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10년 만에 장롱에서 꺼냈다

by 너굴

"나 지하철역까지만 태워줘"


경기도 외곽 낮은 산에 위치한 우리 교회는 오후 5시에 셔틀버스가 끊긴다. 청년들은 모임을 하다가 5시 전에 일어나거나, 5시를 넘긴 후에는 차가 있는 사람을 찾아 이 말을 건넨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 교회에 다녔던 나는 익숙한 일이지만 30대에 차 없는 청년이 된 지금, 나는 가끔 저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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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연수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첫 번째 이유는 금요일마다 있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취업이 어려웠던 때나 내 속을 훤히 보여줬던 친구가 뒤통수를 쳤을 때 나는 금요일 저녁 예배에 가서 그렇게 울었다.


요즘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날이면 퇴근 후 교회에서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교회에 올라간다.(산에 있기 때문에 우린 늘 '올라간다, 내려간다'라는 표현을 쓴다.) 문제는 집회가 끝난 뒤다. 집에 갈 생각을 하면 눈앞이 아득해진다.


'언제 집에 가지?'


교회에서 우리집까지는 차로 30분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린다. 이왕이면 차를 타고 가려고 하는데, 집에 차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도 내가 운전을 못하니 갈 수가 없는 거다. 이런 순간마다 다시 운전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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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유는 고마움과 미안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끔 차를 태워주는 사람들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칠 때가 있다. 이해한다. 피곤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차를 타지 않고 지하철역까지 가는 것이 고된 여정이라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니 혼자만 갈 수 없는 그 불편한 상황. 하지만, 그 표정을 한 번 읽어버리면 다시는 태워달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다.


반면, 정말 고마운 사람들도 많다. 사실 불편한 상황보다 이 고마운 사람들 때문에 운전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가 많이 오니까, 밤이 늦었으니까, 오늘 고생해서 피곤하니까 등의 이유로 본인의 집을 등지고 먼 길을 돌아가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망설이던 나를 움직인 가장 큰 동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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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차 운전연수를 마치니 웬만한 곳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 차는 없지만 가끔 아무도 차를 쓰지 않는 날에 운전을 한다. 하면 할수록 차 욕심이 난다. 학생 때는 돈 벌면 제일 사고 싶은 게 안마의자였는데, 지금은 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뚜벅이로 배려받은 만큼 돌려주는 붕붕이가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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