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일본에서는 국회 상원인 참의원(参議院) 의결로 새로운 플랫폼 규율이 법으로 도입되었다. 공식 명칭은 "스마트폰에서 이용되는 특정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경쟁의 촉진에 관한 법률(スマートフォンにおいて利用される特定ソフトウェアに係る競争の促進に関する法律)"로, 줄여서 "스마트폰소프트웨어경쟁촉진법(スマホソフトウェア競争促進法)" 또는 '스마트폰법'이라고도 한다. 현재 6월 19일 법률 제58호로 공포되어 내년 12월 19일 이전까지 전면 시행을 앞둔 상태다.
일본 스마트폰법은 법안 마련 초기부터 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을 모델로 한 이니셔티브 중 하나로 주목받았고, 작년 한국에서도 국내 플랫폼법 도입 논의를 배경으로 언론에 의해 소개되면서 관심을 끌었었다. 또 최근에는 이번 입법 과정을 주도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 디지털시장기획조사실 이나바 료타(稲葉 僚太) 실장의 인터뷰 기사(경향신문)가 나오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시기상 아직은 좀 이르지만,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부문을 향한 강력한 개입 의지를 다시 불태우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조만간 국내 학계에서도 관련 분석이 적지 않게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새롭게 도입된 일본 법에는 어떤 내용을 담겨 있을까.
최근 Alba Ribera Martínez의 권유로 함께 일본 법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고 Kluwer Competition Law Blog에 짧은 글을 써볼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혹시 국내에도 관심있어할 분들이 있을까 싶어 한국어로도 글을 써보게 되었다. 물론 블로그로 논문 수준의 치밀한 분석을 할 것은 아니고 수박 겉핥기로 주요 내용 정도만 간략히 소개할 생각이지만 그래도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흥미거리가 되었으면 싶다. 듣기로는 다음호 경쟁저널에도 기고문이 한 편 실린다고 하니, 여기서는 그전까지 대강의 내용과 분위기를 파악하는 정도만 해보자.
먼저 입법 취지, 도입 목적부터 살펴보면, 스마트폰법 제1조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第一条 この法律は、我が国においてスマートフォンが国民生活及び経済活動の基盤としての役割を果たしていることに鑑み、スマートフォンの利用に特に必要な特定ソフトウェアの提供等を行う事業者に対し、特定ソフトウェアの提供等を行う事業者としての立場を利用して自ら提供する商品又は役務を競争上優位にすること及び特定ソフトウェアを利用する事業者の事業活動に不利益を及ぼすことの禁止等について定めることにより、特定ソフトウェアに係る公正かつ自由な競争の促進を図り、もって国民生活の向上及び国民経済の健全な発展に寄与することを目的とする。
대개 목적 규정들이 그렇듯 일본 스마트폰법 제1조 역시 아름답지만 쓸모 없는 미사여구로 가득차 있는데, 사족들은 빼고 주목할 만한 부분을 꼽으라면 크게 두 가지 점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규율 범위를 '스마트폰 소프트웨어(スマートフォン ... ソフトウェア)' 관련 이슈들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 법은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는 경우들로 관심 범위를 제한하면서, 특히 법적 규율의 초점을 iOS나 Android처럼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그 위에서 작동하는 앱스토어나 앱 관련 이슈들로 맞추고, 스마트폰 생태계의 아랫단에 위치하는 단말기 관련 이슈나 맨윗단에 위차하는 앱 안에서 벌어지는 이슈들은 규율 대상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ASCOLA Asia 워크숍에서의 이나바 료타 실장의 설명에서도 확인되는 부분이다. 그는 이번 법이 '모바일 생태계 내에서 인프라적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한정'되며 하위 레이어의 단말기 시장이나 상위 레이어의 광고, 온라인 상거래, 소셜 미디어 관련 이슈들은 향후 검토 과제라고 언급한다(영상 1:24:35 지점부터 시작). 이러한 점은 EU DMA의 폭 넓은 규율 범위는 물론 한국에서 거론되는 플랫폼 관련 법안들의 관심 범위와도 구별되는 점으로서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이번 법이 '특정 행위를 금지(禁止)한다'는 점을 뚜렷하게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이는 일본이 수년 전 도입한 플랫폼 규제인 '특정 디지털 플랫폼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特定デジタルプラットフォームの透明性及び公正性の向上に関する法律案)'(줄여서 '플랫폼법'으로 부르기로 하자. 해당 법에 대한 나의 이전 글은 여기, 그리고 여기 참고)의 경우와 비교할 때 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이라고 본다.
