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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May 10. 2019

#2. 시한부 자유부인의 어느 날

둘째 출산을 대하는 마음

 혼자 버스를 탔다. 주로 아기와 함께 외출하다 보니 늘 운전을 해야 했던 나로서는 버스를 탄 것 자체가 일 년 하고도 훌쩍 더 된 무척이나 오랜만의 일이었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거리의 풍경과 버스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구경할 여유가 있다는 게 기분 좋았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동묘 재래시장. 좁은 골목을 누비며 구제 옷과 중고책, 골동품 등을 구경했다. 골목이라니! 이 또한 얼마만의 일인가! (예스 키즈존을 찾아 헤맨 덕에 나와 남편은 프로호텔러가 되었지만 그 유명하다는 힙지로 조차 한 번을 가보지 못했다.)


 그동안 아기를 데리고 다니면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들이 더 많았던 답답함이 봄바람을 타고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리는 것만 같았다. 아, 이게 바로 다른 사람 인스타의 해시태그에서나 보던 자유부인!


 올해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바다(태명)는 웃으며 인사하고 들어갈 정도로 어린이집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고, 이건 단지 시작일 뿐 앞으로 유치원, 그리고 학교, 이렇게 쭉 기관 생활을 이어가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자, 소소한 자유는 다시 내 것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이를 누리고 있자니, 아기를 키우며 호소한 부자유의 고충과 시간들이 아득히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그래 봤자 일 년 하고 반이었구나. 문득 조금 덜 불평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는 시간이 멈춘 터널 속에 들어온 것만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 터널이 이렇게 짧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어린이집 생활이 즐거운 아기. 심지어 집에서는 1시간 여의 사투 끝에 겨우 자는 낮잠도 어린이집에서는 누워서 5분이면 바로 잠든다고 한다.

 둘째 출산까지 남은 채 한 달 여 되지 않는 기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곧 끝나버릴까 못내 아쉬움 가득했던 그 소소한 자유의 기간이 더 이상 그렇게 아쉽지 않게 느껴졌다. 이제는 알고 있다. 소소한 자유는 금세 돌아온다는 것을.

에필로그] 나 혼자만 평일 낮의 자유를 누릴 수 없어 남편에게도 골프의 자유를 주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도 가고 이번 주 평일에도 가고 오늘도 갔다. 다다음주에도 가고 다다다음주에도 갈 예정. 방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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