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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an Nov 12. 2023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올해 무라키미 하루키 소설을 세 편  읽게 되었다. 정확히 세 편은 아니고, 신작 장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그래픽 노블  단편 9권을 모은 책, 뉴요커에 실린 단편 The elephant vanishes이다.


모두 상실의 고통, 일상의 초현실성을 다루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장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왠지 등장인물들이 모두 데칼코마니로 존재하며,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한다. 주인공은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도서관에서 꿈을 읽는 직업을 갖고 있다. 그가 이 세계로 넘어온 이유는 열입곱살 첫사랑 소녀를  찾기 위해서인 듯. 어느 날 그는 죽어가는 그림자를 만나고, 그림자는 자신이 죽으면, 남자는 이 도시에서 빠져나갈 수 없으니, 이 도시의 벽을 넘어 다른 세계로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 벽" 이란 물리적인 벽이 아니라 주인공의 의식의 벽일 수 있다. 현실의 세계 (사실 무엇이 현실이고 비현실인지 알 수 없다.)에서 그는 출판사의 중간 관리자였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어느 시골의 작은 도서관 관장직을 맡게 된다. 이곳의 지역유지인 전직 관장을 만나 늦게 결혼한 아내와 귀하게 얻은 자녀를 잃은 비극적인 개인사를 듣게 된다. 그러나, 결국 이 전직 관장은 사실 이미 죽은 자. 귀신이다. 옐로 서브 마린이라는 책을 통째로 읽어버리는 소년을 만난 이후 소년에게 꿈을 읽는 세계의 지도를 알려준 이후 소년은 곧 사라진다. 주인공 남자는 이 마을에서 커피숍 여자와 연애를 하게 된다. 이 여자는 왠지 남자의 첫사랑 - 열일곱 살 첫사랑-과 꿈을 읽는 도시에서 매일 도서관에서 퇴근을 같이하는 여자를 연상시킨다. 남자는 꿈을 읽는 도시에서 옐로 서브 마린이라는 소년을 만나 같이 꿈을 읽는 작업을 하고 옐로 서브 마린이라는 소년은 남자의 계승자가 되고, 남자는 이제 다시 현실 세계로 나갈 것을 암시한다. 무언가 도교적인 느낌을 준다. 물질적인 가치관이 판치는 세계에서 인간의 의식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소설이라 할 까. 평행 우주론인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것인지,


작가 후기를 보면, 이 작품은 작가가 삼십 대부터 칠십 대인 사십 년간에 걸친 작품이라고 한다. 해변의 카프카부터 양을 쫓는 모험부터 전작에서 추구한 주제가 반영된 작가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소재는 한정되어 있다며, 그의 관심사가 반영된 소설임을 이야기한다.(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설일 노르웨이의 숲은 매직 리얼리즘과 거리가 먼 허무주의 소설이다.)


그래픽 노블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주제이다. "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 살아가는 것이 죽는 것이다." 어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없음, 무의식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그래픽 노블에는 안나 카레니나, 카프카의 변신등 고전을 차용하고, 작품 배경도 태국, 프라하등 변화를 주는데, 상실, 인연, 카르마 등을 주제로 한 내용이 많다. 일상의 권태와 주부의 의무에 지친 주부가 러시아 소설을 읽어가며 잠을 자지 않게 되고 생기를 되찾는 이야기, 어느 날 사라진 남편을 갑자기 발견된 이야기, 보잘것없는 사십 대 남자가 개구리와 함께 세계를 구한 이야기, 한 여의사의 딱딱하게 굳어진 마음의 돌덩어리인 한을 풀어버리는 하반 부로 갈수록 희망적인 이야기가 많다.


모랄까. 감질나게 하는 느낌이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대중 소설에 익숙해서인지,  불친절하게 느껴질 정도의 이야기 전개가 그렇다. 그래픽 노블에서는 짝사랑하는 남자의 집을 무단 침입해서 남자 물건을 훔치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여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중에 남자의 어머니를 만나고, 충격적인 일을 겪었는데 그 이야기가 무언인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결코 알려주지 않는다.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닌가?(나만 궁금한 것인가?) 버스데이 걸에서 여자는  스무 살  생일에 소원을 빌고, 인생이 변화했는데, 그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태국으로 떠난 여자가 가슴에 품고 있는 돌덩어리가 과연 무언인지 독자는 알 수 없다.


너무나도 거짓이 난무하는 세계이다.

참과 거짓이 뒤바뀐 세계에서

무라까미  하루끼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고

설파하는 것에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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