예컨대, 플랫폼법 제1조를 보면, 동법은 특정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들이 서비스 제공조건 등을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투명성 및 공정성의 향상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규정한다. 즉, 플랫폼법은 유력 플랫폼 사업자들이 투명성(또는 절차적 공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함으로써 이를 통해 시장 메커니즘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공동규제(共同規制)"라는 표현이 이러한 취지를 잘 함축한다. 하지만 스마트폰법은 다르다. 스마트폰법 제1조는 앞서 보았듯 특정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사업자가 자신의 입장을 이용해서 자사 상품, 서비스를 경쟁상 유리하게 취급하거나 이용 사업자의 활동에 불이익을 미치는 것을 금지하고 이로써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촉진에 기여하는 데 목표를 둔다고 규정한다. 즉, 이미 시장의 경쟁 메커니즘이 왜곡되었음(또는 그러한 잠재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직접적인 조치를 부과한다는 것으로, 스마트폰 분야에 한정하여 더이상 시장실패 여부에 대한 분석이 필요 없는 직접적인 금지 규정을 도입한다는 취지의 선언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확신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럼 위와 같은 확신은 어떤 결과들(consequences)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크게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법의 성격이다. 플랫폼 법의 목적 조문을 보면, 동법은 플랫폼 산업에서 계약 내적 구조의 흠결을 치유하기 위한 산업법, 규제법(業法, 規制法)이 강하다. 반면 스마트폰법의 목적에서는 동법이 계약 외적인 시장 경쟁 구조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넓은 의미의 경쟁법으로서 일본 독점금지법("私的独占の禁止及び公正取引の確保に関する法律")을 보완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나바 료타도 이와 같은 취지에서 스마트폰법은 (산업법이 아니라) 경쟁법인 독점금지법을 보완하는 새로운 경쟁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스마트폰법은 기존의 독점금지법만으로는 효과적 대응이 어려운 부분에 한정해서 새로운 규율을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해당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당국은 스마트폰법을 독점금지법에 우선하여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다(위 ASCOLA Asia 워크숍 영상 51:28 지점에서 시작되는 발언 내용 참고). 일본 내에서 이런 입장은, 약간의 논쟁 대상이 없는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일본 독점금지법 학계에서는 대체로 공감되고 있는 입장으로 보인다.
둘째는 관할 당국의 결정이다. 이는 앞선 법의 성격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결과다. 산업 규제인 플랫폼법의 집행을 일본 경제산업성(経済産業省, Ministry of Economy, Trade and Industry)이 담당하는 것과 달리 특별 경쟁법인 스마트폰법은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집행을 담당한다. 이런 조직적 측면은 한국 논의에서도 정부부처 내 어떤 기관에 플랫폼 관련 규율 권한을 맡길 것인가 결정할 때 (만약 도입할 것이라면) 참고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셋째는 일본 스마트폰법 하에서는 효율성 항변이나 친 경쟁적 효과 분석은 이뤄지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뒤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스마트폰법은 제5조에서 제9조까지의 규정에 지정 사업자가 해서는 안되는 행위들을 매우 명확하게 규정하면서 사업자가 따로 항변할 여지를 거의 주지 않고 있다. '특정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한다'는 목적 조항의 취지에 비춰보면 이러한 규정 형식은 경쟁적 효과 분석 필요 없는 일종의 당연 위법(per se illegal)을 도입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위 ASCOLA Asia 워크숍에서 이나바 료타는 제7조와 제8조 등에 나오는 정당화 사유에 관한 질문에 관련하여, 스마트폰법 의무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경쟁제한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인정되는 것으로, 정당화 사유는 보안, 프라이버시, 청소년 보호, 범죄 예방과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목적의 합리성이나 수단의 상당성을 고려하기 위한 것일뿐 효율성이나 경쟁 촉진 효과는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위 ASCOLA Asia 워크숍 영상 1:15:31 지점에서 시작). 다만, 이러한 설명은 입법 취지가 그렇고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이 그렇다는 것일뿐이지 개별 구체적인 사안에서(예컨대 제6조 사안) 해당 규정들이 어떻게 해석 적용될지는 아직 모르고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럼 누가 이런 특별한 경쟁법 규율의 대상이 되는가? 관련 조문들의 내용을 여기서 모두 열거할 수는 없고 핵심만 추려보면 제2조 제7항과 제3조 제1항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조문은 아래와 같다.
第二条 ... 7 この法律において「特定ソフトウェア」とは、基本動作ソフトウェア、アプリストア、ブラウザ及び検索エンジンを総称する。
第三条 公正取引委員会は、特定ソフトウェアの提供等を行う事業者(次項において「特定ソフトウェア事業者」という。)のうち、当該特定ソフトウェアの提供等に係る事業の規模が他の事業者の事業活動を排除し、又は支配し得るものとして特定ソフトウェアの種類ごとに利用者の数その他の当該事業の規模を示す指標により政令で定める規模以上であるものを、次章の規定の適用を受ける者として指定するものとする。
요약하면, 스마트폰 OS("基本動作ソフトウェア"), 앱스토어, 브라우저 또는 검색 엔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에 해당하는 자는 법의 규율 대상이 된다는 내용이다.
법적 관점에서 특기할 부분은, 스마트폰법에서는 규율 대상이 오직 정량적 지표로만 결정된다는 점이다.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를 규율 대상으로 지정하며 그 기준은 특정 소프트웨어 종류별로 이용자의 수(利用者の数) 등 해당 사업의 규모(事業の規模)를 나타내는 지표에 의해 정령(政令)으로 정해진다. EU의 DMA처럼 "gatekeeper"라는 개념이 먼저 있고(제3조 제1항) 이 개념에 부합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를 규정(제3조 제2항)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스마트폰법의 규정의 적용을 받는 자("次章の規定の適用を受ける者")를 정량적 지표로 구체화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중간 개념이 따로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법 하에서는 따로 정성적 판단이 이뤄질 여지도 없게 된다.
