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가 우리 집에 왔다

슬기로운 루이생활

by 초마

"언니, 내가 고양이 주면 키울래?"


동생의 느닷없는 톡에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답을 했다.


"고양이? 갑자기 웬 고양이?"


새끼도 아니고 일 년 반 된 성묘인데, 주인이었던 동생의 지인이 더 이상 키우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해서 동생이 데려오고 싶다는 말을 했다. 고양이가 너무 순하고 예뻐서,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 생각이 났다고 하는 동생에게 나는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래? 나는 아직 준비가...."


이렇게 말을 하려고 하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리며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이 사진을 보자마자, 사진 속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심장이 파닥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졌다.


"일단 형부에게 물어볼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미 내 마음은 이 고양이를 꼭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고양이 사진을 보내자마자, 남편도 나와 같은 마음이 전해져서였을까? 납편의 대답은 흔쾌히 좋다고 하진 않았지만, 반대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망설이는 것이 틀림없었다.


"웬 고양이야? 예쁘네.."


"우리 이 고양이 키울까"


"갑자기? 우리는 준비도 안 돼있기도 하고.... "


그날 저녁, 아이들에게 이 고양이의 사진을 보여주자마자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당장 데려와서 키우고 싶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양이보다 강아지가 더 좋다면서 말을 하긴 했지만, 아이들의 눈은 이미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 그 고양이 키우고 싶어!"


"그래? 그런데 크림색 고양이는 그분 아들이 키운다고 해서 안 주실지도 몰라.. 그런데 일단 물어볼게."


아니 이게 무슨 줬다 뺏는 것도 아니고, 이미 내 마음은 홀라당 빼앗겨 버렸는데, 고양이를 안주실수도 있다는 말에 마음이 다시 울렁거렸다.


동생의 대답은 얼마지 않아 들을 수 있었다. 동생의 지인분은 크림색과 검정 얼룩인 코리안숏헤어까지 두 마리 다 데려가는 조건으로 분양하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고양이 집사도 처음인데 한 번에 두 마리를 키울 수 없고, 또 그 지인분도 동생을 믿고 고양이를 주시는 것이니, 일단 동생과 나는 한 마리씩 나누어 키우기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집사 공부가 시작되었다. 나는 동생이 보내준 사진을 제미나이에게 보여주면서 고양이 품종에 대해서 물었고, 성향에 대해서도 함께 물었다. 제미나이는 사진으로 보면 '브리티시 숏헤어' 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나는 다시 브리티시숏헤어에 대해서 검색을 시작했다.


남편은 이미 유튜브를 검색해서 고양이전문가 혹은, 브리티시숏헤어 키우는 다양한 유투버들의 채널을 구독하며 하루 종일 영상을 보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장난감이나 사료, 간식등도 검색하면서 정보를 모으며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할 정보를 채워나갔다.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고양이 이름이었다. 원래 고양이의 이름은 '춘식'이었는데, 그 이름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루~ 로 시작하는 이 고양이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이름을 좀 리스트업 해줘!"


제미나이에게 물어본 고양이 이름 중 단연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이름은 "루이"였다.

우리 집 아이들의 영어 이름이 '루나'와 '루카'이니 우리 집으로 올 막내의 이름도 '루~'로 시작하며 좋겠다는 마음에 물었던 것인데, 내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이 첫 번째로 추천 리스트에 뜬 것이다.


"고양이 이름은 '루이'로 할 거야!"


그렇게 루이는 우리 집의 막내가 되었고, 고양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나와 남편은 동생과 "집사들"이라는 단톡방을 따로 만들어서 동생에게서 필요한 것들을 추천받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고양이 화장실을 동생이 선물해 주었고, 낮에 사람이 없을 때를 대비해서 고양이 자동배식기도 동생이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필요한 리스트들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준비하는 시간이 남편과 나는 마치 첫째인 초롱이가 태어나기 전 아기용품을 준비했던 시간같이 느껴지면서 매 순간이 설레었다.


퇴근 후 피곤함도 잊고, 고양이 스크래쳐는 어떤 것이 좋을지 찾아보고 구매하고, 빠진 것이 무엇이 있나 리스트를 체크하는 것조차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고양이가 높은 곳을 좋아할 것이라는 추측에 남편과 나는 거실의 3단 책장과 거실장 위를 정리하고, 루이가 다닐지도 모르는 집구석구석을 정리하느라 지난 주말 내내 집안 대청소와 정리를 하루 종일 하면서도 허리 아프거나 몸살 날 것 같은 힘듦조차 잊었으니, 남편도 나도 은근히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설렘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단단히 다짐을 받아두는 것이었다.


"루이가 우리에게 다가오기 전까지 기다려줘야 해! 절대 먼저 가서 끌어내거나 안으면 안 돼! 루이는 우리 집에 처음 오니 너무 낯설고 무서울 거야. 그러니까 루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자!


특히, 초콩이는 절대 소리 지르거나 뛰면 안 돼! 이모네 루시가 너 제일 무서워하는 거 알지?

고양이는 큰소리 내거나 크게 행동하는 것 절대 싫어해, 알았지?"


그렇게 아이들에게 몇 번이고 다짐을 받는 내 목소리는 단호함이라기보다는 설렘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