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사례 - 프랑스 스트리밍 플랫폼 Molotov
오늘 가장 눈에 띄었던 테크크런치의 기사.
https://techcrunch.com/2018/12/11/molotov-creates-a-vr-coffee-shop-to-watch-tv-together/
프랑스의 스트림 TV 플랫폼인 몰로토프(Molotov)가 내년 2월 새로운 서비스인 몰로토프 투게더(Molotov Together)를 출시한다는 소식이다. 몰로토프는 하나의 계정으로 휴대전화, 태블릿, 셋톱 박스에서 TV를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
VR 헤드셋을 쓰고 TV를 보는 경험은 이전에도 많았다. 몰로토프 투게더도 이와 마찬가지인 서비스인데 기존의 경험과는 전혀 다르다. TV를 보는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TV를 보는 경험을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발달한 요즘,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TV 앞에 모여 앉아 시청하는 게 중요한 순간이 있다. 바로 스포츠 경기나 선거 개표 방송 등과 같은 큰 이벤트가 있는 날.
이때 둘러앉아서 사람들과 주고받는 이야기와 농담, 웃음과 같은 요소는 영상 콘텐츠만큼이나 중요성을 지닌다. 몰로토프의 서비스는 점점 축소되고 있는 이런 경험을 첨단 기술로 구현하는 것이다. 일종의 원거리에 있는 사람을 위한 TV.
이를 위해 앱 안에 가상의 카페인 몰로토프 카페(Molotov Café)를 만들었다. 같이 영상을 보고 싶은 친구 한두 명과 카페에 입장해, 함께 영상을 본다. 다들 각자의 장비가 있는 만큼 꼭 같은 프로그램을 볼 필요는 없지만, 서비스의 목적은 가상의 공간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다.
혼자 보기 아까운 콘텐츠가 있으면 공유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보는 동시에 음성 채팅이 지원되기 때문인데, 오프라인 공간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이때 좀 더 실재감을 주기 위해 상대방의 목소리에 공간감을 반영해서 표현한다고.
리액션 비디오가 인기를 끄는 현상처럼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콘텐츠에 다른 사람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하는 심리가 있다. 또, 내가 느낀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욕망도 있다. 단순히 첨단 기술로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미처 생각지 못했던 감성적인 영역을 간파해 서비스화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은 사례다.
공식 출시 이후에 추가로 염두에 두고 있는 기능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집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처럼 가상의 거실을 구축하고 거기에 친구들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가상 카페는 모두가 TV를 제어할 수 있는 것에 반해 여기에서는 가상 공간의 주인에게 제어권이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가상 공간의 주인이 유료 콘텐츠나 프리미엄 콘텐츠를 틀면, 이를 구독하지 않는 사람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친구 집에 놀러 가 친구가 구독해둔 유료 TV 채널을 보는 것은 문제시되지 않지만, 이 경우 저작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가상 공간이 점점 발전하면서 이와 같은 문제가 더 많이 등장할 텐데 어떻게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직은 가상현실은 게임처럼 신나고 재미있는, 역동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데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사례를 조사하다 보면 가상현실로 치료하는 사례는 물론, 명상과 같은 심신을 수련하는 데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이 사례가 다른 가상현실 사례보다 특별히 흥미로운 지점은 가상현실에 메타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곧바로 서비스가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가상 안에 가상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 역동적이지도 그렇다고 정적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는 중립적인 가상공간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