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헤비메탈에 푹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메탈리카, 핼러윈, 아이언 메이든, 스키드로우..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롹 뮤직" 들으며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가서도 그룹사운드 생활을 했었습니다.(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그룹사운드 생활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롹 이 아니면 음악이 아니다."
정말 1도 쓸데없는 롹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헤비 리더는 아니지만, 그래도 1주일에 한 권 정도를 읽으려고 노력하는 제게 "책"은 종이책을 의미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하지만 종이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그 감촉과 생생함, 그리고 그 책에서 나는 그 냄새를 전자책에서 구현할 수는 없죠. 그래서 "종이책이 아니면 책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독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독서모임에서 정해진 책이 인쇄 및 수급 문제로 인해 재고가 없어 당장 구매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나마 예약 주문을 해서 설 명절 전에 받기로 했었는데 그마저도 설 이후에 발송이 된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설 지나고(언제 받을지도 모르는데) 읽기 시작하면 약속된 기일 내에 읽고 서평작성을 하기는 불가능 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드득 이하게. e-북 리더기를 구매를 결심하게 됩니다.
'종이책이 아니면 책이 아니지만, 일단 책을 당장 구할 수 없으니.. 전자책으로 간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이것저것 알아보겠지만, 당장 설 연휴가 되기 전 2일 내에 구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중고마켓을 이용하여 구매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몇 년 전 크레마 카르타를 하나 구매해서 사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밖에서 폼나게 읽어보고자 구매를 했지만 몇 권 읽지도 못하고 다시 중고로 되팔았었습니다. 그때 한 8만 원 주고 (중고를) 구매를 했었는데요. 지금은 검색해보니 크레마 카르타는 4~5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그 상위 모델도 한 1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네이버를 검색해보니 크레마S라고 새 모델이 나왔답니다. 핸드폰으로 비교하면 크레마S가 갤럭시 S20, 크레마 카르타는 갤럭시 S3도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크레마 S를 알아봅니다. 중고가 없네요. 아.. 빨리 구매해야 하는데..
결국 중국 제품 중에 ONYX라고 꽤 괜찮은 평이 있는 제품으로 구매를 했습니다. 중고로 20만 원이
넘더라고요. 그래도 나중에 되 팔 요량으로 잘 나가는 걸로 사게 되었네요.
오늘(2월 1일)로 e북 사용한 지 4일 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4일 동안 이 기계를 쓰면서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이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전자책이라고 하면 종이책 보다 가독성이 떨어지고 불편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기술의 발전인 것인지 저의 착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종이책 못지않은 가독성을 느꼈습니다. 예전 크레마 카르타 사용할 때도 느꼈지만 이 전자잉크의 선명함과 편안함은 전자책을 선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또한 장소의 제약 없이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정말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집에서 해가 잘 드는 시간이 아니고서는 주로 직접 조명을 이용해서 책을 읽었었는데요, 이게 독서 자세에 따라서 그늘이 지거나 하는 경우들이 있어 좀 답답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도 점심시간에 책을 읽는데, 대부분 낮잠을 자거나 쉬고 계셔서 마땅히 불을 켜기도 좀 애매한 상황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 전차책을 사용하게 되니 조명이나 장소에 크게 제약 없이 원하는 장소에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서의 속도가 조금 빨라진 것 같습니다. 이건 좀 주관적이기는 한데, 종이책보다는 조금 편한 자세로 읽을 수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속도가 빨라진 것 같습니다. 독서모임 책으로 보면 보통 하루에 50~100p를 읽었다면, 전자책으로는 한 100~150p를 하루에 읽는 느낌? 실제로 속도도 좀 빨라지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좀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종이책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인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이 좀 어렵거나 할 때는 두꺼운 책을 가지고 카페에 갑니다. 책을 읽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조금 세속적으로 보자면 '나는 남들 핸드폰 보고 있는 시간에 이렇게 이런 어려운 책도 읽고 있다'라며 조금 재는 기분을 느끼러 가기도 합니다. 참.. 촌스럽지만 이게 독서가 잘 안될 때 꽤 괜찮은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그리고 다 읽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책 표지나 마지막 페이지에 내 흔적을 남기고 책장에 꽂아두는 재미가 없습니다. 일종의 컬렉션처럼 방 전체를 책으로 덮고 싶었는데, 앞으로는 이 전자책을 많이 이용하게 되면서 점점 종이책을 사는 비중이 낮아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