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조립법 및 사용법을 유튜브 및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웹사이트 접속이 안 되는 것 같다.)
모든 도구의 3D 프린팅 파일도 웹사이트에 공유해뒀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3D 프린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스라엘에 거주하지 않아도 직접 도구를 제작할 수 있다. 또, 이케아 측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기 위해 사람들로부터 제안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사례의 의의는 기존 제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외됐던 소비자를 포용했다는 점이다. 또,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서비스화했다는 것이다. 이미지 제고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일지라도 지속성을 갖춘 서비스가 돼야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