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이면
며칠 전 저녁에 동네 공원을 걷다 문득 떠올랐다.
그날이 바로 1인기업을 창업하고 독립한 지 만 10년이 되는 기념일이란 걸...
이런저런 이유들로 조용히 차 한 잔만 하고 넘어갔지만, 그걸 떠올린 순간 나도 모르게 두 팔이 올라갔다.
‘살아남았다’란 안도였고, 잘 견뎌낸 내 자신에 대한 위로였으며, 스스로를 다시 부추기는 동기부여의 몸짓이었을지도 모른다.
10년 전 독립을 시작한 그날을 기억한다.
가장 먼저 한 것은 그 무더운 한여름의 땡볕에도 집 앞 생태공원 걷기였다. 지난 시간 누군가에게 빼앗긴 듯한 ‘한낮의 시간’을 느끼고 싶었나 보다.
한낮에 보는 태양은 낯설고 신선했다. 걱정, 두려움, 기대, 설렘...온갖 잡다한 감정을 안고서 나를 응원하며 그렇게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그날을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1년 전, 나는 공공기관을 떠났었다.
블로그를 살펴보니 그날의 다짐을 쓴 글이 남아 있다.
확실히 이럴 때는 블로그가 유용함을 느낀다. 파일은 사라진 듯 한데...^^;;
그렇게 복잡다단한 시간을 보내며 10년의 생존을 만들어냈다.
아마도 앞으로도 내가 일을 하는 동안의 내 주력업무는 ‘사람과 직업연구소’의 일들이 될 것이다.
내 회사여서 좋은 점이자 나쁜 점은 ‘도망칠 곳이 없다’는 점이다.
고맙게도 그 시절의 내 결정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나로서는 감사하게도 ‘잘 한 결정’이었다는 기억으로 남았다. 그 치열한 시간들 속에 숱한 노력과 실패의 시간들이 이제는 내 자산으로 남았으니 그건 웬만한 시간의 두께로는 비교하기 힘든 나만의 무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언급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나는 살아남았지만 온전히 내 노력만으로 이룬 것도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내게 남은 것은 ‘사람이 만든 인연과 평판’이 전부다.
삶의 사이사이에서 나를 도와준 사람들, 혹은 내게 가르침을 베푼 인연들이 쌓여 또한 지금의 나에게 잇닿을 수 있었다. 그 인연들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창업 후 3년, 10년이 지나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결국 삶은 인연이고, 그 인연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도록 노력하는 것이 나의 몫이라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