한편 스마트폰법 제3조는 문제될 만한 사업 규모를 수식하는 표현으로서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배제하거나 지배할 수 있는 것(他の事業者の事業活動を排除し、又は支配し得るもの)"이라는 문구를 쓰고 있고 이러한 표현은 독점금지법 제2조 제5항 사적독점(私的独占)의 정의에서 나오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혹시 누군가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스마트폰법의 규율 대상 사업자를 지정할 때 독점금지법상 사적독점의 판단 방법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법에서 위 표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령을 정할 때의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지 지정을 위한 기준으로 제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즉,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령으로 정량적 지정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지정을 하면 될 뿐이지 사업자 지정을 위해서 독점금지법에서처럼 경쟁제한적 지위 등을 평가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위 ASCOLA Asia 워크숍 영상 1:19:42 지점에서 시작되는 이나바 료타의 설명 역시 같은 전제에서 이뤄진 걸로 이해된다.
참고로, 최근 EU 일반법원(General Court)은 ByteDance 사건(T-1077/23)에서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폭 넓은 재량을 존중하면서 DMA상 정량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자의 게이트키퍼 지정(designation) 결정에 대한 불복 여지를 상당히 제약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만약 이러한 선례가 앞으로 스마트폰법 해석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참고된다면, 앞으로 일본에서도 당국이 정량 지표를 만족하는 특정 사업자에 대하여 지정 결정을 내린 것이 나중에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지정과 관련해 법적으로 어떤 접근이 이뤄질지는 현실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있다. 결국 스마트폰법이 타깃으로 하는 사업자는 애플(Apple)과 구글(Google)이니 말이다. 이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년 모바일 OS 등에 관한 실태조사 보고서("モバイルOS等に関する実態調査報告書" 또는 "Market Study Report on Mobile OS and Mobile App Distribution")에 나오듯 법안 준비 과정부터 이미 공개적으로 알려지고 논의되어 온 부분이기도 하고(참고로 동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모바일 OS 시장에서 2022년 기준 Android의 점유율은 53.4%, iOS의 점유율은 46.6%로 나타났다)*. 또 실제 최근 한 언론보도에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적어도 애플과 구글의 두 회사는 대상이 될 전망(少なくともAppleとGoogleの2社は対象になる見通し)'이라고 재차 확인해준 부분이기도 하다.
* 여기서 잠깐 한국인들을 위해 부연하면, 현재 일본에서는 구글의 픽셀폰이 유행이고(한국에선 판매되지 않는다) 2023년 기준, 일본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1위, 구글이 2위, 3위가 샤프, 4위가 삼성이다(관심 있는 사람들은 내가 즐겨 보는 박가네 영상 참고).
개인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같이 '브라우저'나 '검색 엔진'을 제공하는 또다른 빅테크를 어떻게 볼지 궁금증이 들지만(마이크로소프트가 스마트폰 사업자는 아니지만 법문을 보면 지정 대상 사업자가 꼭 단말기나 OS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사업자여야 한다는 특별한 제약도 없어 보인다), 어쨌든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일본에서 애플이나 구글 외 다른 사업자가 문제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여담으로, 일본 법의 사업자 지정과 관련된 부분을 읽다보면, 한국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제9호)을 도입하면서도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할 것]"과 같은 요건을 추가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실수 또는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만약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사전적 규제로서 금지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면 그냥 이들이 정량적 지표에 의해 곧바로 규율 대상 사업자로 정해지도록 하고, 금지 행위도 '부당하게 이용' 이런 불확정 개념 없이 직접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방식으로 법문에 박아두는 편이 훨씬 간명하고 좋았을 것이다. 위 입법 이후 관할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 요건들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시행령 별표와 고시를 두고 여기에 다양한 판단 기준과 고려 요소들에 잔뜩 마련해두었는데 과연 이런 작업이 다 왜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아무리 좋게 봐도 행정력 낭비다. 이런 정성적 접근을 취할 것이었으면 지금까지 잘 해오던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속 거래상 지위 남용 금지 규정(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6호)을 집행할 수 있도록 두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지금은 상호 보완적인 권한 중첩도 아니고 그냥 공정거래위원회가 잘 해오던 것을 막고 관련 권한을 방송통신위원회로 이관한 모양새인데(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이런 조치로 뭘 얻고자 한 건지 모르겠다. 참고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도 위 법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스마트폰법의 규율 대상으로 지정된 뒤 사업자가 부담하게 될 법적 의무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정을 받은 사업자(어떤 서비스로든 지정될 사업자는 애플과 구글)는 제3장(제5조부터 제14조까지)의 의무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의무에 관한 파트는 크게 제1절(제5조부터 제9조), 제2절(제10조부터 제13조), 그리고 제3절(제14조),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중요한 부분은 앞의 두 파트로, 각각 지정 사업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 금지 사항들(prohibitions)과 해야 할 준수 사항들(compliance obligations)을 규정하고 있다. 마지막은 DMA 제11조처럼 지정 사업자들에게 매년 스마트폰법 준수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는 규정으로 아마도 제3절과 관련해 중요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개략적인 규율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참고로 아래 표는 Alba Ribera Martínez와 내가 쓴 Kluwer 블로그 글에서 가져온 것으로 스마트폰법 의무 규정들의 규율 내용을 파악하기 위하여 EU DMA의 관련 규정들과 비교해 본 것인데, 규율 내용을 넘어 법적 성격이나 효과까지 비교한 것은 아니니 주의를 요한다.
여기서 모든 규정의 내용을 전부 다룰 수는 없고 몇 가지 특기할 부분들만 추려보면, 먼저 특기할 점은 제1절 금지 사항들과 제2절 준수 사항들의 차이 또는 관계다.
