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시립 천문대에 일하고 있었는데, 천문대는 얕은 산 정상에 있었어요.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차로는 올라올 수 없고, 걸어서 갈 수 있었습니다.
일반 관람객은 25분 정도가 걸리지만, 저와 같은 숙련된 직원들은 15-20분 정도면 충분히 올라올 수 있었죠.
평소에는 씩씩하게 잘 올라가는데, 그날은 유난히 몸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몸은 젖은 솜처럼 무겁고, 허벅지 근육은 타는 듯 아프고요.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서서 올라가는 길을 바라봤습니다.
5분 정도 서 있다가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내가 아까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더라면 지금쯤 시원한 사무실 안에서 커피도 마시고 편히 쉬고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또 한 번 배웠습니다.
그런데 좀 더 걸으니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 5분이라는 짧은 시간도 결국 지구가 돌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다는 것을요.
시간이라는 아주 당연한 것마저 누군가의 노동(?)의 산물이더군요.
그걸 알고 나자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깨끗한 거리, 매일 먹는 음식, 만나면 편한 친구, 그리고 시간조차도
모두 누군가가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만들어진다는 것.
그 아주 당연한 사실을 지구의 공전과 자전을 통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