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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겨움 Jul 13. 2021

또 네 꿈을 꾸었다.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꿈에서 잠시 깨어났다.

  천장이 보이고, 지금의  위치와 상황이 어슴푸레하게 인지되었다. "그래. 네가 있을 리가 없지.” 읊조리고 다시 몸을 뒤척여 다른 꿈속으로 빠져든다.



하루를 시작하는 데 문득, 네 꿈을 꾸었다는 사실이 상기되었다.


꿈결에 난 슬펐던 것 같다.

슬펐던 감정이 살아나자 당황스러웠다.

‘내가 널 그리워하고 있던가?’ 그럴 리가 없다.

우리의 새끼손가락에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빨간 실은 오래전에 끊겼으니까.


어젯밤 꿈속에서  돌아왔다. 여느 꿈처럼  잘도 돌아온다. (실제의  그러지 못할 것이다. 나만큼 생각이 많고 소심하니까.) 그녀와 헤어졌다고 했다.    벌려 받아줬다. 속도 없이.

넌 그녀를 잊지 못해 죽을 만큼 힘들다고 말했다.

울며 힘들어하는 네가 안쓰러워 다가가지 못했다. 꿈속에서도 난 네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지난번 꿈은 또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스토리였던가!

얼토당토 하지도 않게, 네가 그녀와 이혼을 했다고 했다.

난 당연히 널 받아줬다. 이혼남이어도 상관없었다. 꿈속에서 속으로 우리 엄마에게 너와 다시 만난다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끙끙댔다.

네 팔짱을 끼고 다니는 내내 행복했다. 가슴을 꽉 채울 정도로 행복했던 짙은 농도의 감정이 한 동안 내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내가 29살 때였던가, 28살 때였던가, 우리는 2년을 만났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사람이었다.

우리는 잘 맞는 한쌍이었고, 대화를 할 때마다 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의 예쁜 만남은 나의 변심으로 끝났다. 모질게  끊어냈지만   이후로도 4 동안  기다려줬다. 생일마다  선물을 보내주었고, 가끔 연락을 하면 어제 연락했던 사이였던 것처럼 받아주고 웃어주었다. 갑자기 연락을 내가 하지 않아도  원망하는 문자 하나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말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 받아주고 품기에 내가 너무 어렸다.

 

돌고 돌아 내가 용기를 내서 네게 돌아갔을 때, 넌 그제야 나에 대한 마음을 접고 바로 일주일 전에 소개팅을 했던 터였다.

그리고 그녀는 너를 알아보았다. 다른 누군가가 흙속의 진주 같은 너를 알아본 게 속상했다.


네가 날 기다렸던 4년 동안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 자리에 가면 네가 있을 거란 걸.

이렇게 우물쭈물 대다간 영영 널 놓칠 수 있다는 걸 정확히 알면서도 돌아가지 못했다.

다신 네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고 싶다고 둘러댔지만, 내 마음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것이다. 난 그렇게 늘 네게 부족한 사람이었다.


너와  많이 닮은 미소를 가진 그녀와의 결혼식 사진을 보았을  , 하고 우리를 연결하고 있다고 믿었던 실이 끊기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기에 가슴속 깊이 축하하고, 행복하기를 바라였다.

진심으로.


내가 어른스럽고  사람인  알고 있었거늘,

이런 말도 안 되는 꿈이나 꾸고 있다니,

참나..


결국은 진심을 다한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사랑에 이기고 지는 게 있냐 싶다가도,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네 꿈을 꾸고, 이렇게 결국 키보드까지 두드리게 만드는 너란 존재라니.



부족했던 날 참 많이 아껴주고, 멋지다고 여겨줬던 그때의 네게 건배.

이젠 흐릿해져서 예뻤던 것만 기억나는 우리의 지난날들에 건배.


웃으며 다시 한번 말할게.

안녕.


우습지만 예전에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에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 가을방학 노래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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