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병사로 군대에 가면 처음 자대 배치받는 곳에서 전역을 한다.
하지만 가끔 신병이 아닌 병사가 전입오기도 하고 반대로 전역도 하기 전에 다른 부대로 가는 친구들도 있다.
보통 부대를 옮기는 경우는 영창을 갔다 온 경우다.
영창을 갔다 왔다고 해서 모두 부대를 옮기지는 않는다. 다른 부대원과의 마찰로 인해 영창을 간 게 아닌 경우 다시 원래 부대로 복귀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부대를 옮겼다고 해서 모두 영창을 갔다 온 것은 아니다. 직책이 바뀌거나 병영 부조리 피해자인 경우 부대에 요청하면 바뀌기도 한다.
직책이 바뀌는 경우엔 보통 개인의 사정에 따라 그 부대에서 맡을 수 있는 직책이 없거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보직으로 가는 것이고 대부분 전역 기간을 1년 이상 남기고 옮기는 것이라 적응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반면 병영 부조리 가해자는 남은 복무기간과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전출당한다. 약하면 중대 조정으로 끝나지만 심할 경우 대대나 연대까지 바뀔 수도 있다.
보통 이렇게 넘어온 경우 부대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포대장 생활을 하면서 여러 명의 타부대 인원을 받아봤다. 그들이 전입 온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하나같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
1. 상관모욕죄
첫 번째 친구는 포대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이미 다른 부대에서 넘어와 있었다. 보통 주특기 때문에 다른 중대나 대대에서 넘어오는데 이 친구는 특이하게 헌병대에서 왔다. 아마 헌병대에 남아있기 힘든 상황이어서 주특기가 달라도 넘어온 것이다.
당시 이 친구는 상병이었는데 헌병대에 있을 당시 병사들끼리 있을 때 여군 상관에 대하여 성적인 농담을 하곤 했는데 같이 있던 병사들이 신고하여 영창뿐만 아니라 법적인 처벌까지 진행 중이었다.
주특기도 다르고 법적인 처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부대 적응에 관심 있을 리 없었다. 선임들이 가르치려고 해도 의지가 없고 후임들 역시 타부대에서 온 무기력한 선임을 인정해줄 리 없다.
처음엔 좋게 타일러 봤는데 인정받지 못하는 건 둘째치고 자기 할 일도 안 하면서 후임들한테 일을 미룬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고를 한 적이 있다.
그러다 조사를 받기 위한 소환을 앞두고 면담 간에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피해 여군은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라 재판을 받는 건 불가피할 것 같아서 심적으로 힘들어서 그동안 의욕이 없었다고 했다.
처지가 딱하긴 하지만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었고 봐줄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다짐을 받았지만 생활관 애들한테 물어보니 의욕 없는 건 여전하다고 했다. 대신 후임들한테 짬 때리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의 조사를 받으면서 남은 복무기간을 채우고 쓸쓸하게 전역했다.
2. 병영 부조리 피해자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요청이 있다면 다른 부대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 부대에도 다른 대대에서 병영 부조리 피해자로 넘어온 적이 있다. 사유는 취침 간에 코를 곤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군대에서는 공동생활을 하다 보니 코골이에 민감할 수 있다. 이미 부대에도 코골이가 심해서 수술을 받은 인원도 있고 수술을 못 해서 동기들에게 원성을 받고 있는 인원도 있었다.
이 친구는 들어올 때 딱 우리 포대를 찍어서 오겠다고 했다. 우리 포대 중에 친한 훈련소 동기가 있는데 우리 포대가 좋다고 했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대대장님은 우리 포대가 얼마나 분위기가 좋으면 다른 대대에서 오고 싶다고 하냐는 칭찬도 했었다.
이 친구가 전입 온 후 코골이 때문에 여기서도 동기들에게 원성을 살까 봐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생활관 동기들은 이 친구가 코를 골긴 하는데 그다지 심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아는 동기도 있고 부대에 문제없이 적응하겠다 싶었는데 문제는 코골이가 아니었다.
