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면 밤하늘을 올려다봐야 하는 이유가 생깁니다. 바로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가 있기 때문이죠. 부지불식간에도 별똥별은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지만, 평소보다 별똥별이 많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 또는 현상을 유성우라 불러요. 유성, 즉 별똥별이 비처럼 내린다는 거죠. 실제로 그러진 않아요. 만약 하늘에서 그런 장면을 목격했다면 당장 대피해야 할 거예요!
일 년에 별똥별이 그나마 많이 떨어지는 세 번의 유성우가 있어요. 1월의 사분의자리 유성우, 8월의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그리고 12월의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있죠.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나머지 두 유성우에 비해 시간당 떨어지는 유성수는 많지 않지만, 춥고 바람 부는 겨울보단 여름이 확실히 별 보기가 좋잖아요. 저도 작년 여름엔 운동장을 걸으러 집 앞을 나섰다가 눈앞에서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을 발견했기에 올해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게다가 8월에는 지역 주민들에게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 같이 초등학교 운동장에 누워 별을 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해서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어요. 참가자들이 다 함께 별똥별을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행사날 날씨는 살짝 습하긴 했지만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어요(습도가 높으면 하늘이 뿌옇게 보인답니다). 땅에서 열기가 올라오긴 했지만 모기도 별로 없고 별 보기 딱 좋은 상황이었죠. 별 지시용 레이저로 별을 가리키며 별자리 설명을 마치고 심지어 별자리에 관한 신화까지 구구절절 설명했는데도 별똥별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 야속하여라!
참가자 분들은 우리가 언제 이렇게 운동장에 누워서 별을 보겠느냐,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하셨지만, 진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입이 바짝바짝 마를 수밖에 없었어요. 하늘을 바라본 지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참가자 중 한 분이 ‘어!’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행히 그분이 본 건 헛것이나 비행기가 아니었어요. 별똥별이었죠! 한 분이라도 봤으니 다행이라 여기며 마지막으로 별과 별자리 설명을 해드리고 있는데, 저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이 모두 탄성을 질렀습니다. 네, 제 소원이었던 별똥별을 다 함께 보게 된 거예요. 안타깝게도 저는 빼고요.
그 이후로도 애인과 밤바다에서 밤하늘 사진을 촬영하기도 하고, 엄마와 운동장을 걸으며 밤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저는 별똥별을 보지 못했습니다. 신기한 건, 저와 함께 있었던 애인과 엄마는 별똥별을 봤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좀 억울했는데, 나중엔 그들이 ‘내 덕에 별똥별을 본 거‘라고 여기기로 했어요. 그리고 별똥별이 제 눈앞에 나타나지 않은 건, 소원을 빌지 않아도 될 만큼 제 삶이 행복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죠. 그리고 유튜브에 유성우 생중계를 검색해서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 위로 펼쳐진 밤하늘을 감상했습니다. 비 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자주 떨어지더군요. 언젠가 저도 그런 밤하늘을 마주하는 날이 올까요?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그치는 날쯤에 처서가 찾아옵니다. 그러면 이 시골 마을의 도로 주변으로 깻단이 일렬로 늘어서고, 농민들은 모종에 물을 주느라 바쁘고, 동쪽 하늘엔 희미한 가을 별자리들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얼른 밤하늘 한 번 더 보고 오세요. 이 유성우를 다시 보려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