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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꽈사 Aug 21. 2023

[난임일기|01] 프롤로그

임신시도 후 1년, 우리는 공식 난임 부부가 되었다

제가.. 난임이라고요?


난임일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 


나는 계획 세우기를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계획을 지키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계획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실행하기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귀차니즘이 심한 내가 자발적으로 난임일지를 쓰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스스로도 매우 놀라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내가 난임일지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내 감정을 성숙하게 배출하고 싶었다


난임은 결국 임신을 목표로 가는 여정인데, 모두가 알다시피 임신이라는 것이 인간의 의지로는 되지 않는 범위 안에 있다. 그러기에, 자격증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하루 12시간 이상 공부를 한다거나, 운동선수가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 훈련을 하는 것처럼 정량적인 노력이 큰 의미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노력으로 인한 개선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이 불확실한 여정 속에 감정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렸다.


지난 1년 동안 임신시도를 하며 혼자 머릿속으로 무너졌다가, 다독였다가, 남편한테도 풀어봤다가 그래서 잠시 위안이 되었다가, 또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스스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하였다. 감정이 배출되지 못하고 내 안에서 무한히 돌고 도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런 감정을 글로 풀어본다면,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유형의 무언가로 써 내려간다면, 내 감정이 좀 더 성숙하게 배출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누군가가 내 일지를 보고 공감하고, 함께 힘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난임의 여정에 들어서면서 가장 많은 위안을 받는 건 누가 뭐래도 어딘가에서 같은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할 때이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웠기에 나는 유튜브와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며 많은 후기들을 찾아보았다. 


고생 끝에 성공을 한 사람들을 보면 내가 성공한 것처럼 기뻤고, 아직 덤덤하게 여정을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함께 힘내자고 응원하고 싶었다. 나 또한 이 여정을 함께 하고 있음을 작게나마 알리고 싶었고, 언젠가 누군가가 나를 보며 공감하고 위안을 얻기를 바랐다. 


앞으로 지난 1년간의 여정과, 지금 나아가고 있는 여정을 이곳에 적어보고자 한다. 내 부족한 글이 미약하게나마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 선한 영향을 주길 바란다.


번외: 마음을 위로 하는 법을 찾는 여정


많은 시행착오 끝에 글쓰기 외에도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많은 방법들을 찾아냈다. 

요가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고, 좀 더 건강한 식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시부모님의 반려견인 포실이 와 자주 함께 하면서 생명체를 보살피고 책임지는 것이 어떤 것 인지도 배웠다. 

제목도 연주자도 모르는 재즈음악을 틀어놓고 집안을 정리하기도 하고,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보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큰 위안을 준다. 

난임을 논외로 사람이 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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