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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구 Apr 26. 2024

요즘 글 없이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만

한 달 만에 쓰는 에세이

한 달 만에 처음 써보는 에세이다. 요즘에는 네이버 블로그 맛집 리뷰나, 메모 앱에 소장하는 독후감 외에는 생각을 정리한 글을 거의 써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3월부터 새로운 직장에 다니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괴롭히는 사람도, 퇴근 후에 내 시간을 빼앗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까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고민 거리가 없으니 에세이 주제로 쓸 만한 마땅한 소재가 없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한 달에 한 번 에세이를 쓰는 독서 모임을 그만둔 것도 동기부여가 사라진 요소 중 하나이다. 작년에 마케터로 일하던 시절에는 기획력을 기르기 위해 글쓰기 훈련이 절실했다. 마침 에세이를 쓰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독서 모임에 가입하여 어떻게든 글쓰기에 강제성을 부여했다. 그 결과 적어도 한 달에 500~1,000자 분량의 글을 두세 편씩 썼다. 지금은 비슷한 분량의 글을 한 달에 한 번 쓸까 말까 한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고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최고의 도구이다. 하지만 요즘, 생각을 정리할 만큼 복잡 다난한 고민거리가 거의 없다. 굳이 있다면, '빌려준 돈을 4달 가까이 안 갚는 지인을 어떻게 혼내줄까?', '근로소득 이외에 부수입을 어떻게 확보할까?' 정도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글에 언급했거나, 글쓰기를 할 시간에 직접 나서서 해결하면 끝날 문제이다. 글로 생각을 정리해야 할 정도로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다시 에세이를 쓰게 된 건 '쓸 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주제를 통해서라도, 굳어져 가는 글쓰기 근육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에세이 공백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동안 글을 써온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내 생각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신박한 소재가 없어도, 그리고 표현이 투박하더라도, 이번 달이 끝나기 전에 '아직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생존 신호를 보내고 싶었다.


이야깃거리가 별로 없는 요즘, 어떻게든 글을 쓰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는 게 쉽지 않다.  1,000자짜리 에세이보다 500자짜리 블로그 포스트 조회수가 더 높은 경우가 많아 동기부여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한 편의 글을 남겨보겠다는 의지가 '글을 왜 굳이 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알려주진 못하더라도, '나는 아직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참인 명제를 믿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커버 사진: UnsplashAllef Vinic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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