법문에 직접적 설명은 없지만 내 나름대로 이해한 바에 따르면, 제1절의 금지 사항들은 경쟁에 반하는 행위들로서 사업자들이 법에 정해진 그대로 부작위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경우 곧바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한 하드코어 규정들이다. 다른 한편 제2절의 준수 사항들은 그보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경쟁 촉진이라는 법 또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정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취해야 하는 작위 의무들을 규정해놓은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위 ASCOLA Asia 워크숍 영상 17:39 지점에서 시작되는 이나바 료타의 설명 역시 같은 취지다. 법적 성격과 효과 측면에서 본다면 "self-executing"이 되는 제1절의 규정들은 DMA 제5조, 구체적인 준수 방안이 사업자들에게 맡겨진 제2절의 규정들은 DMA 제6조와 제8조에 견주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1절과 제2절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건 각 법 위반에 부과되는 조치 내용들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제4장 제2절 규정에 따르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절 금지 사항 위반에 대해서는 배제조치(한국의 시정조치) 명령(제18조)과 과징금 부과처분(제19조, 제20조)을 내리지만(과징금은 제7조와 제8조 제1호, 제2호 위반행위로 한정. 제19조 제1항), 제2절의 준수 사항 위반인 경우엔 일단 행정지도인 권고(勧告)를 내는 데 그친다(제30조 제1항). 물론 일본에서는 권고도 무시할 수 없는 행정작용이지만 그래도 제1절 위반과 달리 제2절 위반의 경우 배제조치나 과징금 부과 가능성을 닫아 둔 것은, 전자가 '시장실패가 이미 확인된 경우에 대한 직접적인 부작위 의무의 강제'라면 후자는 '적극적인 시장의 경쟁 촉진을 위한 작위의무의 설정'으로서 둘 간에 질적 차이를 두고자 한 입법 의도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어쨌든 안지키면 다 제재 대상이다.
한 가지 주의할 부분으로, 제1절 위반의 경우엔 대화(regulatory dialogue)의 여지가 완전 닫혀있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Alba가 그의 분석에서 잘 지적하고 있는 부분으로, 제1절보다 제2절의 경우에 정부와 사업자의 상호소통이 강조되며 보다 유연한 접근이 이뤄지는 것은 맞지만, 제1절 위반의 경우에도, EU DMA 제5조 위반의 경우와 달리,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혐의 사실의 통지를 받은(제22조, 제26조) 지정 사업자들은 확약(commitments) 절차를 진행될 수 있다(제23조, 제27조).
이러한 확약 가능성의 제공은 한편으로는 당연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꽤 흥미롭게 읽힐 수도 있는 부분이다. 왜냐면, 일본 독점금지법상 경쟁제한성이 뚜렷한 행위들(입찰담합, 가격 또는 공급량 카르텔 등)은 확약의 대상이 되지 않는데(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확약절차 가이드라인("Policies Concerning Commitment Procedures"), p.4(5. (i) 부분의 설명 참고) 앞서 언급했듯 스마트폰법은 그 취지상 제1절의 행위들을 마치 당연위법 또는 목적상 경쟁제한처럼 취급하면서도 확약 절차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독점금지법상 사적독점이나 불공정한 거래방법의 경우에는 확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독행위라는 ‘행위 유형’에 주목해서 스마트폰법 제3장 제1절의 행위들이 이들에 상응하는 것으로 보았다고 한다면 이상하게 볼 것도 아니지만, 경쟁제한 ‘효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약간 전체적인 일관성, 패턴에서 벗어나는 제도 설계로 볼 수 있다. 흥미롭지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자.
다음은 제6조에서 말하는 '불공정성'의 의미다.
제6조는 모바일 OS 또는 앱스토어 사업자의 앱 사업자들에 대한 불공정한 취급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구체적으로 앱 사업자에 대하여 앱 작동 중 표시되는 앱의 사양 등 표시 방법 등에 관한 조건 및 그 외 앱 사업자가 앱스토어 또는 OS를 이용하는 조건 및 조건에 따른 거래의 실행에 관하여 "부당하게 차별적인 취급 또는 다른 불공정한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불공정한 취급'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023년 보고서(일본어판 101面/영문판 p.98) 내용을 참고해서 생각해보면, 예컨대 애플이 ATT(App Tracking Transparency) 정책 도입을 통해 앱 사업자의 이용자 데이터 추적을 위해서는 동의를 받도록 사양을 변경함으로써 앱 사업자들의 디지털 광고 사업에 큰 영향을 준 경우처럼, 모바일 OS 또는 앱스토어 사업자가 "rule maker"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앱 사업자에게는 제약을 가하고 자기 사업만 유리하게 하는 경우가 '불공정한 취급'에 해당할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평가의 정도, 즉, 위와 같은 행위가 저질러지면 쉽게 '불공정한 취급'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인지 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부당성을 판단하기 위해 뭔가 별도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 위 세미나에서 이나바 료타는 간단히 '제6조는 EU DMA 제6조 제12항의 FRAND 의무 규정에 상응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는데(55:48 지점에서 시작) 그렇다면 (밑에 인용한) EU DMA상 Recital 62에서 구체화된 판단 기준들이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인 걸까? 아니면 DMA 제6조 제12항과 같은 취지의 규정이라는 것뿐 불공정성 판단 기준은 기존의 일본 독점금지법상 '불공정한 거래방법'의 해석(경쟁감쇄 등)을 빌려올 수도 있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 아직 분명히 정해진 입장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세미나가 끝나고 몇몇 교수님들과 대화를 나누었을때, 후자의 경우를 따른다면 경쟁 효과에 대한 분석이 요구될 수도 있고 이는 일종의 당연 위법을 도입하려는 법의 취지에 반하게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약간의 경계심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전자에 대한 생각은 모르겠다.추후 가이드라인(제46조)이 나온다면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DMA Article 6(12) - "The gatekeeper shall apply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general conditions of access for business users to its software application stores, ..."
