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들
태국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동네에서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실 때 겸연쩍은 듯 야릇한 미소를 띠고 다가오는 사람들,
비가 오나 눈이 오나(태국에 눈은 안 온다) 언제 어디서나 눈에 띄는 사람들,
(실제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려고 새벽 4시에 나갔다가 만난 적도 있다)
걷기를 싫어하는 대부분의 태국 사람들과 달리 주로 걸어서 다니는 사람들,
단체로 맞춘 듯 비슷한 크기의 우리나라의 화판 같은 얇은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
남녀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많은 곳이면 어디나 나타나는 사람들,
그들은 바로 태국에서 복권을 파는 사람들이다.
태국은 복권의 나라!
복권과 경마 말고는 다른 모든 도박이 금지되어 있어서 그런지 전 국민의 30% 정도가 복권을 즐긴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하게 복권을 파는 곳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태국엔 직접 복권을 팔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우리나라 복권방처럼 복권만 전문적으로, 정말 딱 복권 한 가지만 파는 가게들도 아주 많다.
내가 사는 도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이 복권 파는 사람들에게 실종자 수색을 맡긴다면 정말
대단한 성과를 이룰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열심히 복권을 팔러 다니는 이유는 뭘까?
물론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이긴 하지만, 이곳의 특수한 영업 시스템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태국 복권은 한 장에 80밧인데, 한 장을 팔면 5밧 정도 이윤이 남는다고 한다. 물론 정가는 80밧이지만 이른바 당첨 확률이 높다는 좋은 번호는 100밧에서 120밧을 받으니 이윤이 좀 더 남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시 전체를 훑고 다니는 이유는 이들이 복권을 자기 돈으로 미리 사서(선구매 후판매) 팔기 때문이라고 한다.
태국에선 우리나라와 달리 한 달에 두 번, 1일과 16일에 추첨을 하는데 추첨 전날까지 미리 사놓은 복권을 팔지 못하면 그 복권들은 바로 휴지가 돼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눈에 쌍라이트를 켜고, 낮잠은 물론 밤잠을 못 자면서 까지 저렇게 하루 종일 복권을 팔러 돌아다니는 것 아닐까?
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는 그들에게 혹시 팔지 못한 복권에서 1등 당첨 복권이 나오는 행운이 나오길 빌어본다.
태국 정부에서 발행하는 태국 복권 1등 당첨금은 요즘은 6백만 밧이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우리 돈으로 대략 2억 2천8백만 원이 조금 넘는다. 태국에서 소형차를 10대 정도 살 수 있는 돈이니 정말 큰돈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같은 번호를 세트로 사면 그만큼 몇 배로 더 받을 수 있다는 것! 얼마 전에 한 사람이 같은 번호 15장을 사서 당첨되는 바람에 무려 9천만 밧, 우리 돈으로 약 34억 2천만 원에 당첨된 적도 있다고 한다.
태국 복권에서 또 특이한 것은 당첨 번호를 1등 하나만 뽑아서 다른 등수가 정해지는 우리나라 로또와 달리 등수마다 번호를 다 뽑는다는 점이다. 그것도 여러 번호를! 예를 들어 상금이 8만 밧인 3등은 당첨 번호를 10개나 뽑는다. 상금이 4만 밧인 4등은 당첨 번호가 무려 50개라는!
그만큼 태국 복권은 당첨금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게 아니라, 당첨금이 좀 적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시스템이라고 할까? 그래서 태국 사람들이 복권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외국인도 자유롭게 살 수 있고 당연히 당첨금도 받을 수 있다는 태국 복권! 공식 세금도 0.5% 밖에 안 된다니 한번 도전해볼까? 외롭고 허전한 이국 생활에 한줄기 소나기처럼 돈벼락이 내리길 빌어본다.
"큰 거 바라지 않습니다. 4등 4만 밧 정도만 바라겠습니다. 그럼 동기들에게 무까타와 찜쭘 쏘겠습니다.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