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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구 May 09. 2024

수리비 250만 원, 그럼에도 자동차를 타는 이유

작년 여름, 자동차 점검차 방문한 정비소에서 날벼락같은 소식을 들었다. 담당 정비사가 "이대로 차를 움직이면 위험하다."라며 엔진에서 브레이크, 차량 하부까지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리비 견적을 내보니 대략 250만 원, 월급에서 상당히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금액이었다.


수리비가 부담스러워 한동안 집에 차를 놔두고 다녔다. 그러다가 3개월쯤 지나 차를 안 타고 배길 수 없어 큰 마음먹고 수리를 하기로 했다. 비싼 수리비를 지불해 가면서까지 내 차를 '살리려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사진: Unsplash의 Marten Bjork


일단 차가 있으면 출퇴근이 편해진다. 물론 사는 지역에 따라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집에서 직장까지 차로 10분 걸린다. 지하철을 타도 10분 걸리지만 집에서 역까지 걸어서 왔다 갔다 하는 데 20분 걸린다. 게다가 10분 이내 거리는 주유비와 교통비가 별로 차이가 안 난다. 여러모로 운전하는 게 시간적으로 이득이다.


다음으로 활동 반경이 넓어진다. 같은 시간 대비 더 많은 곳을 옮겨 다닐 수 있다. 요즘 블로그에 올릴 글감을 수집하기 위해, 주말에 차를 타고 서울 근교로 나간다. 보통 10시쯤 집에서 나와 SNS에서 유행할 법한 대형카페에 방문한다. 이때 글감을 더 뽑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땐, 대형카페 두 곳을 연달아 다녀오기도 한다. 하루 동안 블로그 글감을 최소 2개 이상 확보할 수 있다.


사진: Unsplash의 Alexander Grey


위에서 말한 자동차의 효용 두 가지가 대부분 사람들이 차를 사려는 이유일 것이다. 그보다 내게 있어서 자동차가 주는 최고의 효용은 '자존감 상승'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존감'은 주로 타인에게 도움을 줄 때 느끼는 뿌듯한 감정을 의미한다.


자동차도 엄연히 '도구'이다. 도구를 하나라도 더 다룰 줄 알면 타인의 손과 발이 되어준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동호회에서 만난 지인들과 서울 근교로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로 놀러 간다. 그나마 운전 경력이 있는 내가 주로 카풀을 담당한다.


피곤하다거나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운전을 꺼려하는 일부 사람들과 달리, 어떻게든 핸들을 잡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차멀미를 피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책임감과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서다. 사람들을 무사히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고, '운전하느라 고생했다.', '덕분에 편하게 갔다.'와 같은 감사의 말 한마디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일찍 출근하고, 활동 반경이 넓어지는 것보다 큰 효용이다.



250만 원을 투자해서 차를 고친 걸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유지비가 많이 들긴 해도, 자동차는 시간 절약이나 자존감을 높이는 측면에서 꽤나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산이다.



*커버 사진: UnsplashCamp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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