DMA Recital 62 - "... Pricing or other general access conditions should be considered unfair if they lead to an imbalance of rights and obligations imposed on business users or confer an advantage on the gatekeeper which is disproportionate to the service provided by the gatekeeper to business users or lead to a disadvantage for business users in providing the same or similar services as the gatekeeper. The following benchmarks can serve as a yardstick to determine the fairness of general access conditions: prices charged or conditions imposed for the same or similar services by other providers of software application stores; prices charged or conditions imposed by the provider of the software application store for different related or similar services or to different types of end users; prices charged or conditions imposed by the provider of the software application store for the same service in different geographic regions; prices charged or conditions imposed by the provider of the software application store for the same service the gatekeeper provides to itself. This obligation should not establish an access right and it should be without prejudice to the ability of providers of software application stores, online search engines and online social networking services to take the required responsibility in the fight against illegal and unwanted content as set out in a Regulation on a single market for digital services."
세 번째로 볼 부분은 제7조와 제8조의 정당화 사유다.
먼저 두 규정의 규율 내용부터 간단히 요약하면, 제7조는 모바일 OS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앱스토어 제공 행위를 방해하거나(제1호)*, OS 기능을 동등한 성능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제2호)를 금지하고, 제8조는 앱스토어 사업자가 앱사업자들의 다른 결제 시스템 이용을 방해하거나(제1호) 앱 밖에서의 결제를 제한하거나(제2호) (애플의 Webkit 강제처럼) 다른 브라우저 엔진 이용을 방해하는 것(제3호) 또는 (애플의 "Sign in with Apple" 강제처럼) 앱사업자에 자신의 소셜 로그인을 강제하는 것(제4호)을 금지한다. 한 가지 주의할 부분은 일본법(제7조 제1호)은 EU DMA의 제6조 제4항과 다르게, 지정 사업자가 이용자들이 아무 데서나 직접 앱을 다운받아 설치하는 걸(side-loading) 못하게 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앱스토어를 이용하지 못하게 막는 것만 금지한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요약한 내용 그대로다.
제7조와 제8조(제1호, 제2호)의 금지 사항들은 사업자의 위반이 있는 경우 배제조치 명령에 더해 과징금 부과 명령까지 이뤄질 만큼 무거운 의무로 다뤄지고 있지만(참고로, 제19조 제1항에 따르면, 과징금은 제7조와 제8조 제1호 및 제2호 위반으로 한정되고 배제조치 명령에 있는 경우 반드시 함께 부과된다. 이러한 의무적 과징금 부과 방식은 독점금지법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다른 금지 사항들과 달리 정당화 사유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구체적으로, 두 규정은 모두 '사이버 보안의 확보,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청소년 보호 등 기타 정령으로 정하는 목적을 위해 필요하고 다른 방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때'는 금지의 예외로 명시하는데 원문은 아래와 같다.
第七条 "... サイバーセキュリティの確保等(スマートフォンの利用に係るサイバーセキュリティ基本法(平成二十六年法律第百四号)第二条に規定するサイバーセキュリティの確保、スマートフォンの利用に伴い取得される氏名、性別その他のスマートフォンの利用者に係る情報の保護、スマートフォンの利用に係る青少年の保護その他政令で定める目的をいう。次条において同じ。)のために必要な行為を行う場合であって、他の行為によってその目的を達成することが困難であるときは、この限りでない。..."
