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꿈에서 잠시 깨어났다.
내 방 천장이 보이고, 지금의 내 위치와 상황이 어슴푸레하게 인지되었다. "그래. 네가 있을 리가 없지.” 읊조리고 다시 몸을 뒤척여 다른 꿈속으로 빠져든다.
하루를 시작하는 데 문득, 네 꿈을 꾸었다는 사실이 상기되었다.
꿈결에 난 슬펐던 것 같다.
슬펐던 감정이 살아나자 당황스러웠다.
‘내가 널 그리워하고 있던가?’ 그럴 리가 없다.
우리의 새끼손가락에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빨간 실은 오래전에 끊겼으니까.
어젯밤 꿈속에서 넌 돌아왔다. 여느 꿈처럼 참 잘도 돌아온다. (실제의 넌 그러지 못할 것이다. 나만큼 생각이 많고 소심하니까.) 그녀와 헤어졌다고 했다. 난 두 팔 벌려 받아줬다. 속도 없이.
넌 그녀를 잊지 못해 죽을 만큼 힘들다고 말했다.
울며 힘들어하는 네가 안쓰러워 다가가지 못했다. 꿈속에서도 난 네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지난번 꿈은 또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스토리였던가!
얼토당토 하지도 않게, 네가 그녀와 이혼을 했다고 했다.
난 당연히 널 받아줬다. 이혼남이어도 상관없었다. 꿈속에서 속으로 우리 엄마에게 너와 다시 만난다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끙끙댔다.
네 팔짱을 끼고 다니는 내내 행복했다. 가슴을 꽉 채울 정도로 행복했던 짙은 농도의 감정이 한 동안 내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내가 29살 때였던가, 28살 때였던가, 우리는 2년을 만났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사람이었다.
우리는 잘 맞는 한쌍이었고, 대화를 할 때마다 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의 예쁜 만남은 나의 변심으로 끝났다. 모질게 널 끊어냈지만 넌 그 이후로도 4년 동안 날 기다려줬다. 생일마다 책 선물을 보내주었고, 가끔 연락을 하면 어제 연락했던 사이였던 것처럼 받아주고 웃어주었다. 갑자기 연락을 내가 하지 않아도 날 원망하는 문자 하나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넌 말도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널, 받아주고 품기에 내가 너무 어렸다.
돌고 돌아 내가 용기를 내서 네게 돌아갔을 때, 넌 그제야 나에 대한 마음을 접고 바로 일주일 전에 소개팅을 했던 터였다.
그리고 그녀는 너를 알아보았다. 다른 누군가가 흙속의 진주 같은 너를 알아본 게 속상했다.
네가 날 기다렸던 4년 동안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 자리에 가면 네가 있을 거란 걸.
이렇게 우물쭈물 대다간 영영 널 놓칠 수 있다는 걸 정확히 알면서도 돌아가지 못했다.
다신 네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고 싶다고 둘러댔지만, 내 마음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것이다. 난 그렇게 늘 네게 부족한 사람이었다.
너와 참 많이 닮은 미소를 가진 그녀와의 결혼식 사진을 보았을 때 툭, 하고 우리를 연결하고 있다고 믿었던 실이 끊기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기에 가슴속 깊이 축하하고, 행복하기를 바라였다.
진심으로.
내가 어른스럽고 큰 사람인 줄 알고 있었거늘,
이런 말도 안 되는 꿈이나 꾸고 있다니,
참나..
결국은 진심을 다한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사랑에 이기고 지는 게 있냐 싶다가도,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네 꿈을 꾸고, 이렇게 결국 키보드까지 두드리게 만드는 너란 존재라니.
부족했던 날 참 많이 아껴주고, 멋지다고 여겨줬던 그때의 네게 건배.
이젠 흐릿해져서 예뻤던 것만 기억나는 우리의 지난날들에 건배.
웃으며 다시 한번 말할게.
안녕.
우습지만 예전에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에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 가을방학 노래 가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