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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Oct 18. 2020

행운도 불운도 결국 운이다.

“이번엔 운이 좋았어! “ “운이 없어서 망했다” “저 사람은 운이 좋아서 성공한 거야” “난 왜 노력했는데도 운이 안 따라주지? “ "난 누구보다 노력하고 열심히 했는데 왜 운이 없는 걸까?" 착하게 살고 노력하는 만큼 운(運)이 축적되어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면, 악하고 게으른 사람은 늘 불행해야 하고, 착하고 성실한 사람은 모두 부자가 되거나 늘 행운만 가득해야 된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현실은 그렇게 공평하지 않다.

착하고 성실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행실이 나쁘고 악한 이도 운이 좋으면 떵떵거리며 잘 사는 것이 인생이다. 운은 차곡차곡 쌓았다가 돌려받는 캐시백(cash back)도 마일리지(mileage)도 포인트(point)도 아니다. 운이 따라주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그저 ‘때(時)’가 맞지 않음이라 생각한다. 내가 추위를 많이 탄다고 나에게만 찬바람이 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운은 바람처럼 누구에게나 스쳐가고 예고 없이 찾아온다. 흔히 행운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다. 전혀 상반되는 결과를 초래하지만 실제로 손바닥 뒤집듯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의미다.

[나만 불행한 건가?] 나는 운이 좋았던 기억보다 불행했던 기억이 더 쉽게 떠올랐다. 분명 나에게도 행운은 찾아왔을 텐데 말이다.   왜 그럴까? 사실 이유는 단순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그것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내가 그만큼 노력했고 성실하게 잘해서 운도 따라와 준 것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행운이 아니라 내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이 닥쳤을 때는 주변의 모든 것에 탓을 돌렸다. 나는 잘못이 없는데 그저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하던 일이 잘못되고 실수를 하고 다쳐도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그저 운이 없는 것이었다. 책임을 회피하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더욱 운 탓을 했다. 그렇게 한참을 원망하고 억울해했으니 기억에도 강하게 자리 잡았을 것이다.

[나의 행복, 당신의 불행] 운은 개수를 정하기는 어렵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것이 나름의 지론(持論)이다. 다만 그 크기는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게 온다.

로또 5등이 당첨된 A와 B가 있다. 복권을 들고 A와 B는 각각 이런 생각을 했다. A : 왜 나는 운이 없어서 1등을 하지 못했지? B : 와! 운이 좋아서 꽝은 면했네! 내일 새 복권으로 바꿔야지. A는 자신이 5등에 당첨되었음에도 그것을 오히려 불운이라 생각했다. 1등이 되지 못한 욕심에 본인에게 찾아온 작은 행운을 불운으로 착각한 것이다. 반면 B는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당첨이 되었음에 만족하고 행복해했다. A는 2등에 당첨되었어도 1등이 되지 못한 자신의 운을 탓하며 속상해했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소비시장이 위축되고 경제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그중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사람들도 있다. 마스크, 소독제, 온라인 사업 등이 그렇다. 실제로 나와 같은 IT 개발 업체 중에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는 매출이 소폭 상승했다고 한다. 누구는 코로나로 죽을 맛인데 오히려 코로나로 돈을 버는 이도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2007>의 주인공 ‘그루누이’는 남다른 출생의 비밀이 있다. 그루누이는 프랑스 파리 뒷골목 시장에서 태어났다. 책을 읽고 있다가 순간 코를 막아버릴 정도로 악취가 진동하는 생선가게 한편 쓰레기 더미에서 그루누이의 어머니는 남몰래 출산을 한 뒤 그루누이를 버리려고 했다. 그 순간 생선의 악취를 맡은 그루누이의 울음소리로 아이의 존재가 발각되고 어린아이를 죽이려 했다는 이유로 그루누이의 어머니는 사형을 당한다. 생선 내장의 악취는 그루누이를 살게 했지만 반대로 그의 어머니에게는 죽음을 안겼다. [봄이 되니 꽃이 핀다]

운은 상대적이다. 같은 운에도 우리는 행운과 불운의 두 가지 이름을 붙인다. 만족을 모르면 행운도 불운으로 여기는 것이 사람의 욕심이다.

성실하고 착하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행운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기본적인 소양이고 덕목일 뿐이다.


운은 그렇게 바람처럼, 봄처럼 왔다가 사라지고 또 찾아온다. 꽃이 핀다고 봄이 오는 것이 아니고, 눈이 내린다고 겨울이 오는 것이 아니다.

꽃은 봄이 되었기 때문에 피는 것뿐이고, 눈은 겨울이 되었기 때문에 내린다.

결국 행운도 불운도 운이다.

운명이나 사주팔자까지 걸고넘어질 필요는 없다. 나의 삶이 굳건해지도록 뜨거운 불과 찬물에 번갈아 담금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호되게 당한 불운을 견뎌내고 소소한 행운에 감사한다면 나에게 운이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무심코 다가온 행운을 알아채고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는것이 불운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것보다 훨씬 의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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