第八条 "... サイバーセキュリティの確保等のために必要な行為を行う場合であって、他の行為によってその目的を達成することが困難であるときは、この限りでない。"
지난 ICR 센터 세미나에서 발표된 슈야 하야시(Shuya Hayashi) 교수님 설명(자료집 60면 이하)을 참고하면, 위와 같은 예외 사유는 EU DMA의 예외 사유보다 폭 넓은 것으로서 관련 DMA 규정에 대한 사업자(애플)의 이의를 반영한 결과인 것으로 이해된다. (하야시 교수님의 발표 내용에 기초해서) 약간 풀어서 설명하면, DMA의 제6조 제4항(그리고 Recital 50 참고)은 모바일 OS 사업자가 사이드 로딩(side-loading)이나 다른 앱스토어 이용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오직 (i) 기기나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integrity)을 위해서 혹은 사용자의 보안(security)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엄격하게 필요하고 비례적인 경우에만 관련 조치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제약은 악성 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컨텐츠 감독의 효과성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문제가 있고, 일본 법은 이러한 우려를 받아들이면서 예외적인 정당화 사유를 폭넓게 규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설명은 기본적으로 제7조의 상황을 상정한 것이지만 결제 시스템 강제와 관련한 제8조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앱스토어 정책과 관련해서, 그동안 해당 이슈를 따라가면서 깊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과연 앞으로 유럽에서는 어떤 방향에서 어떤 내용으로 문제화를 시키고 이를 해결해갈 것인지(집행위원회 보도자료) 또 일본에서는 어떤 식의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관련 이슈들이 단순히 경쟁 정책의 시각에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기술적으로 꽤 복잡하고 알기 어려운 영역으로 진입했다고 느끼기 시작했는데(실제로 얼마 전 집행위원회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경쟁법과 전혀 관련 없는 기술 전문가들이 팀에 꽤들어왔다고 듣기도 하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스마트폰법을 보면서 꼭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 예컨대 스마트폰법 제43조에서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제7조 단서 또는 제8조 단서의 규정 적용 등에 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내각총리대신, 총무대신, 문부과학대신, 경제산업대신 또는 어린이가정청장관, 그 밖의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의견을 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조를 읽으면서는 아마도 내가 느끼는 어려움을 다른 전문가들도, 당국과 입법자도 비슷하게 느낀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제7조 및 제8조의 단서와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언급해둘 것은, 앞에서도 잠깐 설명했듯, 정당화 사유는 기본적으로 보안, 프라이버시, 청소년 보호, 또는 범죄 예방 등과 관련된 것으로, 경제적 효율성이나 경쟁 촉진 효과와는 관련이 없으며 이들은 정령을 만들 때 전혀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실제 정령이 나오는 것을 봐야겠지만 현재 분위기에서 당국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의무 규정들에 대하여, 현재로서는 이정도만 살펴보아도 충분할 것 같다. 제9조에서 정하고 있는 검색엔진 사업자의 자사우대(self-preferencing) 금지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내용이고, 제2절 준수 사항들에는 위에서 본 것처럼 앞으로 일본 정부와 사업자가 서로 소통하면서 구체화될 내용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현 시점에서 언급해두면 참고가 될 만한 사항을 추가로 두 가지만 꼽자면, 첫째는, 앞으로 EU DMA 규정이 집행되는 과정에서의 논의나 집행 결과가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령 구성이나 법 집행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이나바 료타의 ASCOLA Asia 발표 내용에서도 잘 확인되는데, 그는 제11조 데이터의 이동성(data poratability)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이전 데이터의 종류와 이전의 방법은 EU의 상황을 보면서 구체적인 규칙을 검토해갈 계획이라고 언급하였다. 또한 제12조의 기본 설정, 앱 설치·삭제, 브라우저 선택 보장 등과 관련해서도, DMA의 규정을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35:02 지점부터 시작). 그가 발표에서 DMA의 몇조 몇항이 비슷하고 참고된다는 것인지 콕 집어서 말한 건 아니지만, 위 비교표를 참고하면 아마도 DMA 제6조 제9항과 제3항을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는, 스마트폰법과 플랫폼법의 관계와 관련된 부분으로, 제13조 관련하여 동조는, 마치 플랫폼법처럼, 지정 사업자가 OS, 앱스토어, 브라우저 관련 사양 변경 등에 관하여 이용 사업자들이 그러한 변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리 미리 정확한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나바 료타는 앱스토어에 관해서는 분명 둘 간에 중첩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규제 중복이 이뤄지지 않도록 Apple에 대해서는 스마트폰법으로 일원화하여 규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한다(39:40 지점). 두 기관 간에 어떤 식으로 조정이 이뤄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법에서 관련 규정을 찾지는 못했다) 흥미로운 지점으로 알아 두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이상이 스마트폰법의 규율 대상과 의무 사항들에 대한 대강의 내용이다. 그렇다면 지정된 사업자들이 의무 사항을 지키지 않고 법을 위반하면 어떻게 될까?
구체적인 제재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은, 일단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런 일'이란, 사업자가 법을 어겨서 과징금 등 제재 처분을 받게 되고 이에 불복해서 법원에서 다투고 끝장을 보는 그런 (한국에서는 꽤 흔한) 일들을 말한다. 즉, 일본에서의 제재 규정은 있기는 하지만 실제 활용도가 높지는 않고, 만에 하나 일이 틀어질 경우를 대비한 것이거나 사업자들에게 법 준수에 대한 은근한 압박감을 주기 위한 역할을 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없는 제재 규정도 만들어서 진짜로 활용하는 한국과는 사정이 전혀 다른데, 혹시 나중에 (과거 하도급법이 그랬던 것처럼)* 일본의 이같은 제재 규정들의 역할이 잘못 이해되고 한국에 지나치게 강력한 제재 규정을 도입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될까봐 꼭 이런 차이를 먼저 짚어두고 싶었다.
* 나중에 기회 되면 따로 다룰 수도 있겠지만, 일본 하청법에는 권고 외 제재 규정이 없는데, 일본 하청법을 참고한 한국 하도급법에는 시정명령, 과징금, 3배 손해배상, 형사처벌 규정까지 있고, 실제 활용도 된다.
그럼 다시 본 내용으로 돌아가서. 일본 스마트폰법의 규율은 어떻게 집행되는가?
