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2~3일에 한 번꼴로 글을 올리고 있다. 맛집 리뷰, 생산성 높이는 팁 등을 공유하는 게 주 목적이다. 식도락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여 대략 한 시간 내외로 글을 작성한다.
블로그를 4개월째 하다 보니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이점을 발견했다. 첫째,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에 관심을 갖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4월에 강화도 당일치기를 다녀와서 리뷰 세 개를 올렸다. 두 개는 맛집이고 나머지 하나는 레포츠파크다. 네이버 월간 통계를 보니 ‘강화 레포츠파크’, ‘강화 짚라인‘과 같이 레포츠파크와 관련된 검색 키워드가 대다수였다. 나머지 맛집에 관련된 키워드는 (슬프게도)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강화 레포츠파크에 관심이 많은 건 손실을 덜 보려는 경향, 이른바 '손실회피 성향'이 작용한 걸로 추측한다. 짚라인이랑 서바이벌을 묶어서 하려면 5만 원 정도 든다. 먼 곳까지 와서 짚라인을 탔는데 막상 재미가 없다면 소중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다. 미리 검색해서 실패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비용이 드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리뷰 조회수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블로그를 하다 보면 사람들의 니즈가 보인다.
둘째, 블로그 포스팅은 블로그와 관련된 일에 집중하게 만들어준다. 인간의 뇌는 같은 정보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일과 관련지어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오늘 블로그에 카페 하나 리뷰해야지."라는 목표를 세우고 반복적으로 들춰 보면 카페를 대하는 관점이 달라진다. 어떤 콘셉트로 사진을 찍고, 어떤 내용을 블로그에 올릴지 무의식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블로그 포스팅을 무의식에 각인시키는 행위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퇴근 후 부업으로 할 만한 게 있을까?", "오늘 하루종일 밥 먹고 카페 가고 실컷 놀았는데 괜찮을까?"와 같이 막연함을 '발행 버튼' 하나로 해소할 수 있다. 글을 한 편 완성하는 순간, 뭐라도 하나 남겼다는 안도감과 함께 성취감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블로그는 소통의 기회를 열어준다. 블로그 서로 이웃인 직장 동료가 있다. 그 분에게 여행 얘기를 꺼낸 적이 없는데도 내가 스위스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특별한 목적 없이 9년 전에 블로그에 기록했던 스위스 여행기가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또 다른 지인은 매일 한 편씩 블로그에 리뷰를 올린다. 글이 올라올 때마다 공감 버튼을 눌러주고 가끔씩 댓글도 달아준다. 지인 또한 내가 올린 글에서 유용한 정보가 있으면 '이런 정보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뉘앙스가 담긴 댓글을 써준다. 공식적으로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지인이지만, 거의 매일같이 근황을 주고받는 셈이다.
부업으로 시작한 블로그가 당장 돈을 많이 벌어다주고 있진 않다. 하지만 데이터를 근거로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려주고, 한 가지 분야에 관심을 집중하게 만들고, 온라인상에서 또 다른 소통의 장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블로그 쓰기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