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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Dec 03. 2022

 보석이라고 불러줘

빛 그리고 줄타나이트



 “ 무슨 엄마가 거짓말을 해!”

 “ 계속 초록색인데 언제 노란색, 보라색으로 변하는 건데~”

 “ 내가 아무리 초등학생이라도 그렇지! 엄만 나보고 그걸 믿으라고!"



한국에 들어갈 때 고마운 친구를 위해 보석을 선물했다.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튀르키예에만 있다는 줄타나이트. 친구는 가족들에게 자랑을 했지만 서로 빛이 다른 공간을 살아가는 가족들은 친구의 말을 믿어 주지 않은 모양이다. 결국 친구는 빛을 따라다니며 하루 종일 반지의 변신 영상을 찍었다. 아침, 점심, 저녁에 따라 색이 미묘하게 변한다. 밤에만 만나는 친구의 아들은 영상을 보며 소리를 질렀지만 금방 고개를 갸웃거렸다.


  “ 우와 신기하다. 완전 변신 로봇 반지네! 근데 엄마 이거 진짜야?”




줄타나이트는 햇빛을 만나면 노란빛을 품은 키위 초록, 밝은 조명 아래에서는 진한 청록, 촛불을 만나면 빛의 강도에 따라 호박색에서 보라색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얼마 후  한국 사는 친구는 비행기를 탔다.

친구가 나에게 온 날, 보석상을 하는 튀르키예 친구네는 대박이 났다.

몇 세트의 줄타나이트가 다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마음이 거친 파도타기라도 하는 날이면 나는 보석을 세공하는 친구 가게에 가곤 했다.

친구는 손으로는 손님이 주문한 원석을, 입으로는 내 마음을 다듬기라도 하듯 바쁘다.


“ 줄타나이트는 튀르키예의 자부심이지.”

“이건 다른 일반 다이아스포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보석을 다듬는 친구의 손을 바라보고 있던 내 눈동자가 커졌다.

 “다이아...? 다이아몬드?”

Zultanite by cherry.germs.

어리석은 나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친구는 손에 들고 있던 보석을 내려놓고 강의를 시작한다.


 “혹시 ‘디아스포라(διασπορά)’라는 말 들어봤나? 그리스어로 분산된다는 뜻이라네.  

일반적으로는 다이아스포어(Diaspore)는 흰색이나 회색인 단단하고 평범한 광물이지.

근데 말이야. 줄타나이트는 달라.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깊은 산속에서 발견되는데,

이 광물은 불꽃을 만나면 결정들이 쪼개지며 분산되지.

빛을 만나면 그 가치가 달라진다고.”


 친구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이 특별한 천연 다이아스포어 줄타나이트는 숙련된 장인을 만나야만 돌의 변채를 완벽하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줄타나이트는 품질이 좋지 않은 금속과 만나면 무지개 빛깔을 잃고 색이 바래서 보석상들은 줄타나이트로 다른 금속의 품질을 측정하기도 한다고 한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에게서 영감을 받아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 특별한 돌은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공황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불면증이나 심한 편두통을 완화시키는 효능도 있다고 하니 친구가 침을 튀기며 자랑할만도하다





                                            “무슨 일을 하시나요?”    

                                            “남한 사람이신가요?”


이곳에 살면서 종종 받는 질문이다.

답이 분명한 매우 간단한 질문이다. 하지만 이 뻔한 질문이 번잡스럽다. 한국인인지 튀르키예인인지 이방인인지 흰색인지 회색인지 잘 모르겠지만 평범한 자발적 디아스포라. 아주 특별한 장인에 의해 최상질로 세공되고 있는 다이아스포어 같은 보석이라고 답하면 안 될까?

빛에 따라 보랏빛, 초록빛,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다이아스포어.

빛을 따라 다르게 발현하는 줄타나이트라고.

 


 

평생 보석과 별 친분 없이 살던 나는 언제부터인가 줄타나이트를 산다. 그리고 나를 남기듯 줄타나이트를 특별한 이의 손에 쥐어 주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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