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작업하러 스튜디오에 가면 작은 변화들을 알아채는 즐거움이 있다. 졸업반이 되니 드디어 개인 책상을 갖게 되었는데, 각자 개인 물건들을 가져오고 자신의 취향껏 책상을 꾸미면서 공간이 다채로워지기 때문이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건 꽤 많은 친구들이 화분을 둔다는 점이었다.
스튜디오는 3층이고, 한쪽 벽은 유리 창문으로 되어 있어서 햇빛도 잘 들어오고 바깥 풍경도 잘 보인다. 딱히 폐쇄적인 공간은 아니기에(본인의 자리가 안쪽 구석이 아니라면) 환기의 목적으로 식물들을 가져오는 건 아닐 것이다. 어떤 친구는 손바닥보다도 작은 화분을 자신의 책상에 두었고, 어떤 친구는 두세 개씩 책상에 두기도 했다.
그중 인상 깊은 건 누가 둔지 모를 화분들이다. 유리창 쪽 바닥에 작은 화분 세 개가 일렬로 서있는가 하면, 내가 그린 저 화분은 아무 데나 널브러진 의자 위에 오롯이 서있었다. 작업 책상과도 꽤 동떨어진 위치에 있는 화분들을 보면 그야말로 '누가 가져온 거지?'라는 생각부터 들게 된다. 하지만 익명의 누군가 덕분에 오늘 나의 시선은 환기가 되었다.
개인의 공간에 식물을 가져온다는 것. 내가 느끼기엔 이곳에 있는 친구들이 좀 더 식물을 쉽고 친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정말로 이곳에는 귀여운 화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아마 1년 내내 푸르른 나무들을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이려나?
학교에서 부기스로 가는 길에 작은 시장 골목이 하나 있는데, 그중 한 곳에서 식물들을 싸게 파는 곳을 본 것 같다. 조만간 나도 화분 한 개 정도 장만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에 비해 식물을 잘 키우지는 못하므로 제일 튼튼한 놈으로 골라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