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죽을걸 그랬나?] #16. 돼지심장해부, 납땜

by 정별하

그런가 하면 학교에서 하는 활동 중에서도 나름대로 다양한 경험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돼지심장해부였다.


중학교 3학년때, 당시 물리 선생님이 운영하시던 방과후 과학반? 같은 것이 있었다. 나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과학에 흥미가 있는 친구들과 함께 그 수업을 들었고, 간단한 고등학교 내용 선행학습과 과학관련 실습을 번갈아가며 하는 수업이었다.


수업 커리큘럼 중에 해부를 하는 날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오징어를 가져오셔서 비교적 간단한 오징어눈알 추출을 했다. 몇몇 친구들은 징그러워서 못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학생때만 해도 뭔지모를 지적 호기심이 한참 폭발하던 시기라 우와 이거 어떻게 생겼을까 라는 생각에 오징어 눈알만 따로 분리를 했다. 오징어는 눈알 말고 먹물도 있으니까 그 부분도 따로 떼어내서 관찰을 했다. 대략적인 구조는 이미 사진같은 것을 통해서 머릿속에 들어가 있었지만, 그걸 내 눈으로 실제로 보면서 현실에 구현되어 있는 입체를 그 자리에서 직접 추출하는 건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말 그대로 차원이 달라서 내가 알던 지식이 2D 였다면 해부실습은 3D랄까? 오징어 해부로도 충분히 우와-재밌다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해부할게 하나 더 있다고 하시면서 의문의 검은봉다리(봉투의 사투리)를 들고오셨다.


애들은 반쯤은 이미 오징어가 징그러워서 저건 뭐야 라는 눈빛이었고 나같은 애들 반쯤은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으로 그 검은봉다리를 바라봤다. 그것은 다름아닌 바로 돼지 심장! 흔히 염통이라고도 하는데 잘려지거나 조리된 상태가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염통을 통째로 어디선가 구해오셨다.


처음에는 나도 그 정도의 날것(?)은 처음이라 아 이건 좀 징그러운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잘라보니 혈관의 구조와 심장 근육의 단면 등이 보이면서 이내 빠져들었다. 다른 애들이 그만 자르라고 할 때까지 여기도 잘라보고 저기도 잘라보면서 엄청 재밌어 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 1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그때보았던 오징어의 눈알과 심장의 모습 만큼은 아직도 사진을 찍은듯 내 머릿속에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아마 꽤나 충격적이고 신선한 경험이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약 2주뒤, 같은 과학반 수업에서 이번에는 납땜키트를 활용해 불빛이 들어오는 하트모양 LED를 납땜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납땜 역시 그 동안 이론으로만 배우거나 들어봤을 뿐 실제로 해볼 기회는 없었었는데, 하게 된 것이었다. 키트는 매우 간단한 회로가 연결되어 있고 뒤에 기판쪽을 납땜하면 이제 전기가 연결이 되면서 LED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문제는 나머지 부품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인두를 잘못 가져다 대거나 너무 오래 가져다 대면 플라스틱이 녹아내린다는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우왕자왕 하면서 납도 너무 많이 녹여서 두개만 연결해야 하는데 4개를 떡을 만들어버리고 하는 동안에 나는 침착하게 하나씩 하기 시작했고, 한두개 하고나니 대충 어떻게 하는지 감을 알겠어서 납의 양도 조절하고 갖다대는 시간도 조절하고, 혹시 잘못해서 납이 많이 들어가더라도 약간 굳은 후에 다시 녹여서 그 부분만 덜어내서 다른쪽 기판에 다시 옮기기도 하는 등 내 스스로 생각해도 스킬이 좋은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실패해놓은 기판을 나에게 A/S를 맡긴것도 다시 녹혀서 다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어주고 내것 역시 제대로 완성을 했다. 완성하고 나서 불이 들어왔을 때의 뿌듯함도 있었다.


뭔가 내가 이런 부분의 손재주는 나쁘지 않은 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미적 감각은 그다지 없는 편이라 뭔가 이쁘게 꾸미고 장식을 하는 그런 손재주는 없지만, 예를 들면 못질을 한다던가 이런 납땜을 한다던가 하는 것들은 곧잘 해서 이런 부분의 손재주는 꽤나 타고난것 같다. 그리고 바느질을 하거나 뜨개질, 이런 손재주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잘하는 편이다. 특히 같은 동작이 반복되는 것들은 금방 손에 익는 편이라 속도도 엄청 빠르다. 대신 뜨개질을 한다치면 실을 색색깔로 조합해서 이쁘게 만들고 이런 손재주는 없다. 그냥 하라는 대로 이 번에는 노란색 실로 이번에는 파란색실로 그렇게 하는 속도와 정확도가 좋은거다.


어쨌든 이런 경험들이 나중에 내가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공대로 진학을 하는데 보탬이 되기도 했다. 물론 막상 진학한 공대는 내 기대와는 달랐지만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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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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