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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Oct 01. 2021

마음의 편지는 어떻게 받을까?

군대에서는 내부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방 헬프콜이라는 부대 외부의 신고기관이 있고 부대 내부에서는 마음의 편지라는 것을 받고 있다. 

보통 줄여서 '마편'이라 부르며 주로 부조리나 가혹행위 같은 것을 신고하는 역할을 한다. 

마음의 편지는 중대 단위로 받기도 하고 대대 단위로 받기도 한다. 

통상 야전부대에서는 중대 단위는 월마다 시행하고 대대에서는 반기 1회 정도 받고 있다. 그 이상 상급부대에서는 예하 부대의 인원수가 너무 많아 특별 점검 같은 형태가 아니면 잘 시행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월 1회 시행하고 때론 2회도 받다 보니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그 빈도가 잦게 느껴진다. 훈련이 잡혀있으면 훈련 준비하고 훈련하고 하다 보면 한 달이 훌쩍 지나가는데 또 마음의 편지를 받을 시기가 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부대에서는 형식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도 생긴다. 

적는 사람 입장에서도 번거롭고 귀찮게 느껴진다. 뭔가 쓸만한 게 있어야 쓰는데 1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바뀐 것도 없는데 자꾸 쓰라고 하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통상 일과 시간이 아닌 쉬는 시간에 불러서 쓰라고 하니 더욱 귀찮게 느껴져서 형식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마음의 편지는 내부고발 같은 느낌이 강했지만 요즘은 후임들의 무기 같은 이미지로 변했다. 하지만 마음의 편지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진다. 마음의 편지는 보통 내부고발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 본질은 고발하기 위한 용도가 아닌 '소통'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편지를 받을 때는 많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1. 시기와 장소

마음의 편지를 받을 때 주말, 일과 외 시간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정말 여유 시간이 안 나오면 불가피하게 일과 외 시간에 받을 수는 있겠지만 주말은 피해야 한다. 

주말은 온전히 휴식을 취하는 날이다. 평일에 야근하는 것과 주말에 출근하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이는 마음의 편지를 쓰는 사람의 태도도 달라진다. 마음의 편지라는 것에 적대적인 느낌을 최소화해야 한다.

장소는 최대한 독립된 공간에서 시행해야 한다. 칸막이가 있는 연등실 같은 곳이 있다면 가장 좋지만 그것이 안되면 소수의 인원으로 벽이나 창문 쪽을 바라보게 하고 써야 한다. 고개를 들었을 때 누군가의 눈을 마주칠 수 있는 환경이면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솔직한 답변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2. 좋은 인터뷰를 따내려면 좋은 질문이 있어야 한다. 

인터뷰는 단순 책 읽듯이 질문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뷰어는 인터뷰이가 좋은 대답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좋은 질문으로 유도해야 한다. 질문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병사들과의 관계나 분위기들을 살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질문에 칭찬하고 싶은 병사들을 항상 넣었다. 간부들이 볼 때 열심히 하는 병사와 병사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병사는 다를 수 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인정을 받아야 계속 열심히 할 수 있다. 

또한 질문은 매월 바뀌어야 한다. 매번 똑같은 질문을 하면 똑같이 식상한 답변밖에 할 수 없다. 전체를 바꾸기보다 고정 질문과 변동 질문을 적절히 섞는 게 좋다.

예, 아니오로 답변할 수 있는 답변보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질문이 좋다. 편안한 느낌을 위해 회식 때 먹고 싶은 메뉴라던가, TV 연등 시 보고 싶은 프로그램 등등 가벼운 질문을 섞는 것도 좋다. 

그리고 질문하는 사람의 의도와 받는 사람이 생각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예시 답변을 써놓으면 좀 더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다. 



3. 비밀유지

마음의 편지는 기본적으로 익명으로 받아야 한다. 인터넷 댓글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익명일 때 사람들은 좀 더 용감해진다. 하지만 마음의 편지를 받는 입장에서는 완전히 익명이어서는 안 된다. 최소 어떤 생활관에서 나온 이야기인지는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문제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번은 대대 마음의 편지에서 상병 중 누군가 욕설을 한다는 내용이 나온 적이 있었다.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상세한 진술이 있어야 한다. 만약 중대 마음의 편지에서 나온 것이라면 생활관을 구분해서 빠른 시일 내에 피해자와 면담을 했겠지만 대대에서 받은 것이다 보니 누가 쓴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일단 그 상병이 속한 분과의 일 이병들을 전부 조사했는데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될 경우 해당 분과가 아닌 다른 분과로 확대해야 하는데 일·이병만 30명이 넘는데 계속 면담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많은 시간이 지나버리고서야 피해자를 찾을 수 있었다. 

어차피 이런 문제의 경우 징계까지 넘어가려면 피해자의 진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신상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다수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한 명일 경우 그 사람을 찾겠다고 시간을 지연하기보다 대략적인 소분류를 통해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활관 순서를 무작위로 호명해서 작성했지만 그 순서를 따로 적어뒀고 한 봉투에 다 넣지만 종이를 앞뒤를 뒤집어가면서 넣어 구분했다. 

그리고 마음의 편지는 지휘관이 직접 받아야 한다. 마음의 편지에는 예하 간부들에 대한 불만을 쓰기도 한다. 중간에 누군가를 거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야 예하 간부들에 대한 병사들의 불만이 어떤 것인지 알고 조치할 수 있다. 



4. 피드백은 필수

마음의 편지를 받으면 어떠한 조치가 취해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당장 할 수 없거나 어떠한 이유로 조치가 힘든 것이라면 왜 안 되는 것인지 답변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의 편지로 소통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말하기 좀 더 쉬워진다. 물론 피드백을 할 때 부조리 같은 내용이나 작성자의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내용은 빼야 한다. 

답변은 최대한 많은 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해야 하며 출타나 근무 등으로 열외 한 인원들도 답변 내용을 알 수 있게 별도로 게시를 해야 한다. 마음의 편지만으로 애로사항이 해결된다는 인식을 받아야 소통이 원활해지고 나중에 큰 일아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마음의 편지를 받는 방법이 육군규정으로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이 맞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다만 그 본질이 소통에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각자 상황에 맞게 나름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가 원활히 통하지 않으면 질병이 찾아오듯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조직은 건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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