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에 떠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이야기
캐나다에 온 지 딱 1년이 되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20대는 시속 20km, 30대는 시속 30km로 인생이 흘러간다’ 던데 과연 지난 1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보통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1년이다. 캐나다도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지 않았다면 지금 쯤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1년을 기념해서 지난 일년을 한번 돌아 봤다. 서른 여섯에 온 워홀, 어땟어?
워홀의 목표는 대부분 영어.문화.돈 세 가지로 나뉜다. 세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 다 놓쳐버릴 지도 모르니 하나라도 잡으면 성공 하는 거랬다. 다른건 없고 오직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 20대때 못한 나의 워홀 생활! 드디어 찾아온 기회! 놓치면 끝!’ 이 생각으로 온 것 뿐이라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냥 해외생활을 하기. 돈 벌기. 가능하면 많이 벌기.
이미 오기 전부터 어떤 일을 해야 돈을 많이 버는지 찾아 봤다. 한달에 얼마정도 벌리고 어느정도 지출이 나간다는 후기들을 꼼꼼히 살펴 한달에 세이브 할 수 있는 금액을 산정했다. 요즘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댔으니 첫 직장까지 넉넉히 두달로 잡고, 그러고 나면 일년안에 얼마, 이년안에 얼마.. 나름의 가상의 숫자를 셈해 놨었다.
문제는 몸이었다. 캐나다에 온 지 삼 주 정도 됐을 때 산책을 하다가 발목을 크게 꺾였다. 자주 삐끗하곤 했는데 워낙 잘 꺾이는 탓에 방치한게 잘못이었다. 그 이후로 발목이 아파서 길게 걷거나 서있을 수가 없었다. ‘ 이 주 정도 더 쉬면 되겠지. 어차피 두 달 정도는 놀 수 있겠다 생각 했으니 그래 조금 더 쉬자.’ 하던게 한달이 두달이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그럼 아얘 눈을 돌려서 사무직을 구해보자 싶었는데, 아르바이트직도 구해지지 않는 판에 사무직이 구해 질리가 만무했다. 계획이 어긋나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져 왔다.
겉으로는 평화로워보이는, 한국에서 한창 일 열심히 하다가 지친 30대 청춘의 휴식기였다. 현실은 돈없고 지친 늙은이였지만. 그래도 착실히 여름을 즐겼다. 그 좋다는 캐나다의 여름. 습하지도 않고 너무 덥지도 않으면서 하늘이 맑고 드높고 매일 축제가 열리는 토론토의 여름을. 시간이 많으니 어디든 갈 수 있었고 발목이 아프긴 했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 며칠 놀고 며칠은 열심히 쉬어주면서 보냈다. 별거 안해도 즐겁고 편안한, 겉보기엔 평화로운 날들이였다.
그러나 그 값은 너무 비쌌다. 내가 쓴 평균 렌트비는 한달에 120만원 정도였고 생활비까지 하면 200만원은 훌쩍넘었다. 시간이 많으니 돈 쓸 것도 많았다. 백수의 아이러니였다. 원래 쉬려고 예정했던 6월, 아프니 일단 쉬어보자 두달은 뭐 하면서 보낸 7월. 낫지 않아 어떻게하지 초조하고 미쳐버릴거 같은 8월이 왔다.
발목이 완전히 나은 느낌이 들지 않았고 이대로 일을하기엔 나이가 많았다. 그러니까 일단 지르고 보자 할 정도로 몸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나이라는 거다. 한번 질러보자 하는 것 보다도 평생 갈 몸뚱이가 더 중하다는 걸 알 나이었다. 하지만 그 나이 사람 치고는 돈이 없다는게 문제기는 했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 갈 순 없었다.
일단 돈도 세이브하고 놀랜 마음도 진정 할 겸 미국에 있는 이모집으로 한달동안 피신을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돈은 너무 많이 썼고 몸과 마음은 지쳤고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내 나이 서른 다섯. 이번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기회는 어떻게든 있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이미 놓친 것을 또 놓치고 싶지가 않다. 발목은 조금씩 낫는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일을 해 봐야 안다. 일단 해 보고 그때 정말 문제가 생기면, 그때 생각해보자. 정말 끝까지 가 보자 싶었다.
미국에 다녀온 뒤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에 나섰다. 다행이 10월달에 같이 살 친구가 있었고, 다른 친구가 일자리를 소개시켜 줬고, 꼭 일하고 싶었던 곳이 있었는데 이력서도 면접도 통과해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순식간에 내가 바랐던 “돈과 영어를 동시에 잡는 투잡 생활”이 현실이 되었다. 캐나다에 온지 반년만의 일이였다. 안정이 된 이후로는 정말 시간이 누가 잡아먹기라도 한 것 처럼 빠르게 갔다. 처음에는 일하게 된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발목이 버텨주는 것에 감사하고, 생활비를 벌 수 있음에 감사하다가도 이 생활이 일상이 되니 더 나은 상황을 바라 보며 불안과 걱정에 조금씩 잠식 된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일년을 소회 해 봤다. 하나씩 돌아보니, 그래도 잘 하지 않았나 싶다. 왔으니까. 돌아가지 않았으니까. 시작 했으니까. 다행이 현재 캐나다 워홀은 2년이고 심지어 2년 연장이 가능하다. 아직 1/4정도만 왔다고 생각하면, 또 앞으로 계속 레벨업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에겐 마지막 일 수 있는 워홀 1년 되는 날. 나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