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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 Nov 04. 2022

나는 그곳에서 ‘코리아’라 불렸다.


대한민국에 제주도가 있다면 콜롬비아에는 산안드레스가 있다. 내국인들이 휴양이나 신혼여행으로 많이 가는 섬. 외국인도 한 번 가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섬. 바다를 사랑하는 나에게는 필수 코스였고 거기서 인생 최고의 바다를 만났다. 



보고타에서의 생활이 지겨워 질 때 쯤 산안드레스로 떠났다. 바다를 좋아하긴 했지만 별 기대는 없었는데, 비행기에서 곧 도착을 한다고 기장의 방송이 나오는 순간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치는게 아닌가. 이곳이 여기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공항은 바다와 아주 가까웠다. 그곳에서 본 바다 색깔은 이세상 바다 색이 아니였다. 진정 에메랄드빛이였다. 동남아, 지중해, 우리나라 역시도 바다색이 아름답지만 내 취향으로는 에메랄드빛 색이 진한 아메리카 대륙의 캐리브 해안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그 아름답다는 멕시코, 쿠바에 비해서 가장 진한 에메랄드 빛이였다. 맑으면서도 진한 빛깔이였다. 그렇게 부드럽고 고운 바다색은 인생의 처음이였다.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사람마다 자신의 천국의 모습은 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이 한가득 있는 디저트카페가 천국 일 수 있고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면 그 캐릭터가 한가득 있는 곳이 천국일 것이다. 나에게 천국은 바다다. 나에겐 그곳이 천국이었다. 



 택시를 타고 예약한 숙소로 갔다. 신혼여행으로 많이 오는 곳이다 보니 호텔 가격이 장난이 아니였다. 바다 앞은 꿈도 못꾸고 조금 더 안쪽에 사람들이 생활 할 거 같은 가정집을 숙소로 잡았다. 어차피 섬이 작아 차든 오토바이든 타고 10분이면 바다가 보일 터였다. 숙소에 도착하자 건물 밖에 서 있던 아저씨가 나를 확인 하고는 택시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택시비를 내 주었다. 택시비를 내주는 숙소는 처음이였다. 아저씨는 집을 소개 해 주고는 짐이 정리할 때까지 잠깐 기다리더니 나를 테라스로 불렀다. 뭐 주의 사항이 있나 했더니 일몰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그날 봤던 일몰은 그 어느 명소에서 봤던 일몰 보다 멋있었다. 육성으로 감탄하는 나를 두고 아저씨는 씩 웃었다. 아저씨는 전혀 영어를 못했고 나는 아주 간단한 스페인어 밖에 못했지만 우리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열심히 구글 번역을 이용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아저씨는 내가 갈때까지 아주 친절 했다. 흡사 아빠처럼 내가 필요한게 있으면 뭐든 구해다 주었고 종아리에 화상을 당해 끙끙 대고 있었을 때는 놀라서 병원도 데려가고 약도 타주고 고급 스페인어를 구사 하지 못하는 나 대신에 뭐든 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코리아’라 불렸다. 한국사람이 원체 없어서 지구 반대편에서 온 나를 사람들은 신기해 했다. 아이들은 떼를 지어 나를 쫒아 다녔고, 매일 태닝하러 가던 해수욕장은 가면 갈때 마다 사람들이 ‘코리아’ 왔냐며 반겼다.신기한 장소가 있으면 어디든 데려다 구경 시켜 줬고, 맛있는 게 있으면 맛보라고 내밀었다. 수많은 여행지를 다니면서, 이방인 관광객인 위치가 현지인들과의 거리감이 느껴졌는데 이곳에서의 나는 분명 이방인이였지만 동시에 거리감이 없었다. 매일 감동이 있었다. 감사 했다. 



희안할 정도로 그곳에서는 사건 사고역시도 많았다. 핸드폰은 물에 침수되서 고장이 났고 오토바이를 타다 배기통에 종아리를 지져 화상을 당했다. 여행하면서 처음있는 일들이였다. 콜롬비아 첫 도시인 메데진에서 노트북이 박살난거까지 하면 여행에서 난 모든 사건 사고는 다 여기서 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재수없었던 나라로 기억 할 수도 있지만 난 여전히도 여행하면서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물으면 콜롬비아라고 대답하고 그 대답은 항상 진심으로 유효하다. 난 사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생각한다. 항상 좋은 일만 항상 나쁜일만 일어날 수는 없다. 다만 일어난 일에대해서 나쁜 일을 앞에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다고 느껴진다면. 그게 사랑 아닐까? 난 진심으로 그곳을 사랑했다. 산 안드레스는 사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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