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예 Jan 10. 2019

작은 실패의 반복

큰 놈 보다 무섭다

성공하지 못하는 게 두려운 걸까, 실패하는 게 두려운 걸까 생각해봤다. 성공하지 못하는 게 두려운 거였다. 실패는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새로운 종류의 실패에 맞닥뜨렸다.

원래 실패는 이런 거였다. 예를 들면 첫 직장에서 야심차게 만든 콘텐츠가 처참하게 실패했던 거. 일에 인생의 많은 파이를 주는데도 그런 게 생각보다 큰 타격을 주진 않았다. 때로 예상치 못하게 잘 된 것들로 보상 받았기 때문인가?

입시나 입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도 그랬다. 울기도 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 시간을 지나면 또 오르막이 보였다. 살다보면 필연적으로 그려지는 큰 굴곡 같은 거겠거니, 하고 다시 살아가는 느낌?

그런데 새로운 종류의 패배감을 맛 봤다. 작은 실패들의 반복. 배송 날짜 체크 미스로 몇 달 간 기다린 새 노트북을 받지 못한다거나, 인터넷 배송 옵션을 체크하지 않아서 그걸 주문-배송-환불-다시주문 해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게 되거나, 뭐 그런 것들. '그럴 수도 있지'하는 작은 실수 혹은 실패가 허허 웃으며 넘어갈 시간도 주지 않고 계속 반복될 때.

가끔 한 번씩 찾아오는 작은 실패들은 주변 사람들의 포용으로 넘어갈 수 있다. 오히려 재밌는 에피소드로 남을 때가 많다.

그러니까 인~생~의~ 굴~곡~은 커녕 작은 홈 정도도 못 된다. 조금 지나면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작은 홈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질 때. 그건 큰 내리막이 아니라 까슬까슬하고 못난 비포장도로가 된다.

인생의 매끈한 굴곡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를 걷고 있는, 나 자체,를 못나게 만든다. 누군가를 붙잡고 위로받기엔 너무 부족한 불행들, 아주 작고 사소한 불행이 모여 홀로 외로이 우울을 견뎌야하는 최악의 밤을 만드는 것처럼. 

차라리 큰 성공과 실패가 낫지 싶다. 역시 애매한 게 최악이인 듯. 애매한 실패들, 애매한 성공들.

흠, 아마 작은 실패들에 이렇게 우울한 건 지금 내게 특별히 큰 일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큰 성공을 할 일도, 큰 실패를 할 일도 없어서. 어쩌면 근본적인 원인은 거기에 있는지도.


_
쓰고 보니 개소리 같네.. 맞아. 사실 진짜 문제는 내가 덜렁댔던 거다.

작가의 이전글 0. 내가 채식을 시작한 진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