이 친구의 가장 큰 문제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데 혼자 전혀 다른 의미로 받이들이거나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고 말꼬리 잡고 늘어지면서 대화의 본질을 흐리기도 했다.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사람한테 말할 땐 과대하게 포장해서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같이 생활하는 동기들 간에 트러블이 심했고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 중재하려고 해도 이 친구가 하는 말과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달랐다. 그래서 항상 누가 진실이냐는 진위여부를 따지다가 지쳐서 포기해버리곤 했다. 그러다 보니 훈련소에서 친했다던 동기와도 사이가 틀어졌고 생활관 내에서 혼자 고립되었고 나중에는 생활관 동기들을 신고하면서 감찰조사까지 받게 되었다. 감찰조사를 받게 되면 잘못의 여부를 떠나서 상급부대에서 나와서 들쑤시기 때문에 포대뿐만 아니라 대대 전체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
조사 결과, 무혐의로 끝나긴 했지만 이 친구가 남아있는 이상 포대 단합에 저해될 것이라 봤지만 딱히 수가 없었다. 생활관 조정도 여의치 않았고 다른 포대로 전출을 보내고 싶어도 본인이 남겠다는 의지가 강했기에 방법이 없었다. 다른 부대원들과 화해를 시키고 싶어도 대화가 안 통하는데 화해가 될 리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친구가 어깨 부상으로 후송을 가게 되었고 수술을 받아 몇 달을 병원에 있다가 돌아왔을 때 어깨로 인해 임무수행이 제한되니 포대를 옮겨 편한 보직으로 보냈다.
3. 하극상
우리 포대에 오기 전에 이미 2개의 대대를 거쳐서 온 친구다. 하극상으로 왔는데 선임을 폭행까지는 아니지만 욕을 하고 위협하는 행위로 두 번 영창을 갔다 왔다. 훤칠한 키에 몸에 문신을 하고 있었는데 허리디스크가 있었고 정신과 진료도 받고 있었다. 군 복무를 계속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기에 첫 면담 때부터 군생활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의가사 전역 절차를 밞아줄 수는 있는데 여기서도 사고를 치면 더 이상 도와줄 수가 없다고 단단히 일러뒀다. 그래서 그런지 부대에서는 조용히 지냈다. 한 가지 문제라면 허리디스크가 있어서 힘든 일은 열외 하면서 축구나 족구를 할 때면 아주 날아다녀서 주변에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봤다는 점이다. 결국 몇 개월 후 의가사 진단을 받아서 전역을 했다.
4. 병영 부조리 가해자
인근 포대에서 병영 부조리로 전입을 온 사례가 3번 있었다. 이들 중에 제대로 적응했다고 할 만한 사례는 1번밖에 없었다. 보통 가해자의 경우 상병 이상이 많기 때문에 부대 적응을 잘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적응한 친구는 막 상병을 단 상태였고 애초에 사유가 다른 병영 부조리 사건에 연루되어 애매한 이유로 오게 된 것이라 그나마 적응을 했던 것 같다. 이 친구는 임무수행도 잘하고 포대 내 평판도 좋아 분대장까지 달고 전역을 했다.
하지만 나머지 2명의 경우 직접적인 가해자였고 부대를 옮긴 후에 의욕이 떨어진 모습으로 자주 있었다.
후임들 사이에서도 입지가 없다 보니 매사에 수동적이고 의욕이 있을 짬도 아니라서 일도 건성건성 하게 된다. 그래서 괴롭힘 문제는 안 일으켜도 의욕이 없는 모습 때문에 마음의 편지에 적히기도 한다. 그나마 동기들과는 어찌어찌 지내도 후임들과의 관계는 안 좋아 쓸쓸하게 전역을 했다.
우리 포대뿐만 아니라 다른 포대에서도 영창 갔다가 전입 온 인원들을 보면 잘 적응하지 못했다. (우리 포대에서 넘어간 친구도 그러했다) 영창을 갔다 왔다고 모두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지만 지휘관 입장에서는 최대한 그런 인원들을 받고 싶지 않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친구들도 어떻게 해서든 무사히 전역시키는 것이 지휘관의 역할이다. 지금도 부대원들이랑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을 모든 지휘관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