그동안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복해서 강조해온 것처럼, 스마트폰법의 집행은 계층제적 지시 일변도가 아니라 상호 작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나바 료타의 설명을 빌리면, 스마트폰법은 기본적으로 2단계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지정 사업자로부터 연례 보고서(제14조) 등으로 정보를 제공 받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 앱 개발자, 웹사이트 서비스 제공 사업자 등 이해 관계자, 다른 행정청(제43조) 및 외국 경쟁당국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소통하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해가는 과정이 이뤄지게 진다. 이어 2단계에서는 이러한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는 이슈들에 대하여 정부(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고권적으로 개입하여 문제를 조사하고(제15조, 제16조, 제51조) 권고나 배제조치 명령 등을 부과하는 방식의 위계적 접근이 이뤄지게 된다(40:15 지점부터 시작).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기본적으로 제3장 제1절과 제2절 규정들의 집행에 공통된 사안이며 둘 간에 본질적 차이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제2절의 규정들이 좀 더 유연한 접근을 하고 있지만, 제1절에서도 제7조와 제8조 단서 규정 등 다양한 행위자들의 참여를 예정하고 있는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석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면, 이러한 일본의 시도는, 약간은 영국의 접근에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전통적인 계층제 거버넌스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시장 및 네트워크 거버넌스를 적절히 혼합한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고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협력적 거버넌스란 표현이 듣기엔 좋지만, 여기까지 이 긴 글을 읽고 있는 한국 독자들의 관심은 그런 뜨뜬미지근한 것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2단계의 적극적인 행정작용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사실 앞에서 이미 언급된 내용도 많은데,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번 더 다른 내용들과 함께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일본 스마트폰법에서 대부분 제재의 초점은 제3장 제1절(제5조부터 제9조까지)의 금지 사항 위반에 있다. 지정 사업자가 제1절의 금지 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먼저 제22조(또는 제26조)에 따라 위반 사항과 확약 절차의 가능성을 서면으로 통지하고 (제23조 또는 제27조에 따른 확약이 안되면) 제18조에 따라 당국은 해당 행위의 금지, 사업의 일부 양도, 기타 이러한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제거(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배제조치)를 명할 수 있다.
둘째, 스마트폰법은 제3장 제1절의 금지 사항 중에서도 특히 제19조는 제7조 모바일 OS 사업자의 다른 앱스토어 이용 방해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저해 행위, 제8조 제1호, 제2호 앱스토어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에 대해서는 관련 매출액의 20%로 과징금 부과가 이뤄지도록 하면서 더 엄격한 태도를 견지한다. 만약 위반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제20조에 따라 그 규모를 30%로 증대시키도록 하면서 경계심을 더 높인다. 앞서 설명했듯 여기서 과징금 부과는 배제조치 명령이 있을 때 그에 더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일본 독점금지법의 규정 방식과 비슷한데... 그 반대는, 즉, 배제조치 명령 없는 과징금 납부 명령도 가능한가? 제32조에 보면 "排除措置命令がされなかった場合にあっては、課徴金納付命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게 가능하니까 써놓았을 텐데… 배제조치 없는 과징금이 어떻게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셋째, 금지 사항 위반 행위는 당국의 결정이 있기 전에도 어느 정도 견제될 수 있다. 제3장 제1절의 금지 사항 위반 행위로 현저한 손해(著しい損害)가 예상되거나 긴급한 필요(緊急の必要)가 있는 경우 피해 당사자(제31조)나 공정거래위원회(제40조)는 법원에 해당 행위를 임시적으로 중지하도록 명령(injunctions)해줄 것을 청구·신청할 수 있다. 한국 경쟁법에는 아직 이런 임시적 조치를 가능케 하는 제도가 제대로 도입되지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전자상거래법 제32조의2, 공정거래법 제108조(불공정거래행위 대상 금지청구)에만 제한적으로 도입되어 있다), 디지털 시장에서 경쟁법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면 이런 유연한 제도가 먼저 도입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넷째, 지정 사업자가 제3장 제1절의 금지 사항을 위반했다는 배제조치 명령 또는 과징금 부과 결정이 있는 경우(필요적 전치주의) 사업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며 이는 시효 3년의 무과실 책임이다(제32조). 내가 아는 건 독점금지법의 경우지만, 일본에서 사적 집행은 거의 없다. 한국보다 더 없다. 넘어가자.
다섯째, 제3장 제2절의 준수 사항들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제재가 좀 더 마일드해진다. 제30조에 따르면, 준수 사항을 위반한 지정 사업자에게 공정거래위원회는 행정지도인 권고를 할 수 있다(제1항).사실 권고 자체는 행정처분이 아니고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가 따로 불이익을 줄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일본 행정절차법 제2조 제6호 및 제32조 제2항) 혹자는 제재라는 표현에 딴지를 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에서 권고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거의 없고(일본에서는 사업자들이 대부분 권고를 그대로 따른다), 법적으로도 어차피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시 이를 따르도록 명령하고(스마트폰법 제30조 제2항) 이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재라 불러도 크게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섯째, (쓰일 일 없을 것 같지만) 제7장에 행정형벌이 있긴 하다. 제50조, 제52조, 제54조의 내용을 요약하면, 확정된 배제조치 명령 위반시 자연인은 2년 이하 구금형이나 300만 엔 이하의 벌금형, 법인은 3억엔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권고에 이은 명령(제30조 제2항)을 위반할 경우엔 자연인이나 법인이나 100만 엔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참고로 배제조치 명령 위반에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해당 명령이 법적으로 '확정(確定)'되었을 때다.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가 남은 상황에서의 명령 위반에는 50만엔의 과료 부과 규정이 따로 적용된다(제56조). 권고에 이은 명령의 경우는 이런 구분이 없다.
