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논리를 심다
논리
(論理)
1 말이나 글에서 사고나 추리 따위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이나 원리.
2 사물 속에 있는 이치. 또는 사물끼리의 법칙적인 연관.
3 바른 판단과 인식을 얻기 위한 올바른 사유의 형식과 법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논증의 형식을 정리ㆍ분석하고, 이론의 논리적 구조를 밝히며, 이론과 사상(事象)과의 대응을 논한다. 형식 논리학과 인식론적 논리학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영화미술은 단지 색감이나 소품의 배치로 끝이 아니다.
항상 공간 안에 녹아드는 캐릭터들의 생활, 사건 또는 감정들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시나리오에 대한 정확한 숙지이며, 1차원적으로 읽히는 텍스트 너머에 숨어있는 과거와 그 속 뜻까지 이해하고 상상할수록 공간을 깊이감 있게 디자인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논리적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방법인데, 한 씬을 구성하는 공간 속 모든 부분들의 인과관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실제 생활하는 침실을 떠올려보자, 내가 이사를 하고 텅 빈 방 안을 채워야 할 때 어떻게 시작하는가?
큰 창이 있다면 창 옆에 침대를 두어 따뜻한 햇살을 아침마다 맞이하고, 가끔 너무 밝으면 빛을 가려줄 커튼을 설치하고 내 머리맡에는 매 순간 필요한 핸드폰을 둘 수 있는 작은 탁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나씩 왜 여기에 이 가구 혹은 이 소품이 있어야 할까에 대한 의문들을 모아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논리적 공간구성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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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직이 중요해!"
"왜 버려진 수영장에 그 사람들이 도박장을 차렸을까? 아니면 원래는 그들의 아지트였다가 도박장으로 확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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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던 미술팀의 감독은 공간을 구성하는데 로직(논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작은 화분을 하나 테이블에 올려도 그 이유가 분명해야 했다.
의자를 살짝 비틀어두고 싶어도 이유가 없다면 정직하게 바로 두어야 했다.
처음엔 그러한 디테일들이 너무 소모적이고 작은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 소품들이 놓이고 촬영에 들어가고 나니 역시나 초반작업에서 시간과 공을 들여 디테일을 잡았던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근사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모든 영화의 미술이 이렇게 논리의 집합체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내가 많은 미술감독을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감독들의 영화의 연출 혹은 미장센에 맞게 필요하기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영화를 볼 때 한 번쯤은 저 인물이 왜 저런 공간에 살고 있을까? 하는 논리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본다면 더 깊고 흥미로운 감상이 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