* 참고로 제45조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해서는 행정심판 청구가 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번 일본의 입법을 보면서 EU 규제의 브뤼셀 효과(Brussels effect)가 또 증명되었다는 주장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플랫폼법과 스마트폰법에서 아직까지 그런 인상은 받지 못했다. 일본이 그동안 EU의 경쟁법 집행과 규제 논의를 정말 면밀히 추적하고 검토해왔고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이니셔티브를 진행해왔으며 다소 EU의 접근을 추종하는 듯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번 입법에서 받은 전체적인 인상은, 일본의 관료 사회는 그래도 참 영리하게 팬시한 외국 제도들에서 필요한 것만 뽑아내는 취사 선택을 잘한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플랫폼법의 경우 EU의 Regulation처럼 하면서도 지정 제도를 도입하면서 범위를 좁힌 것 그리고 스마트폰법의 경우 DMA를 따라가는 듯 하면서도 과잉 규제의 오류가 극히 적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시장만 타깃으로 한 것 등이 그렇다.
물론 일본도 EU를 따라할 것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수단들, 사적독점이나 부당한 거래제한(공동행위), 불공정한 거래행위 규정들을 더 적극 활용했다면 베스트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 독점금지법의 과소집행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이런 차선적 접근이 이뤄진 데는, 나름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게다가 한국처럼 디지털 시장이 뭔가 좀 규제하기 애매한(즉, 아직 경쟁이 유효한) 상황도 아니고 문제가 꽤 분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것도 고려가 되었을 것이다.
예전 포스팅에서도 다룬 것처럼 난 EU의 DMA가 다른 나라들이 무턱대고 따라갈만한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 플랫폼 이용자들의 보호를 위한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DSA)이라면 모를까, DMA는 EU의 독특한 정치 지형과 그들만의 제도적 환경에서 등장한 지역 특수적 규제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는 해당 지역에서는 좋은 규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와 다른 지역 다른 환경에서는 나쁜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 다른 나라들이 레퍼런스로 삼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특히 그렇다. 내 생각에, 한국 시장은 ('기업의 국적' 같은 이야기는 꺼내지 않더라도) "빅테크"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외 다른 경쟁 기업들까지 떠올리게 만드는 몇 안되는 곳이고, 또 어떤 정부 조치가 소비자와 중소사업자들에 더 유리한 결과를 낼 것인지 알기 어려운 즉 아직 시장실패가 유럽처럼 자명하지 않은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럽의 극약처방같은 규제를 모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역으로 생각해서, 한국의 재벌 규제가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에서 지금 당장 도입할 제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러 번 양보해서 재벌 규제가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에서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치자. 설사 그렇다해도, 그 어떤 나라도,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든 관계 없이, 한국 현실에서 도입, 운용되어 온 재벌 규제같은 걸 바로 도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황이 다르니 말이다.
그리고 시장 환경에 더해 한국의 규제 환경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보기에 한국 정부가 가진 규제 수단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전혀 부족하지 않다. 한국의 경쟁법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당국이 미약한 수준의 경쟁제한적 행위도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경쟁제한형 불공정거래행위), 불균형한 협상력 남용 문제에도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게다가 사업자간 "unfair competition"의 문제까지 행정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불공정한 경쟁수단형 불공정거래행위).
그럼에도 또 제기되는 유력한 주장은 '속도론'인데 난 이마저도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속도론은 한국의 플랫폼 규제론자들이 거듭해서 내세우는 논리로서 '플랫폼에서는 경쟁법(공정거래법)의 집행의 빠른 개입이 어렵기 때문에 좀 더 효율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식의 주장을 말한다. 일단 이 논리는 EU가 EU의 제도 환경을 전제로 플랫폼 규제를 도입하면서 내세운 것으로 한국 상황에 맞지 않지만 이건 별론으로 한다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속도 문제는 규제 도입이 아니라 임시중지 명령(interim measures) 제도의 도입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사실 대안이 필요한 상황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필요하다고 했을 때, 아직 덜 부담스러운 대안이 있는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굳이 더 부담스러운 대안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 결정으로 평가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쩌자고? 규제는 암적인 존재니까 절대 하지 말자, 무조건 시장에 맡기자? 그런 게 아니다. 단순히 시간만 질질 끌자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신동준(Richard Shin) 박사님이 적절히 코멘트한 것처럼, 처한 상황과 맥락이 다르다면, 먼저 규제를 도입한 유럽 지역에서 실제 효과가 나오는 것을 본 뒤 천천히 그 효과를 분석해서 취사선택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로 DMA가 공정하고 경합적인 시장 환경 조성에 기여하는지, 유럽 중소 사업자들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경쟁을 활성화하고 이용자들의 선택권 보장에 기여하는지 천천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DMA는 다른 EU 규제들 달리 그렇게 보편적 가치와 관련성이 높은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
이제 일본은 일본 나름의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입법이 일본 전체 차원에서 최적의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일본은 나름의 선택을 했고 이제 새로운 환경에서 문제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유럽을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플랫폼법, 스마트폰법, 그리고 기존의 독점금지법 체제가 정말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생활의 향상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지'는 두고 보면서 반면교사할 부분만 잘 발라내어 선택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EU와 일본을 좋아하고, 또 한국의 좁은 국경에 갖힌 사고방식을 끔찍이 싫어하지만, 이번 만큼은 각자 살 길은 알아서 찾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